Potluck Party!(HLFX+93) 海外生活

 
 어학원을 다닌지 어느새 두달이 지났습니다. 이번 세션을 마무리 하는 날, 모두들 음식을 가지고 와서 파티를 열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Potluck Party를 하자는 것이었지요. 학생들의 국적이 다양한 만큼 꽤나 이국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한편으로 다들 가난한 유학생들 - 일부 중국 학생을 제외하고 - 인지라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파티 당일, 뚜껑을 열어본 파티의 상차림은 예상보다 근사했습니다. 

 일단 음식의 양이...상당했습니다. 부족하기는 커녕 다 먹지 못할까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음식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일본 학생들은 계란말이와 비엔나 소시지 문어구이, 말차스콘과 스콘을 찍어먹을 팥소까지 만들어 왔습니다. 어느정도 이곳 생활에 정착한 중국 아주머니는 엄청난 양의 군만두와 오리구이,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이탈리아 식 미트볼을 가득 가져왔습니다. 파키스탄 출신의 학생은 소고기와 매운 고추를 넣어 졸인 찹쌀밥을 만들어 왔고, 요리를 잘 못한다고 투덜거리던 브라질 커플은 땅콩으로 만든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어왔습니다. 저는 고민끝에 어설프게나마 김밥을 말아서 가져왔는데 일본사람들와 한국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캐나다 영어 선생님들이 매우 좋아하더군요. 물론, 단무지나 주요 속재료를 채우지 못한 저는 그렇게 만족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노력은 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는 된 것 같군요.

 평소에는 TED 수업 동영상과 듣기평가 문제가 흘러나오던 스피커에서 다양한 음악이 쏟아져나오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뭔가 준비되지 않은 듯한 파티 분위기가 아직도 저는 어색합니다만, 그래도 처음 이런 파티를 접했을 때 보다는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달을 마지막으로 다른 레벨로 옮기는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교통딱지부터 날씨, 캠핑 장비에서 장기 차량 대여하는 법까지 생활에 대한 주제를 하는 우리의 대화는 동네 아줌마의 대화와 비슷하지만 우리 둘은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이 어학원을 다니던 2개월 동안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 외에 가장 큰 소득은 바로 이 선생을 알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제 그는 자기 동생과 친구와 포커를 쳐서 20달러를 잃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나도 그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을 상상을 해 봅니다. 타일이 깔린 어느 집의 부엌 테이블, 먹다남긴 피자와 팝콘이 테이블 여기저기 놓여있고, 다들 맥주를 홀짝이며 포커를 칩니다. 그 자리에 앉아, 아내가 전화를 걸어 나를 끌어낼때 까지 나는 그들과 어울려 포커를 칩니다. PEI에 언제 단풍이 지는지, 이번에 눈이 많이 올 것 같은데 차의 스노우타이어는 갈아 놓았는지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말이죠.

 그런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 날에 대한 기대가 오늘 하루를 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겠지요. 입안에 밀어 넣은 솔티드 캬라멜의 단맛을 혀에 굴리며, 나직히 한숨을 쉽니다.

그냥 바다, 그냥 햇볕도 마냥 좋기만 합디다.(HLFX+87) 海外生活


 어느 주말 어학원 사람들과 드라이브를 가게 되었습니다. 어딘지 알 수도 없는 곳의 캠핑장에가서 슈퍼에서 산 햄버거와 번을 구워서 먹고, 해변을 바라보며 '경치 좋다 그렇지?' 에 준하는 짧은 영어를 서로 남발하다 경치 좋은 곳에 으레 서 있는 지역 주민들의 도서관을 겸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으로 서너시간을 앉아 있다가 해가 지면 돌아오는 '그런 류'의 여행이었습니다. 거리가 꽤나 멀었다고 치더라도 일인당 25 CAD나 받았으니 싼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좋았다는 겁니다. 흔한 결말이라 죄송합니다만 사실인것을 어떻게 합니까.

