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香港):더'티'호텔(The T Hotel) Travel.旅游


 저와 아내의 홍콩 여행이 48시간도 남지 않았을 시점이었습니다. 우리는 화려한 여행의 마지막을 저렴하지만 좋은 숙소에서 보내기로 마음 먹고,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홍콩섬의 남쪽, 폭푸람(薄扶林)으로 향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우리의 마지막 숙소 더 '티' 호텔(The T Hotel)이 있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먹거리와 온갖 볼거리로 명실공히 유명 관광지의 반열에 오른 홍콩이지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로 숙소입니다. 깔끔하고 좋은 숙소는 값이 턱없이 비싸고, 저렴한 숙소는 주변 국가의 비슷한 가격대 숙소와 비교할 때 품질의 차이가 너무도 큽니다. 그런 조건에서 더 '티' 호텔은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환경의 호텔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찾아간 그 곳의 경험은 짧지만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버스를 타고 산을 넘고 홍콩대학을 지나 20분쯤 남으로 가다보면, 번화한 홍콩 중심지와 다른 숲과 오랜 촌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어디쯤의 큰 길가에 내린 우리는 여기 어디에 호텔이 있을까 잠깐 고민을 했지만, 곧 눈에 들어오는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교문처럼 보이는 문을 보고 그리로 향했습니다. 네, 이 호텔은 특이하게도 교육시설 안에 세워진 호텔입니다.

 홍콩에는 정부 지원하에 운영되는 교육기관이 많이 있는데 그 교육기관 중 하나가 바로 ICI(International Culinary Institute) 입니다. 그리고 그 ICI가 학생들의 실습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더'티' 호텔입니다. 이곳의 이름도 사실, 'The Training Hotel'의 줄임말인 것이지요. 때문에 꽤나 흥미로운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객실의 품질 및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너무도 경제적입니다. 체크인 전에 방문한 저희였지만 마침 방이 비어있어 객실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창 밖으로 펼쳐진 경관과 객실의 품질은 너무도 좋았습니다.

 위의 사진은 저녁때 찍은 사진이긴 합니다만...쭉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가 창문 가득 들어옵니다.

방은 넓고 깔끔합니다. 침대는 크고 푹신하며 조명 스위치와 전기 콘센트도 적재적소에 알맞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소파와 티 테이블 외에도 업무용 테이블과 훌륭한 Wifi도 갖추고 있습니다. 

 욕실도 깔끔하고, 큰 욕조에 별도의 TV도 붙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방이 한화 10만원 초반에 제공된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곳이 영리법인이 아니라 교육기관에 딸린 실습시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그런 이유로 호텔의 레스토랑도 실로 경제적이며, 객실의 미니바(!?)도 편의점 수준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미니바의 와인 한병의 가격이 88 HKD, 맥주가 12HKD, 콜라가 7HKD 정도 였습니다. 세상에. 제 평생 처음, 미니바로 배 부르게 먹고 마실 수 있었습니다. 허허허...
  
 두번째 특징은 바로, 이곳에서 일하는 젊은 분들은 거의 대부분이 실습중인 학생이라는 것이지요. 때문에 체크인을 할 때, 방에 들어갈 때, 식사를 할 때 등등 여기저기서 자기가 배운 것을 우리에게 써 먹으려는 학생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당황해하면서, 얼굴을 붉혀가면서, 말을 더듬기도 하지만 그 풋풋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됩니다. 학생시절 처음 과외나 알바를 했을 때, 직장에 들어가 처음 일을 했을 때의 감정과 기억들, 어느덧 잊었던 그 시간이 그들을 보고 있으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학생들이기 때문에 능숙하고 세련된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실습에 열심히인 학생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실수를 찬찬히 교정하고 지적하는 매니저 - 사실 학교의 교수진들의 모습 - 을 보는 것이 이 호텔의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합니다. 객실에서 오른쪽과 왼쪽을 햇갈려서 꽤나 당황해하던 남자 학생과 그리고 아침 식당에서 오믈릿을 실수로 태워 얼굴을 붉히던 여자 학생이 기억나네요. 그들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이 곳의 단점이라면 홍콩 중심지와 조금 떨어진 곳이라는 것 정도입니다만, 스탠리 마켓의 경관을 보거나 트래킹을 하시려는 분들에게는 이곳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홍콩 여행을 자주 가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쯤은 꼭 들려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객실이 30개 뿐이니 일찌감치 예약을 하셔야 할 겁니다.

