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香港):홍콩역사박물관(香港歷史博物館) Travel.旅游


 여행을 가면 많은 관광객들이 그 나라의 박물관을 찾지만 홍콩 관광객중 역사 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관광 목적을 고려할 때 홍콩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쇼핑과 미식에 초점을 두게 됩니다. 일반적인 체류시간이 3박4일 정도임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 한, 박물관 방문의 우선 순위는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자연사적인 면을 제외하고 홍콩이 세상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시점은 1842년 난징조약 이후 이기에 역사가 짧은 편에 속합니다. 박물관에 가도 볼 거리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기도 쉽지요.

 하지만 여행 4일차에 찾아간 침사추이(尖沙咀)의 홍콩역사박물관은 이외로 볼 것이 많았으며 상당히 재미도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관람을 시작하기 전부터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 군단이었습니다.

 사이즈는 약간 아담한 사이즈였으나 늠름하게(?) 도열해 있는 모습이 가운데로 다스베이더 공(公)이 걸어나와야할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왜 스톰트루퍼가 역사박물관에 오르는 계단에 있을까 어리둥절하며 계단을 다 오르니...

 더 많은 스톰트루퍼가 박물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허허허. 알고봤더니 홍콩박물관에서 '홍콩 장난감 이야기(香港玩具傳奇)'라는 특별기획을 진행하면서 설치한 '전시물(!)'이라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주말인 것을 고려해도 애들이 너무 많다 싶었는데 다들 이 기획을 보러 몰려 온 인파였었습니다. 입장료는 1인당 10HKD. 하지만 저는 무료입장이 가능한 본관으로 바로 직행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홍콩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관계로 홍콩역사박물관에는 자연사, 향토사, 민속학적인 사료도 같이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잡다한 사료들이, 관광객 입장에서는 꽤나 매력적인 것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사진은 청(淸)나라 초기의 세관 표지석입니다. 일반 사람들이 보면 시큰둥한 사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허나...

 홍콩의 수상인(水上人)이 거주하던 실제 사이즈의 배가 그대로 박물관 안에 있습니다. 엄청난 스케일이죠? 수상인은 홍콩의 조기 거주민인 현지인(本地人), 객가인(客家人), 복로인(福佬人)중의 하나로 어업에 종사하면서 일생의 대부분을 배 위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배 안에는 당시 수상인의 생활환경을 재현해 두었습니다.

  또 한켠에는 칠석에 직녀에게 바치기 위해 태웠던 일곱벌의 종이옷과 제사상의 구성 형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사, 축일, 명절만 되면 홍콩사람들은 귀신에게 공양을 올리기 위해 그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을 종이로 만들어 태웁니다. 그러면 그 물건들이 귀신에게 전달되며, 만족한 귀신들이 자신에게 복을 내려준다고 믿는 것이죠. 이 전시물은 '믈건을 태워서 귀신에게 공양한다.'는 개념이 어떻게 시작되고 확장되었는지 잘 보여줍니다.

 6천개의 바오즈(包)를 쌓아서 만든 바오즈산(包山)의 실제크기 전시물입니다...19세기 경,홍콩에서 40분 걸리는 섬 청차우(長洲)에 역병이 돌았을 때 사람들이 북제묘(北帝廟)에 모여 신상주변을 돌면서 병이 사라지기를 빌었는데 그 후 돌연 역병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매년 그 사당의 신을 위해 산처럼 빠오즈를 쌓아 신에게 바치고 무사평안을 비는 축제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는 날, 그 빵 산의 가장 위에 있는 빠오즈를 얻는 사람에게 복이 생긴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축제의 마지막날 산위로 앞 다투어 올라가는 사람들로 축제는 장관을 이룬다고 하였지요. 하지만 어느 때인지 몰려드는 사람으로 빵 산이 무너지는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현재 그 축제의 마지막 행사는 빵산을 플라스틱으로 만든 구조물로 대체하고, 오르는 사람도 선발된 운동선수로 제한한다고 합니다. 박물관안에 이런 산을 쌓아두다니...정말 대단합니다.