 그 경치가 캐나다에서 제일 아름다운 경치라거나 그 도서관의 테이블이 80년도 넘게 어부들이 그물을 손질하던 역사 깊은 물품을 어렵사리 구해왔다라는 '그런' 류의 라벨이 붙어 즐거웠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넓은 바다를 크게 껴안을 듯 넓게 펼쳐진 만(灣)으로 맑은 공기와 넓은 구름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그 사이사이로 황금같은 태양이 내려와 얼굴을 간지럽히는 그 모습 그대로의 자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경치에는 언제나 시선을 채우던 횟집과 카페 간판들이 눈을 찌르지 않아서 오히려 썰렁한 그 공허함에 나 하나쯤 밀어 넣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지요. 캐나다인의 발명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국립공원 공식 나무의자(?)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마시다가 어설프게 잠이 들어 화들짝 깨어나도 나무라거나 비웃거나 신경쓰는 사람 하나 없기에 더 이상 주변 시선에 주눅 들지 않아도 되기에 좋은 것입니다. 그러기에, 내 커피를 훔쳐마시던 파리가 그 안에서 수영을 하고 있어도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커피를 버리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차를 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자는 도중 꿈결같이 달려가던 3명이나 탄 사이드카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자들은 신나게 소리를 지르고 남자는 차가운 바람과 지옥같은 승차감을 비웃는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빠르지 않은 속도로 도로 끝으로 사라져 갔더랬지요. 저도 엔진이 있고 바퀴가 달린 그 무엇이 있다면 저들처럼 어디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니 차를 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요.

 지구 반대편가지 와도, 또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어이가 없지만 그래서 저는 행복할 수 있을 듯 합니다.

Oyster Festival에 다녀왔습니다.(HLFX+81) 海外生活


 기온이 떨어지고 바다가 차가워지면 노바스코샤의 어부들은 바뻐진다고 합니다. 굴, 바다의 꽃인 굴이 물이 오른 시기가 왔기 때문이지요. 그 풍성한 수확의 시작을 기념하는 축제가 금년에도 예외없이 열렸습니다. 저와 아내는 토요일 저녁시간으로 표를 구매했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상당히 비싼 표 값에도 불구하고 - 정말이지 표를 살 때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입구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조금 일찍 출발했던 저와 아내는 다행히 줄의 앞쪽에 설 수 있었고 비교적 빨리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늘어선 간이 테이블에 여기저기 놓인 커다란 쓰레기통,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만든 행사장은 참가자와 관객의 편의성 보다 주최측의 편의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테이블을 가득 메운 굴 또 굴의 행렬이 행사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고 있었습니다. 테이블로 달려가는 사람들. 여기저기서 입속으로 사라지는 굴들. 찰캉찰캉 쓰레기통으로 뛰어드는 조개껍데기들이 울리는 경쾌한 소리들. 지금까지 굴을 먹지 못했던(!) 저마저도 그 분위기에 취할 정도였습니다.

 저와 달리 굴을 매우 사랑하는 아내는 어느새 테이블로 다가가 신선한 굴을 가져다 먹기 시작합니다. 뭣도 모르는 제가 봐도 신선해 보입이니다. 게다가...이상하게 역했던 비린내가 오늘따라 느껴지지 않더군요. 미리 한잔 들이킨 보드카 때문일까요. 추운 날씨로 코가 마비되었기 때문일까요. 모를 일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제가 인생 처음으로 굴을 먹어보았다는 것이며 그 경험이 꽤나 괜찮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굴도 역시 캐나다가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간 욕먹을 것 같지만, 제가 이날 먹었던 굴은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한번 입에 들어간 뒤 굴을 집어드는 저의 손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아내와 경쟁하듯 10여개의 굴을 집어삼킨 저는 비어버린 보드카를 대신할 음료를 찾아 행사장의 바깥으로 향했습니다. 별도로 설치된 텐트에서는 맥주와 와인, 사과주와 과일주스를 팔고 있었고, 먹을거리로 피쉬앤 칩스와 BBQ, 한국식 양념치킨(?)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굴과 와인의 마리아주를 이미 알고 있던 미식가들이 와인 파는 텐트를 거의 포위하다시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끼어들 자신이 없었던 저는 사과주를 한잔 받아 들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이 먹어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거의 모든 테이블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바뻐보였습니다. 애든 어른이든 남자든 여자든 칼만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굴을 따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의 꼬마는 카메라가 다가와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때로는 포즈도 잡아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하더군요.

 사진속의 할아버지는 굴은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듯이 온갖 소스와 곁들임 야채를 가져와 차려놓고 여유있게 굴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드레스를 차려입고 와인병을 든채로 파티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도 간간히 보였습니다.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 여유있게 먹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캐나다에서는 사치인 것이죠.

 앞쪽에 설치된 간이무대가 시끄러워지는 것 같더니 '굴 빨리 까기 대회'가 열리려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내는 이미 굴로 배가 부를대로 부른지라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축제가 끝나려면 아직 한시간 남짓 남았지만 일찌감치 자리를 나서는 저의 마음은 만족감과 성취감으로 가득차 있었기에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저도 이제 굴을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엣헴.

'Dartmouth Food Crawl' 에서 주먹밥을 팔았습니다.(HLFX+80) 海外生活


 일전에 이어 또, 김치파는 영국여자 J의 부탁으로 주먹밥을 팔게 되었습니다. 전과달리 이번에는 저 혼자 키친에 가서 주먹밥을 만들어야 했는데, 큰 실수 없이 시간안에 주문량을 모두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지요.