홍콩(香港):리틀바오(LittleBao)의 홍콩식 버거 Travel.旅游

 
 만약, 누군가 지금 나에게 딱 2시간만 홍콩에 보내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두번 생각할 것 없이 이 곳에서 버거를 사 먹을 것 입니다. 그리고 이후 다시 홍콩에 여행을 간다면 꼭, 이곳에는 다시 가 볼 것입니다.

 이번 홍콩 여행 최고의 수확, 리틀바오(Little Bao)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PMQ를 찾아갔던 날, 뒷문으로 나온 우리 눈에 특이하게 생긴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둠이 깔린 밤 거리, 귀엽게 생긴 아가가 방긋방긋 빨갛게 웃고 있었습니다. 내부의 사람과 주방설비가 보이는 것을 보니 레스토랑 같은데, 저 아기 얼굴로는 도저히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궁금증을 안고 숙소로 돌아와 검색을 해 보니, 요즘 홍콩에서 상당히 유명한, 소위 핫 플래이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간판 메뉴는...특이하게도 햄버거였습니다. 그것도 홍콩식 햄버거.

 이 곳을 이끄는 사람은 홍콩 출신의 젊은 스타쉐프 메이초우(May-Chow)라는 여성분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잘생긴 남자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탁탁 튀는 그녀의 패션센스처럼 - 물론 평소에 저렇게 입지는 않겠지요 - 그녀의 요리는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참신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특히, 홍콩 전통의 식자재를 활용하여 서구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조금 비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화풍의 햄버거를 먹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기에 여행 중 꼭 한 번은 찾아가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하여 25분 동안 특별한 트램을 탄 그날 저녁, 저와 아내는 리틀바오(Little Bao)를 찾았습니다. 중국어로 'Bao'는 여러가지를 의미합니다. 

 1. 먼저, 햄버거를 중국어로 '한바오'(汉堡,hànbăo)라고 합니다. 
 2. 그와 동시에 쉐프 메이초우가 즐겨쓰는 홍콩식 번(Bun)을 중국어로 표기하면 바로 '바오'(包,bāo)로 쓰지요. 
 3. 마지막으로, 어린 아기를 중국어로 바오바오(宝宝,băobăo)라고 하지요. 

 그래서 이곳은, 홍콩식 번으로 햄버거를 만드는 곳이지만 간판으로 떡 하니 어린 아이의 얼굴을 쓸 수 있는 것이지요. 감각적이며 재미있고, 그와 동시에 현지의 특징도 잘 담긴 멋진 센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음식도 그만큼 맛이 있을까요?


 리틀바오의 주방은 오픈식으로 흰 옷을 입은 3명의 쉐프와 검은 옷을 입은 한 명의 바텐더가 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홀 담당 직원은 2명. 계산대는 안쪽 구석과 입구쪽에 각각 하나. 계산 시 사람들의 동선이 엉키지 않도록 고려한 듯 합니다.


 메뉴는 크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FOR SHARING'이라고 되어 있는 가벼운 요리들, 'BAOS'라고 되어 있는 홍콩식 햄버거, 그리고 'SWEET ENDING' 이라고 되어 있는 단 한 종류의 디저트. 예산을 고려해서, 일단 FOR SHARING에서 하나, BAOS 각 각 하나씩, 그리고 디저트를 시켰습니다. 그제서야 여유를 가지고 주방이 어떻게 돌아가는 가 슬쩍 살펴봅니다.