 경극이 열릴 때 세워졌던 광고용 종이 신상들과 대나무로 만든 경극의 무대입니다. 이것도 실제 사이즈. 허허허. 홍콩도 중국이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스케일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박물관 안에 3층 높이의 당시 거리가 구현되어 있는가 하면, 트램도 통째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창 발전하던 시기의 홍콩이 향유하였던 레트로한 문화의 산물을 하나가득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중요 주제별로 제작된 공을 들인 영상물이 관람 동선상에 위치한 적절한 장소에서 효과적으로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광동어, 표준 중국어, 영어 더빙 버전이 번갈아가면서 방영되고 있으니 언어적인 문제도 없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3시간이 후딱 지나가 있었습니다. 역사에 대한 저의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고려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박물관을 돌아다녔다는 것이죠. 홍콩의 다른 볼 거리도 많이 있지만, 비가 오거나 너무도 더워서 거리를 돌아다기기 어려울 때, 홍콩 역사 박물관은 생각보다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콩(香港):메이두찬스(Mido Cafe,美都餐室) Travel.旅游


 홍콩섬에서 이틀을 보내고 저희 부부는 지우롱(九龍)으로 숙소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루 숙박비를 8만원 이하로 맞추려는 아내의 눈물나는 노력과 역사박물관을 위시한 북부지역을 돌아보고 싶은 저의 소망이 합의를 이룬 결과였습니다. 지우롱 및 몽콕 일대에서 이틀 - 숙박비가 비싸지는 주말 - 을 보내고 평일이 되면 다시 홍콩섬으로 돌아올 계획이었죠.

 때문에 이 날은 여러곳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숙소에서 나와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사진을 정리하고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그때 먹었던 아보카도 샌드위치는 맛있었지만 그 비싼 가격에 거의 기절할 뻔 했었죠. 그리고 곧장 해저 터널을 지나 두번째 숙소인 호스텔 마종(Mahjong)으로 갔습니다. 짐을 맡기고 어떻게 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날씨가 너무도 좋아 그냥 있을수가 없어 템플스트리트와 샹하이 스트리트 일대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그곳에서 배가 고파 찾아간 곳이 바로 템플 스트리트의 시작점인 티엔허우구먀오(天后古墓) 바로 앞에 있었던 메이다오찬스(美都餐堂室)였습니다.

 외관을 보면 꽤나 낡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낡았습니다. 하지만 2층 바깥의 커브에서 요즘 건물에서 찾을 수 없는 레트로한 우아함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 가게에는 저 같은 구세대에게 홍콩의 상징과도 같은 옛 스타일의 네온사인 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절로 발걸음이 향합니다.

 가게에 들어서니 흘끔 저를 본 주인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2층을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저도 조용히 그 분이 알려주는 대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잠깐 시간이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꽤나 어릴적에나 봤던 1950~60년대의 인테리어가 아직 그곳에 남아있었습니다. 창가의 좌석도, 바닥의 타일도, 지나치게 화려한 메뉴판도, 그리고 색이 바란 비닐도료가 칠해 진 창문까지. 홍콩이 황금시대로 접어들던 그 영광의 시대의 흔적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디자인은 1960년대 일지라도, 가격은 2017년의 물가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는 것이죠. 일반메뉴는 어찌나 비싼지 감히 뭘 주문해야할 지 막막하던 와중에,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판매하는 티타임 메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야채볶음밥 (50HKD)에 감자튀김과 치킨윙(38HKD)을 아이스 우롱밀크티와 커피와 함깨 주문했습니다. 굉장히 쿨하게 주문을 받은 종업원은 오래지않아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역시나, 저렴한 가격에 적절한 가벼운 메뉴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볶음밥은 양이 제법 많았고, 강력한 화력으로 확확 볶은 본고장의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감자튀김은 질과 양에서 빈약했지만, 닭날개는 짭짤하고 바짝 튀겨져 역시 맛있었습니다. 수량이 4개 뿐이라 좀 아쉬웠습니다만...커피는 옛날 다방에서 마셨을 것 같은 설탕 - 프림 - 커피의 삼박자 커피였습니다. 이 커피도 오랜만에 마시니 운치가 있었습니다.

 감자튀김을 조금씩 씹어 먹으며 창밖을 보니 고묘앞으로 사람도 시간도 천천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하늘은 조금씩 노란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야시장의 상인들과 손금보는 사람들이 고묘옆으로 천막을 치고 장사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람회장을 바삐 돌아다녔던 어제에 비해 오늘은 참으로 여유가 있어 좋았습니다.

