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西安):친절한 훠궈(火锅)집, 하이디라오(海底捞) - 시안(西安)


  무사히 병마용을 탈출한 우리는 올때와 똑같이 306번 버스를 타고 신속히 시안기차역으로 복귀, 택시를 타고 숙소 근처의 종루로 왔습니다. 시안에서는 택시가 제일 속 편한 교통수단인 듯 합니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 덕발장(德发长)에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유명한 교자(饺子)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많이 실망했습니다. 

우선 서비스 제공 방식에 실망했습니다. 덕발장은 저처럼 적은 금액으로 간단히 먹고 가는 사람과 연회 수준의 정찬을 즐기는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1층에는 맥도널드 처럼 벽에 붙은 차림표를 보고 주문하는 간편 식당을, 2층에는 회전식 원형 테이블과 별도의 방을 갖춘 정찬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차별화 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그 방식은 상위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진행 되어야지, 하위 서비스의 품질을 낮추거나 방치하는 방식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체 브랜드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덕발장(德发长)은 여러가지 악수를 두고 있는 듯 합니다. 대부분의 손님이 1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1층의 종업원 수와 위생상태, 메뉴가 나오는데까지 걸리는 대기 시간, 그리고 접객태도 등에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다들 너무 더워서 그런 것 일까요.

둘째로 맛. 아무리 서비스가 좋지 않아도, 맛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어느 중국작가의 에세이를 항공기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맛집이 음식맛을 내는데 집중하다 보면, 서비스에는 소홀해 질 수도 있죠. 그리고 서비스가 최상급이라도 음식이 맛이 없으면 내가 온 곳이 식당인지 아닌지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덕발장의 교자는,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맛이 굉장히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가격대비 제공 분량을 고려하면, 이게 마뜩치 않더군요. 제 기억속의 중국 교자는 '몇 인분'이 아니라 몇 근'으로 내 주는 메뉴 였습니다. 푸짐하고, 맛도 있었죠. 그런데 덕발장은 좀스럽고, 맛도 그저 그랬습니다. 시안에 다시 와도, 이곳을  또 가진 않을 것입니다. 뭐, 기대를 전혀 하지않고 간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이렇게 시안의 음식에 실망한 저에게 회심의 반격을 가한 참신한 레스토랑이 있었으니, 바로 사천식 훠궈(火锅)집, 하이디라오(海底捞)입니다.

부실한 점심으로 불만과 실망이 가득한 일행들을 그 상태로 다음날의 일정을 요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 다시 비행기로 이동해서 바로 해발 3천에 가까운 황룡(黄龙)으로 가야하는 코스는 생각보다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기에, 약간의 비용초과를 감수하더라도 모두 만족할 만한 보양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아내와 합의하였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메뉴는 훠궈였고, 바이두의 지도 및 맛집 평가를 보니 하이디라오(海底捞)의 평가가 이상할 정도로 높았습니다. 그런면이 오히려 궁금해서, 저녁은 여기에서 먹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낮잠을 자고, 내일 이동할 짐을 미리 싸 두고, 다음 이동지인 황룡 및 구채구에 대한 정보도 확인하고 있으려니 어느덧 시간이 7시입니다. 먹고 싶어도 먹지 못했던 대륙의 진짜 훠궈를 오늘은 먹는다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더군요. 하이라오디 훠궈는 프랜차이즈 훠궈집으로 시안에도 다수의 지점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숙소였던 센트럴 시안에서는 서문(西門)지점이 가장 가까웠습니다.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으로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착 직후부터, 참으로 중국에서 겪기 힘든 경험을 하게 됩니다.

- 택시를 타고 훠궈집 앞에 내리니, 종업원 한 명이 택시로 다가와 '친절하게' 여기에 온 것이 맞는지 물어 봅니다. 그렇다고 하니 방긋 웃으며 입구는 이쪽이며, 방문해 주신 것을 감사하다는 인사를 합니다.