 튀김기에서는 닭이 튀겨지는 가운데 옆의 대나무 찜기에서는 새하얀 번이 나옵니다. 견습 쉐프로 보이는 젊은 사람이 디저트를 만들어 올리는 듯 했더니 옆의 주방장이 흘낏 살펴보고 가차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립니다. 허허. 하지만 그 친구는 흔들리지 않고 - 표정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만 - 홍콩 거리의 건어물 상점에서 본 듯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거대한 말린 생선을 잘라 튀기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저 재료로 어떻게 햄버거가 나올지 감도 안잡히고 있는 와중에 첫번째 메뉴가 나왔습니다.


트뤼프 프라이(Truffle Fries)입니다. 그냥 잘 튀겨진 감자 튀김....같은데 뿌려진 소스가 마요네즈 입니다. 그 마요네즈에서 송로버섯의 향이 올라옵니다. 표고버섯으로 만든 템페(Tempeh)와 예상치도 못한 단무지(?!)가 소금대신 간을 담당하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립니다. 아니, 맛있습니다. 감자튀김의 격이 올라가버렸습니다. 접시를 2/3쯤 비웠을 때, 기대하던 버거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포크벨리(Pork Belly)입니다. 보기만 해도 부드러워 보이는 하얀 중국 번이 강렬합니다. 손에 들어보니 손가락이 다시 튕겨올라올 정도로 탱글탱글 합니다. 오오오...한 입 베어무니 잇몸과 이 전부가 포옥 번에 파묻힙니다. 일반적인 햄버거를 먹을 때 닫지 못하는 부분까지 전부 쫀득쫀득 행복해 집니다. 좀더 베어무니, 입안에서 녹아버릴 듯한 부드러운 고기가 저를 맞이하는 군요. 꽤나 오래 삶아내었는지, 어디까지 비개인지 고기인지 구분이 안될 지경입니다. 살짝 느끼해질 듯한 순간, 대파와 붉은 양파가 고소한 참깨소스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입을 열어 한 입 베어무는 순간까지, 식감과 맛의 향연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는 군요. 게다가 그 재료들. 여기가 홍콩이고 나는 홍콩의 버거라고 강렬하게 주장하는 듯 했습니다. 독특하고, 맛있었습니다. 


 두번째 메뉴인 피쉬템프라(Fish Tempura)입니다. 번을 베어무는 순간의 감동은 생략하고, 이번에는 바삭하게 잘 튀겨진 생선 튀김이 저를 맞이합니다. 소스에서는 라오스에서 먹어보았던 타마린드의 단맛과 레몬그라스,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동남아시아의 향신료의 톡 쏘는 맛이 느껴집니다. 생선 튀김을 통으로 패티로 쓴 대담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고상하다는 느낌이 강한 얌전한 버거였습니다. 여기까지 먹은 버거가 너무 맛있어서, 예산을 초과하더라도 버거를 하나 더 시켜버렸습니다. 제가 언제 여기와서 또 버거를 먹어보겠습니까...


  스촨 프라이드 치킨(Szechuan Fried Chicken)입니다. 한입 베어물자 강렬한 매운맛과 신맛이 입안을 강타합니다. 앞의 두 버거에 비해 이 친구가 맛의 격차가 가장 크고 드라마틱 합니다. 스촨의 검은식초와 매운소스로 양념한 치킨이 - 그렇습니다. 양념치킨은 여기서도 대세인 것입니다. - 번지점프를 하는 듯한 급격한 맛의 변화를 선보입니다. 떨어져 죽을가봐 겁이나지만 마요네즈와 코울슬로가 쿠션역할을 합니다. 그래도 아내는 너무 폭력적인 맛있음이라고, 3종의 버거 중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래도 맛있었다는 말은 잊지 않았지만 말이죠. 

 입은 더 먹고 싶다고 절규하지만, 배와 지갑은 이제 그만하라고 경고음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주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디저트가 등장했습니다. 