 해가 져물때 쯤 저희 부부는 카페 앞의 고묘에 들러 사람들의 소망들이 어떻게 하늘로 타오르는지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인지 다음날인지, 해가 저문 뒤 이 근방을 지나다가 아스란히 빛나는 메이두찬스를 다시 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이 곳을 따로 찾아오기에는 가격이나 메뉴의 만족도가 아쉽지만, 근처를 바삐 돌아다니다 쉬고 싶다면 이곳은 좋은 오아시스가 될 수도 있겠다고 말입니다. 저 붉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그 자리에 걸려있는 한 말이죠. 

홍콩(香港):티엔허우(天后)의 현지식당 체험기 Travel.旅游


  저에게 있어 인생의 재미 중 4할은 먹는 것이 차지하고 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소심하기는 어찌나 소심한지라 내 돈 내고 들어가 밥 사먹는 것도 주인 눈치, 먼저 앉은 손님 눈치를 봅니다.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사교 공간에 말도 잘 안 통하고 음식 주문도 할 줄 모르는 이방인이 불쑥 들어와 암묵적으로 정해진 룰을 마구 어기며 여기저기 사진기를 들이대는 모습. 제가 그런 입장이 되는 것은 아닌지, 포렴이 걸린 미닫이 문을 열 때, 의자와 의자가 거의 닿을 것 같은 좁은 통로 틈으로 엉덩이를 밀어 넣을 때 언제나 고민이 됩니다.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좋은 진주를 캐어내기 위해서는 뻘에 손을 집어 넣고 조개가 닿을 때까지 뒤적거려야 하는 것 처럼, 가이드나 인터넷에선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하지만 오고가는 길 코끝을 자극하는 음식의 향기와 그 옆으로 늘어선 줄을 보면 숨겨진 맛집임에 틀림이 없는 동네 밥집에서 밥 한술 뜨기 위해서는, 어색함을 이겨내고, 민망함은 과장된 웃음으로 누르며 식당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제가 그 창피함을 이겨내고 결국 맛있는 아침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던 현지식당 체험기를 기록하려 합니다.

1. 셩지저우디엔(生记粥店)


 영업 형태를 불문하고, 홍콩에서는 '~키(~)로 시작되는 가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프렌차이즈를 오픈한 청키면가(忠記麵家)의 이름에서도 그 특징이 드러나는데, 이 부분은 다름이 아니라 가게 주인의 '성'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래서 '청키면가'는 '충씨네 국숫집' 정도로, 아침을 먹은 '셩지저우디엔(生记粥店)'은 '생씨네 죽집' 정도가 되겠네요. 

 네, 여기는 죽을 메인으로 아침에 가볍게 먹을 만한 메뉴를 주로 파는 곳입니다. 홍콩의 저우디엔(粥店)은 보통 유사한 메뉴를 팝니다. 이곳에서 주로 파는 것은...


 저우(粥)라고 하는 중국식 죽이지요. 한국의 죽 보다 약간 더 담백해고,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화려한 고명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죽을 끓이는 육수의 재료에서 여러 방향성을 추구하는 것 같네요. 그래서, 고명은 단순한 편입니다. 핵심 고명의 종류에 따라 죽의 명칭 및 가격이 바뀌며, 잔파는 공통으로 들어갑니다. 위의 죽은 '미트볼'을 넣은 죽입니다. 새우 혹은 게의 육수로 가볍게 끓인 죽에 찹살로 찐 고기를 넣고 끓였습니다. 가볍고, 담백하여 재료와 육수의 풍미가 잘 살아납니다. 이런 맛있는 죽이 30 HKD 정도 밖에 하지 않습니다.
 
 죽으로 식사의 질을 조율한다면, 양을 담당하는 대중메뉴는 크게 3종류가 있습니다. 기름에 넣고 튀긴 빵, 요우티야오(油条), 중국식 두유인 더우지앙(豆浆), 얇은 계란면을 굴소스나 간장에 간단한 재료를 넣고 볶은 차오미엔(炒面)이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요. 요우티야오는 찢어서 죽이나 더우지앙에 적셔서 먹거나, 그냥 먹습니다. 기름에 튀겼다고 하지만 빵의 두껍지 않아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습니다. 더우지앙은 약간 묽은 베지밀...이라고 할까요. 기름끼가 많은 중국의 한끼에서 느끼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차도 좋지만, 이쪽이 더 달고 저렴해서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차오미엔은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 저녁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만능 메뉴이지요. 아침은 면에 숙주 정도로 가볍게 고명을 해서 볶는 형태로 판매되고, 저녁에는 고기나 갖은 야채를 넣어 보다 화려하고 풍부하게 먹기도 합니다. 이곳의 유우티야오, 더우지앙, 차오미엔은 보통 정도의 맛은 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아서, 요우티야오는 여자 팔뚝 만한 길이의 빵 두개를 붙여서 8HKD, 더우지앙은 한잔에 4HKD, 차오미엔은 12 HKD였습니다. 즉, 50HKD도 안 쓰고 한끼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이지요.