- 입구에는 대기 손님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편한 의자들이 놓여 있었으며, 기다리는 동안 손님들의 네일캐어(...)를 해 줄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희 일행은 조금 일찍 갔기에 네일 캐어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 레스토랑에 들어갔을 때, 외국인 임을 알아본 종업원은 모두 공손히 손짓으로 자리의 위치를 표시합니다. 좁지 않은 실내에는 적당한 수의 종업원이 절절하게 배치 되어 있었고, 모두 경호원들이 쓰는 것 같은 무선 수신장치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동하는 도중 당황하지 않고 편한 자리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 그렇게 자리에 앉으니, 영혼이 섞인 친절한 미소(...그렇게 까지 하기에는 쉽지 않을 텐데)를 가진 청년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아이패드를 보여 줍니다. 메뉴를 주문하는 동안 옆에서 대기하며, 필요할 경우 손님이 편하도록 가이드를 합니다. 비싼 메뉴를 추천하는 행동은 전혀 없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 메뉴는 모두 사진과 그림이 첨부되어 있으며, 1/2인분 주문(!)이 가능합니다.

- 주문 하는 동안, 안경을 낀 사람에게는 식사 중에 훠궈의 김으로 안경이 흐려지니 닦으시라고 1회용 안경닦이를 건네주고 갑니다. 머리가 긴 사람에게는 머리를 묶으실 경우를 대비해서 머리끈도 주고 갑니다. 꽤나 좋은 머리끈 인지라, 아내는 여행내내 그때 받은 머리끈을 썼지요. 앞치마, 기본음료 등의 제공은 당연하지요.

...일일이 나열하면 끝도 없을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이 곳은, 중국에서 보기 힘든 '친절함'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평점이 좋겠지요. 게다가 지나치게 친절한 것은 또 아닙니다. 얼마나 연습을 했던지, 미소나 행동이 과하거나 귀찮지가 않더군요. 참으로 감탄할 만한 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불현듯 겁이 났습니다. 이거, 음식은 맛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곧 나온 여러가지 메뉴를 보고 그런 걱정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제가 입에 밀어 넣기 바빠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 너무도 한이 됩니다.


훠궈의 탕수는 백탕과 마라탕이 반씩 들어간 위엔양궈(鸳鸯锅)가 정석이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양고기 2인분과 소고기 1인분, 갖은 야채 1인분, 배추 1인분, 샹차이 1인분(...내가 왜 그랬을까...), 감자 1인분, 수제 어묵 1인분, 말린 두부 껍질 1인분, 갖은 버섯 1인 분 등등...꽤나 많이 시킨 후에 맥주까지 2병을 넣고 총 비용은 400 RMB가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수박 등 과일은 무제한으로 샐러드 바에서 가져다가 먹을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메뉴의 맛, 일단 백탕의 시원함과 마라탕의 신맛과 얼얼한 맛, 가져다준 소고기와 양고기의 질과 얇게 썰린 수준 - 지나치게 얇으면 좀 그렇죠? - 야채의 신선도 등등 모든 면에서 상위 였습니다. 1인분 씩 시킨 것 치고는 양도 많았지요. 훠궈를 처음 드셔보시는 어머니, 아버지도 처음에는 좀 꺼려하시는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나자 맥주를 반주삼아 잘 드십니다. 

식사를 하고 있으려니, 테이블 담당 종업원이 우리 가게를 찾아 주신 것을 환영한다고 이렇게 과일 바구니를 만들어서 가져왔습니다. 같은 나라에서도 이렇게 서비스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신기했습니다. 

중국에 도착한지 겨우 2일차, 호텔 조식을 제외하고 4끼의 식사를 진행하는 중 음식을 주문하면서 메뉴를 너무 적게 시키는 것이 아닌지, 혹은 뭔가 잘못 주문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눈치를 보면서 부담스럽게 먹었던 적이 3번 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마음편히 식사를 하는 것은 참 오랜만인 듯 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 일행들의 긴장도 풀려셔, 기분좋게 웃고 마시면서 즐겁게 저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시안의 물가에 비해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자주 오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때 보니, 가게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점심과 저녁의 차이 일수도 있지만, 손님이 드문드문 있었고, 종업원들에게 생기 라고는 반푼도 없던 덕발장과 너무도 다른 분위기 이었습니다. 하이라오디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안 뿐만 아니라 북경과 상해 등 중국의 각 대도시와 한국와 일본에도 지점이 있다고 하네요. 장사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PS. 혹시 서안에서 찾아가실 분이 있을까 아래와 같이 사진을 첨부합니다.





덧글

  • kiekie 2016/06/27 16:33 # 답글

    시안 꼭 가보고 싶은 도시인데 추천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많이 더웠나봐요?
  • Oldchefs 2016/06/27 17:52 #

    ^^ 네 꽤나 더웠습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이번 여행기간의 시안은 정말 더웠습니다. 6월 ~ 8월 중에 가신다면 날씨 정보는 챙기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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