 J는 오이스터 축제에서 김치를 팔아야 하는 관계로 이번 매대는 또 다른 파트너인 캐이틀린 - 이하 C - 과 함깨 지키게 되었습니다. C는 주변 호텔에서 수 쉐프로 일하고 있는 친구로 이번 행사에서는 김치 타코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저는 주먹밥과 김치의 판매 및 전체 금전 관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Dartmouth Food Crawl'은 샵인샵 형태로 진행되는 행사로 다트머스의 로컬샵을 홍보함과 동시에 벤더들에게는 따뜻하고(?) 편안한 판매장소를 제공하는, 이른바 모두가 윈윈하자는 관점에서 열린 이벤트 입니다. 기존 사업체와 연계해서 진행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조건이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룰은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판매되는 음식의 가격은 모두 3 CAD 전후로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와 C는 다트머스 다운타운의 주차장에 위치한 수공예품 판매점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테이블 두개에 물건과 버너를 놓고 키친에서 만들어온 음식을 데워서 파는 수준이었으나, 김치 볶는 향기의 마력은 지나가는 손님 대부분을 가게로 끌어들이기 충분했습니다. 약간 추운 날씨도 오히려 도움이 되었지요. 하나둘 몰려운 사람들은 C의 빠른 손놀림에도 가게 바깥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틈을 타서 더듬거리는 영어로 주먹밥과 김치에 대해 제가 설명하자 적지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거나 김치 샘플을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주먹밥을 사드셨습니다. 김치를 사는 사람도 있었고요.

 2시간 가량의 행사가 끝날 쯤, 20인분의 주먹밥은 모두 팔렸고 타코도 90인분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일전의 야시장과 비교할 때 너무나 큰 성공이었습니다. 순익 측면에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지만, 뭐 그건 제가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니겠죠. 

 끝날 때 쯤 찾아온 J는 판매 결과에 매우 만족해 했습니다. C도 저와 같이 일하는 것이 꽤나 마음에 드는 눈치였고요. 타코를 만드는 동안 그녀가 그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주변 식탁 정리 및 쓰레기 정리, 타코를 놓을 그릇 및 티슈 세팅 등을 눈치 빠르게 처리했기 때문이겠지요. 나이 먹은 사람이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어깨에 힘을 조금만 빼면 일 잘한다는 소리 듣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일을 끝내고 J와 C와 저는 간단하게 행사에 대한 소회를 나눈 뒤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5시간 가량 부엌일에 선 채로 물건을 팔다보니 몸은 피곤했습니다만, 기분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행복은 질이 아니라 빈도라고 그랬지요. 지극히 소시민적인 저는 큰 돈 버는 것보다 이렇게 사람들이 웃는 얼굴 보면서 그날그날 물건 팔아 먹고 사는 것에도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 일이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PS. 이날 일한 것에 대해, J는 두둑히 높인 시급으로 보답해 주었습니다.

천체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러 갔습니다.(HLFX+76) 海外生活

 
 아침에 일어나 어학원을 가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도서관을 가거나 집에와서 집안일을 조금 일찍 시작합니다. 저녁이 되면 밥을 먹고 숙제와 게임을 하다가 잠이 듭니다. 이런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어학원의 학외활동입니다. 생각하니 조금 서글프네요. 아무런 제약도 없었던 이곳 생활 초기에는 축제도 날씨도 모두가 나의 것이었는데...

 어찌되었든 이날 진행된 학외 활동은 세인트 마리 대학교의 천체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까지 단 한번도 천체 망원경을 본적이 없었던 저는 이번행사에 매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생각보다 작은 망원경에 약간 실망했습니다...주요 도시도 아닌 대서양의 대학교에 로봇 공학을 접목시켜 모든 관측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망원경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지요.

 또렷하게 본 달은 생각보다 많이 얻어맞았는지 꽤나 거친 피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리가 없었으면 무슨 별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았던 토성은 웅장하기 보다는 귀여웠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 타버린 숯처럼 연기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뿜어올리는 식어버린 항성, 네뷸라링(Ring Nebula)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천체가 수 놓은 평화로운 하늘과 달리 별을 보는 우리들은 소란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어떻게 여기에 온 건지 알 수 없는 흑인 꼬마 하나가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는지 머리가 띵할 정도였습니다. 정말 목을 잡고 망원경을 보지 않더라도 별이 보일 정도로 짤짤 흔들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서 꾸욱 참았습니다. 이 멀리까지 와서도 제 성격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