2. 캉러샤오라판디엔(康樂燒臘飯店)

 아트바젤에서 체력을 소진한 우리는 그날 저녁 고기를 먹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생씨 죽집 바로 옆의 옆에 있는 고기 고기한 포스가 물씬 풍기는 가게를 찾아갔는데 그 이름이 바로 캉러샤오라판디엔입니다.


 입구의 왼쪽 오픈형 주방(?)에는 닭, 오리, 돼지갈비, 돼지다리, 소고기, 양념에 절인 문어가 구워진 채로 걸려 있었습니다. 입구의 오른쪽에는 카운터와 밥통, 일회용 도시락 용기가 있었고 가게 안쪽으로 테이블이 3개 놓여있었습니다. 저녁 시간 때라서 테이블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아주 느긋하게 주문을 하는 사람과 그것보다 더 느긋하게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가 멍하니 서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샤오(燒), 구워서 파는 고기와 라(臘), 절이거나 건조시킨 고기를 다시 조리해서 파는 곳입니다. 고기만 사가도 되고, 밥과 같이 주문해도 됩니다. 밥과 같이 주문할 경우 값이 싸지만 고기는 그렇게 많이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기 간이 아주 자~알 되어 있어서 밥 먹기에는 충분합니다. 일반적으로 ~ 판(飯)으로 끝나는 메뉴를 주문하면 밥에 그 고기를 썰어서 올려주는 형태로 나옵니다. 주문을 하면 걸려있는 고기를 내려, 바로 아래의 커다란 나무도마에 중화 네모칼로 퍽퍽 썰어서 줍니다. 저는 32 HKD의 샤오러우판(燒肉飯)과 샤오지판(燒鷄飯)을 주문했는데, 아주머니가 귀가 안좋은 건지, 아니면 저의 발음이 안 좋은 건지 집에 가서 확인해 보니 샤오러우판(燒肉飯)대신에 샤오어판(燒鵝飯)이 들어있더군요. 어쩐지 32HKD가 아니라 50HKD를 달라고 하더니...

 양념을 발라 구운 닭고기 약간에 소금에 절인 거위고기, 기름에 살짝 볶은 카이란(芥蘭)이 소복한 밥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닭고기의 껍질은 고소하고 살코기는 달콤하면서 부드럽습니다. 거위는 조금 많이 짜지만, 중국 특유의 맛이 괜찮습니다. - 사람마다 호불호는 갈릴 듯 합니다. - 볶은 카이란이 그나마 느끼한 것을 잡아주려 노력은 하는데, 이것도 기름에 볶은 친구라, 전반적으로 에너지 보충용으로 가격대 성능이 매우 우수하지만, 끝나고 차 한잔이 필수인 메뉴입니다.

 위에 언급한 죽집과 고기집은 홍콩의 주택가 근처에서 빵집처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싸다는 것, 그리고 맛있다는 것이죠. 동네 밥집이 이정도라니 과연 미식의 천국 홍콩입니다. 단점은 역시나 불친절하고 느긋하며 비위생적이라는 것. 그리고, 동네 밥집에서는 영어가 안 통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심지어 표준 중국어도 통하질 않습니다. 알아듣는 것 같은데 대답은 광동어로 하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홍콩의 높은 물가를 피해 맛있고 지역색 넘치는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으실 겁니다. 용기있는 사람만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법이지요.

홍콩(香港):2017년 아트바젤(Art Basel),2부 Travel.旅游


 '말로 형언할 수 없다'는 자기 존재에 반하는 형용사는 극상의 절경, 극상의 작품을 대할 때 절로 입에서 나오는 말로 볼 수도 있지만, 자기 생각 조차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일종의 면죄부 같은 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부족한 문장력, 빈약한 상상력, 바짝 말라버린 감수성이 원하지 않는 조화를 이루면 마음 속 가득찬 감동의 열기는 응당 분출되어야 할 출구를 찾지못하고 그냥 '아' 하는 감탄사로 아쉽게 처리될 뿐입니다.