 LB Iced Bao 입니다. 메뉴는 하나지만 아이스크림을 선택할 수 있으니 사실상 두 종류가 있다고 해야 겠네요. 저희는 연유를 곁들인 녹차 아이스크림을 선택했습니다. 중국에서 유학했을 때 미친 듯이 좋아했던 디저트가 꽃빵을 튀겨 연유에 찍어먹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 고급 버전이 눈앞에 등장해버렸네요. 작은 번을 튀져, 아이스크림을 넣고 연유를 뿌려 작은 햄버거 모양으로 만들어 올린 이 디저트는 그 시절의 향수어린 맛에 창의적인 시도가 잘 어우러진 멋진 디저트라고 생각합니다. 뜨겁고 짭짤한 튀긴 번과 차갑과 달콤한 연유와 아이스크림의 조화. 이것이야말로 차갑고 뜨겁고, 달고 짭짤함으로 이어지는 마(魔)의 맛순환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양이 적은 것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나 더 먹고 싶었지만...

 중화권의 요리방식과 재료로 햄버거를 만들어낸다고 했을 때, 저는 심히 미심쩍었습니다. 빵은 바삭하게 잘 굽혀야 하고, 패티는 육즙이 뚝뚝 떨어지고 불맛이 느껴지는 두꺼운 패티가 있어야 햄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리틀바오는저의 의심을 속시원히 날려버렸습니다. 말로만 현지화된 버거가 아닌, 정말로 다른 방향성을 걷고 있는 맛있는 버거였습니다. 더하여, 인테리어, 운영방식, 메뉴의 디자인과 레스토랑에 걸려있는 그림, 그리고 간판에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고 세련된 레스토랑이라는 느낌이 충만한 곳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격도 경제적이고 맛도 좋은 파인 레스토랑을 만나게 되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다만, 그곳이 홍콩이라는 것이 너무도 아쉽네요.

홍콩(香港):Twenty-Five Minutes Older(二十五分鐘後) Travel.旅游


 솥밥을 먹은 다음 날,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트램을 타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사는 사람이든 잠시 스쳐가는 사람이든 한번씩은 타는 것이 트램인데 트램을 타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만, 이 날 우리가 타는 트램은 조금 색다른 트램입니다. 아트바젤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만 운행하는, 일종의 예술 작품인 것이죠. 

  Twenty-Five Minutes Older(二十五分鐘後)로 이름 붙은 움직이는 예술 작품은 실제 운행되는 트램을 빌려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이 트램의 정면과 후면 도착지를 표시하는 곳에 '私人租用(Private Hire)이라고 붙어 있더군요. 

 이 트램이 운행하는 루트는 총 3개이며, 모두 완차이(灣仔)에 있는 'The PAWN'이라는 예술공간이며 상점이자 카페인 복합적인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영문이름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이곳은 19세기까지 '전당포'로 사용되었던 유서깊은 공간입니다. 그러고 보니 홍콩에는 누를압(押)자가 눈에 많이 들어오는데 그 글자가 바로 전당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2층 카페 발코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행사 진행 요원이 트램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조금 걸어 거리의 탑승 정류장까지 간 뒤, 그 곳에서 트램에 오릅니다. 트램에 타자 1층에서 진행요원들이 간단하게 '참여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첫번째,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잡게 되는데 2층은 캄캄한 암실이니 운행 중에는 일어나지 말것.
 두번째, 자리에는 헤드셋이 있는데 광동어와 영어 버전이 있으니 필요하면 손을 들어 알릴 것. 음량 조절은 알아서.

그렇게 간단한 설명을 받고 올라간 2층의 구조는 창이 하나도 없고, 양쪽 벽에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어떤 상황이 진행될지 전혀 짐작도 되지 않더군요. 일단 자리에 앉아 행사 관계자들이 이야기 했던 대로 헤드폰을 쓰고 볼륨을 조정했습니다. 손을 들자 사람이 와서 헤드폰의 언어를 영어로 맞춰주고 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불이 꺼졌습니다. 그러자, 온통 캄캄한 암실이 된 트램의 벽에, 거꾸로 뒤집힌, 흐릿한 홍콩 거리가 비춰집니다. 이윽고 트램이 움직이자, 그 거리의 풍경 또한 따라서 움직입니다. 그리고 헤드셋에서 나직한 음성이 들립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 들렸던 문장은 이랬던 것 같습니다.'

 '홍콩은 한 알의 진주이며, 큰 대도시이자, 나쁜 곳이다.'