 이번 포스팅에는 아트바젤의 수많은 작품 중, 그렇게 할 말을 잃고 조용히 바라만 보았던 작품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찍은 사진이 꽤나 많아서, 전부 감상을 쓰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시작은 이 분의 작품이 되겠네요. 여기 오기 전까지 제가 전혀 몰랐던 화가, 탐 웨슬만(Tom Wesselmann)입니다. 이 분의 작품을 알게 된 것 만으로도 제가 아트바젤에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작품은 저의 취향이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사고 싶을 정도였지만, 제 평생 중 그럴 날이 오겠습니까? 하하. 


 저는 그가 사용하는 색감들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선호마저도 '같습니다.'라고 표현하니 우습지만, 저도 제가 어떤 색감을 좋아하는지 콕 집어 이야기하기 어렵네요. 하지만, 스페인 혹은 멕시코가 연상되는 빛이 가득 찬 붉은색, 얇은 층이 한 겹 위에 들어있는 듯한 파란색, 커스터드 크림을 바른 듯한 노란색...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웨슬만의 작품과 비슷한 색을 사용하지만, 전혀 느낌이 다른 작품 들도 많았습니다. 


 
현대미술...이라고 하기에는 이제 약간 지난날이 되어 버린 그 시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시대의 작품들에서는 요즘 보기 어려운 '점잖은 풍자'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비판이라기 보다는 비꼼이라고 할 수 있는, 약간은 유머스러운 항의들 말이지요. 바로 위의 작품만 해도 그런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중국인이 자신들의 위대한 문화유산에 저렇게 칠갑을 해 놓다니, 너희들이 북경가서 이런 전시회를 하면 저 작품은 바로 박살이 날거라고 길길이 날 뛰고 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홍콩에서 가능한 일이 북경 - 중국에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소속은 중국이지만 태생은 중국이 아닌 홍콩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촌극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 깊은 고민들이 엿보이는 작품들도 있어, 홍콩에서 진행된 이번 바젤의 의미를 다시 돌이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사진이 아닙니다.
영상물은 더더욱 아니지요.

물론, 실상 작가들은 전혀 풍자를 할 의도 없이 일련의 작품들을 그렸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아무런 생각없이 풍자의 대상을 정했을지도 모르지요.



머리위에 솜사탕을 올려 둔 저 석상을 보고, 발상의 전환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신앙심과 아집으로 이루어낸 고전 명작들의 미친듯한 디테일과 솜씨를 다시 재현하고 있었습니다. 고전파 회화를 좋아하는 저는 그 사람들의 작품도 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세밀하고 복잡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제 마음속에, 제 카메라의 메모리 속에 있습니다만 지금 올린 것만 해도 꽤나 많아서...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아트바젤에서 그림은 단 한점도 사지 못했지만 카메라의 도움으로 많은 명작들을 복사품이나마 가져올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컴퓨터의 하드가 날아가지 않는 한, 이 그림들은 앞으로 제 인생의 많은 시점에 다양한 형태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내년의 아트바젤이 유럽이나 미주지역에서 열린다면, 그곳에도 제가 있었으면 하네요. 

홍콩(香港):2017년 아트바젤(Art Basel),1부 Travel.旅游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뜨니 현지시간으로 6시. 노인도 아닌데 왜 이리 아침잠이 없는지. 다시 자기도 애매해서 아내가 일어날 때까지 게임을 하면서 아침을 보냅니다. 날씨는 약간 흐리지만 오늘은 주로 실내에 있을 예정이니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느지막히 아내가 일어나고 숙소 근처의 생씨(生記)죽집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싸고, 맛있습니다만 역시 동네 밥집 특유의 불친절, 비위생은 여전합니다. 티엔허우(天后)지역 노점 체험기는 아침, 저녁식사를 더해서 한 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침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 꾸물거리다가 느지막히 HKCEC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어제, 자신만만하게 걷다가 방전될 뻔 했기에 걸어서 가는 것은 애초에 이동 수단에서 제외했습니다. 빠르고 편리한 지하철도 좋지만 오늘은 느긋하게 시내 구경도 하면서 교통체증의 영향을 덜 받는 트램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트램의 매력에 푸욱 빠져버렸습니다. 중간에 갈아타는 타이밍을 놓쳐서 바로가도 되는 길을 몇 십분이나 더 걸려 돌아갔지만, 오히려 저는 놀이기구를 더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도착한 정류장의 이름이 해피 밸리(Happy Valley)라니! 이번 여행이 절로 행복해질 것 같은 이름이 아닌지요. 기분 좋게 혼자만의 착각에 빠진 저를 2층에 태우고, 좁지만 날렵하게 솟은 트램은 덜컹덜컹, 천천히 목적지로 들어섰습니다. 