 암실 벽에 뒤집힌 거리의 영상을 뿌리는 그 하얀 구멍은, 실로 한 알의 진주같이 보였습니다. 트램의 가고, 정지함에 따라 그 진주는 지금 거리에서 펼쳐지는 사건과 사람을 흐릿하지만 여과없이 벽에 그려냅니다. 그 거리의 풍경에 따라 귓가에는 나직하지만 뚜렷한 문장이 들려옵니다. 예를 들어, 화려한 명품샵과 쇼핑몰이 즐비한 번화가를 지날 때 들려온 문장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新潮服装店隔壁是石油公司。石油公司隔壁是金。金隔壁是金。金隔壁仍是金。'
 
(부티크 옆에는 석유 회사가 있다. 석유 회사 옆에는 금 거래소가 있고, 금거래소 옆에는 또 금 거래소가, 그 금 거래소 옆에는 역시 또 다른 금 거래소가 있다.)

 별 의미 없는 문장처럼 보이는 이 설명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과 엮여 묘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화려한 외양의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곤함, 어려움, 하지만 그들의 소소한 기쁨과 삶의 의미, 행복들이 그 말과 이미지들 사이로 조금이나마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신비한 체험이었습니다. 그렇게 덜컹덜컹 25분이 흐르고, 다시 불이 켜졌습니다.

 도착한 곳은 웨스턴 마켓.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왠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본 느낌이 들어 갑자기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램에서 들었던 문장들이 예사롭지 않아 찾아보니, 작가 류이창(劉以鬯)의 소설 <뒈이다오(對倒)>의 문장을 빌려 사용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 소설<뒈이다오>가 2010년 각색되어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왕가위의 <화양연화(花樣年華)>입니다. 

 그 아련함. 그 화려함 속에 사그러지던 사람들의 삶과 기쁨과 아픔들. 그 감정이 여기서 이렇게 이어질 줄이야.

호류지 오층탑(Horyu-ji Pagoda),607 CE,Ikaruga,Nara,Kansai,Japan 翻译


층수 5층  재료 목재  절의 면적 14.6 헥타르 / 36 에이커  높이 32.45미터 / 106 피트

 <일본서기>에 따르면 서력 522년 백제의 성왕이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승려와 비구니, 불화와 다수의 경전을 일본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 후 저항과 수용의 시간을 거쳐 쇼토쿠 태자(572 – 622)의 인도 아래에서 일본 조정은 불교를 수용하게 됩니다.

 쇼토쿠 태자는 불교 문화를 융성하게 하고 그의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시텐노지(四天王寺)나 호류지(法隆寺) 같은 절을 세웠습니다. 수도원적인 성격을 지닌 복합시설인 중국의 절(寺)과 마찬가지로, 넓고 평평한 땅에 세워진 호류지는 사방이 벽과 장대한 불문에 둘러 쌓여 있습니다. 호류지에는 탑을 포함하여 총 21개의 건물이 세워졌으며, 금당(金堂), 사리전(舍利殿), 강당(講堂), 식당, 경당(經堂)과 승원(僧院)을 비롯한 다른 건물들이 포함됩니다.

 호류지의 목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입니다. 중국 양식의 이 목탑은 높은 계단식 구조의 돌 기단 위에 세워졌으며 탑의 사면(四面)이 똑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나, 실제 출입구는 한군데뿐 입니다. 속이 비어있는 호류지의 탑은 수많은 목제 서까래로 지탱되며, 심주에서 시작된 탑두부는 인도의 ‘우산’ 모양과 흡사한 초기 양식과 유사한 형태로, 수많은 둥근 원반으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중국식 까치발 구조가 처마끝이 들린 육중한 기와지붕을 떠 받치고 있으며, 작은 종이 처마 끝에 달려 있습니다.


  호류지는 부처의 뼈 조각을 보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조각은 심주 아래의 땅에 묻혀있다고 전해집니다. 호류지의 탑은 711년에 만들어진 독특한 양식의 제단으로 매우 유명합니다. 크게 4개의 장면이 나타나는 이 작은 사이즈의 점토판에는 부처의 죽음과 사리의 분배, 중국 현자와 지장보살의 토론, 미륵불이 도래한 극락정토가 각각 그려지고 있습니다.


* 이 글은 'Making Sense of Buddhist art & Architecture'의 일부를 번역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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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Five MATERIAL Wood TEMPLE AREA 14.6ht/36 ac. HEIGHT 32.45m/106ft

 According to the Nihon Shoki or Japanese Records of History, the Korean King Seong of Baekje introduce Buddhism to Japan in 522 CE by sending Buddhist monks, nuns, images of Buddha and a number of scriptures. After a period of resistance and accommodation, the court, guided by Prince Shotoku (572-622), accepted Buddhism.

 Prince Shotoku built temples like Shitenno-ji and Horyu-ji to spread Buddhist culture and protect his empire. Like the monastic complex of China, Horyu-ji, set out on vast, flat track of land, is surrounded by a wall and monumental entrance gates. There are twenty-one buildings in additional to the pagoda, among them an image hall, reassure hall, lecture hall, refectory, library, monastic quarters and other buildings.

 The pagoda itself is the oldest wooden structure in the world. It is in the Chinese style, set on a tall, stepped, stone base, with four identical faces but only one functional door. The tower, a hollow structure, is supported by massive wooden beams, and the spire rising from the core beam is encircled by a series of round disks, like the ‘umbrellas’ of the India prototype. A Chinese bracketing system supports the heavily tiled, upturned roof, and small bells hang from the roof corners. 

 Horyu-ji is said to contain a fragment of a bone of the Buddha, buried in the ground beneath the central mast. The pagoda is further distinguished by its unique interior altar with four sculptural tableaux, created in 711. The small-scale scenes of sculpted clay represent the death of the Buddha division of the relics, a debate between a Chinese sage and the Bodhisattva of Wisdom and the Paradise of the Buddha of the Future.

홍콩(香港):곤씨네 솥밥집(坤記煲仔饭) Travel.旅游


 꽤나 늦게 점심을 먹었지만, 딤섬의 가장 큰 단점은 배가 금방꺼진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엔샹쥐(蓮香居)에서 점심을 먹고 특별히 힘쓸 일도 없이 숙소에 돌아가서 쉬었건만, 해가 지고 어둠이 거리에 내릴 즈음 다시 배가 고파지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돈을 좀 아껴보려 했건만 배를 곯아가면서 참을 것은 없다고 생각한 우리 부부는 다시 거리로 맛있는 한 끼를 먹기 위해 나아갔습니다. 

 그리하여 동네 한 귀퉁이에서 찾아낸 곳이 곤씨네 솥밥집(坤記煲仔饭)이었습니다.

 꽤나 맛있는 집인지, 식당 안의 자리 뿐만 아니라 바깥에 내어 놓은 테이블까지 모두 사람이 차 있었습니다. 바깥에 앉아계신 분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대함 - 위가 크다는 것 - 을 자랑이라도 하는 것 처럼 대량의 맥주와 요리를 시켜놓고 부어라마셔라 하고 있었습니다. 휴대용 가스렌지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탕과 솥요리들을 보니 저도 침이 넘어가더군요. 어떻게 주문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않았지만 부딪혀보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습니까. 우리 부부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두명 자리는 있더군요.


 안으로 들어가는 중, 옆에서 후끈한 열기와 맛있는 냄새가 나서 돌아보니 정말 무뚝뚝해 보이는 아저씨가 불 앞에 서서 그 위에서 끓고 있는 솥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때때로 솥 뚜껑을 열어 뭔가 알 수 없는 육수를 붓기도 하고, 불을 조절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곳의 메뉴는 크게 4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력메뉴인 보자이(煲仔菜) - 돌솥요리와 탕(汤),야채(蔬菜), 그리고 사이드메뉴(小菜)가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메뉴가 참 많습니다. 이 많은 것을 다 구분해서 주문을 하는 이곳 사람들이 신기하고, 이 많은 메뉴를 한 곳에서 요리하는 홍콩 식당들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보면서 젓가락과 식기들을 끓인 물로 소독하고 있으려니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으러 옵니다. 일단 그래도 익숙한 것을 3가지, 솬롱가이란(蒜茸芥蘭), 위샹치에즈바오(鱼香茄子煲),시엔단정러우빙(鹹蛋蒸肉饼)을 주문합니다. 그랬더니 가장 마지막 시엔단정러우빙은 30분 정도 걸리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네요. 뭐가 그렇게 오래 걸리나 싶어 약간 당황했지만 괜찮다고 해서 돌려보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첫 메뉴가 나왔습니다.