 트램에서 내린 저와 아내는 쭈욱 뻗은 고가 보행로를 통해 아트바젤이 열리는 전람회장으로 향했습니다. 전날, 표를 바꿀 때의 한산한 모습과는 달리 오픈시각까지 한 시간 가까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예술가처럼 보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작품을 사려는 고급 양복의 트레이더들, 그 모습을 담으려는 기자와 매체 관련자들, 좀처럼 보기 힘든 그림을 보기위해 모여든 홍콩 시민들,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준으로 백팩과 백팩이 아닌 가방을 구분해서 어떤 사람은 물품보관소로 어떤 사람은 출입문으로 보내는 경비원 등등. 입이 딱 벌어지는 가격에 감히 두 잔을 시키진 못하고, 저와 아내는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카페 의자에 앉아 그렇게 입장시간까지 여러 군상(君像)들이 그려내는 찰나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트페어가 시작되는 시간이 되고 닫혀있던 출입문이 열렸습니다.

 아트페어의 참여작들은 박람회장의 1층과 3층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말이 1층과 3층이지 한 층을 돌아보는데도 장장 2시간 30분이나 걸릴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작품들이 이번 아트페어에 참여했습니다. 그 작품들에 대한 생각을 전부 올릴 수는 없는바, 제 기억에 남기고 싶은 마음에 드는 작품들만 업데이트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의 특징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작품이라, 가장 먼저 업데이트 했습니다. 저는 아래 특징을 지닌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전시 내내 제 옆에서 저를 지켜본 아내가 말했습니다.

 1. 선이 굵은 작품을 좋아한다.
 2. 사용한 색이 적거나, 색의 구분이 명확한 작품을 좋아한다.
 3. 무엇을 그린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저는 몬드리안(Mondriaan)이나,

리히텐슈타인(Lichtenstein)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 분의 진품이 팔리기 위해 벽에 걸려있는 걸 보고 참으로 기분이 묘했습니다. 물론 그 분 말고도 다른 유명한 분들의 작품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 멀리서 보고 음? 단순한 그림인데 왠지 힘이 느껴지고 괜찮은데? 하고 다가가서 보니 마티스(Matisse)였다던지...

 멋대로 그린 것 같은데 왠지 미술책에서 본 그림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어 다가갔더니 피카소(Picasso)였다던지...아아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구석구석 다른 작품들 사이에 숨겨두어도 바로 알아보고 달려가 한참을 바라보았던 르네 마그리뜨(Lene Magritte)의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이 작품들을 유리벽도 없이 바로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다니, 천상의 천사들이 지상에 강림하여 그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별 것 아니라도 폄하하려 해도 거장들의 작품에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흡인력이 있는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어린아이가 크래파스로 개발새발 그린 것 같은 그림이나 조금 색이 다른 해골을 가져다 붙여놓은 것 같은데, 괜히 신경이 쓰입니다. 그리고 그 그림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림을 바라보게 됩니다. 키스 해링(Keith Haring)이 누군지도 몰랐고, 앤디워홀(Andy Warhol)이 이 그림을 그린 줄도 몰랐던 저 같은 단세포 같은 사람도 그렇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아트바젤에 교과서에 오르내릴 사람들의 작품만 모아 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트바젤이 내세우는 목표 - 비록 그 이면에 다른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는 보다 많은 젊고 새로운 예술가들에게 기회와 가능성, 자신의 그림이 판매되는 성취감을 주는 것이라고 하며, 그에 걸맞게 수많은 신진 화가들의 작품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은 결국 저 같은 문외한도 알만한 작품이 다수 포함되게 마련인지라 이번에 올린 그림 대부분이 걸작의 반열에 드는 작품들에 국한되어 버린 것이죠. 

 그럼 다음번 포스트에는 제가 마음에 들어한 신진화가 - 혹은 이미 유명하지만 제가 지금껏 모르고 있었던 예술가, 예를 들어 탐 웨슬만(Tom Wesslemann)같은 분 말이지요 - 들의 작품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구룡(九龍)성의 노점들을 돌아본다고 좀 피곤해서, 이만 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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