 그 어디에서 기름에 볶는다는 이야기가 없었던 야채 메뉴를 시켰는데 역시나 기름에 볶아서 나옵니다. 중화권에서 생야채가 나오길 바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죠. 겉보기에는 초이삼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카이란(芥蘭)을 다진 마늘과 함깨 볶은 요리입니다. 초이삼보다 좀 더 두껍지만, 좀 더 깊은 맛이 있습니다. 대가 굵어, 기름에 볶인 바깥 부분과 생생한 맛이 남아있는 안쪽에서 색다른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지요. 아드득아드득 씹히는 맛이 있어 이것만 있어도 맥주 한병은 거뜬히 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도 있구요. 처음에는 뜨거워서 입에 넣기도 어려웠던 카이란이 반쯤 식었을 때 쯔음, 두번째 메뉴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화교들이 하는 식당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요리, 위샹치에즈(鱼香茄子)를 돌솥으로 한 요리 입니다. 본토의 큼직한 가지를 박력있게 퍽퍽 썰어서, 다진 돼지고기와 파, 고추를 넣고 위샹소스를 뿌려서 돌솥에 푸욱 쪄냅니다. 맛있어 보여서 한 입에 가지를 홀랑 넣었다가 입천장을 다 데었습니다. 하지만 그 맛, 커다란 가지의 속속들이 베어 든 고기와 파와 위샹소스의 맛은 뜨거운 가지를 우물우물 씹어 삼킬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그냥 먹기는 조금 짜더군요. 사실 마지막에 주문한 솥밥과 같이 먹을 생각이었는데 시간 간격이 길어져서 약간 낭패였습니다만, 그렇다고 공기밥을 따로 주문하기는 애매해서 그냥 먹었습니다. 역시 본토의 가지로 쪄 먹는 위샹치에즈는 맛있더군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큰 가지를 보기가 어렵지요.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일어나고, 다른 사람이 들어와 식기를 씻고 주문을 할 때 쯔음 마지막 요리가 나왔습니다.

 소복하게 쌓인 고기위에 눈처럼 계란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육즙을 잔뜩 머금은 쌀밥이 숟가락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요리가 왜 이리 오래걸리나 싶었는데, 먹어보니 밥이 아닌 쌀을 넣고 끓였기에 오래 걸렸던 것이더군요. 뜨끈뜨끈한 솥밥의 열기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쌀은 햇밥에서 눌은 밥으로 변해가고, 그 쌀알의 변화 사이에서 익어가는 계란과 고기의 다양한 식감을 느끼기 위해 저와 아내는 부지런히 손을 놀렸습니다. 먹다 남겨놓은 위샹치에즈를 위에 얹어 먹기도 하고, 같이 나온 간장을 부어 먹기도 하고, 그냥 먹어도 봅니다. 다 맛있더군요. 솥밥의 즐거운 점은 가장 마지막에 득득 바닥을 긁어먹는 누룽지. 이 누릉지는 쌀알이 작고 고기기름이 잔뜩 베어 있어 구수한 본연의 맛에 튀김같은 느낌이 있어 좋았습니다. 오래기다리긴 했지만, 저는 만족스럽게 식사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일어나서 계산을 하자마자 잽싸게 자리를 치우고 손님을 앉히는 가게 아주머니가 조금 야속했지만, 홍콩 밥집은 다 그러려니 생각하는 저를 보니 어느 정도 홍콩에 익숙해 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이제 몇 일 지나면 이 곳을 떠나야 한다니. 오늘 먹었던 맛있는 한 끼를 생각하면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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