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촨(四川):해발 3천 미터에 숨어있는 절경, 황롱(黄龙) - 스촨(四川)


 여행의 3일차, 더위와 벽돌과 토굴 등등 4대 속성의 토(土)와 화(火)로만 이루어진 것 같던 도시 시안을 떠나서 물과 나무를 찾아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어제 저녁 미리 호텔에 부탁해 둔 택시가 아침 일찍부터 로비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 부모님과 함깨 하는 효도여행이 아니라면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겠습니까 -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가야하는 오늘, 호텔 조식은 먹지않고 나가려니 조금 허기가 지네요.

길 떠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요일과 날짜가 헷갈립니다. 평일인지, 휴일인지 조차도 구분이 되지 않네요. 그런 혼란상이 이유없이 기쁩니다. 이 순간 만큼은 저는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아내와 부모님의 요구 사항을 제외하고 말이죠. 새벽의 고속도로를 기분좋게 달려, 택시는 우리를 센양공항의 국내선 터미널에 내려 줍니다. 

짐 검사를 하고 공항안에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면(麵)요리와 군만두를 시켜 먹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어느 도시든, 공항 음식이 맛있는 경우는 참으로 드물고, 그 가격이 싼 것은 그것 보다 더 드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항 직원과 공사 사장은 의무적으로 자기 돈으로 할인 없이 공항 밥을 근무 시간 중에 직접 사 먹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뭐가 좀 바뀔 것 같군요.

시간이 되어 비행기를 타고 우리는 스촨(四川)에 위치한 구황(九黃)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중국 동방항공이 운영하는 미니버스에는 사람이 반쯤 차 있었습니다. 스튜어디스의 접객 태도는 고객의 교양 수준에 맞춰 특화되어, 이상한 행동을 할 것 같은 고객을 단호하고 엄격한 표정으로 제압하고 있었습니다. 그 덕에 얌전한 우리도 약간의 불이익을 받았지만 좌석 주변이 비교적 질서있게 유지 되었다는 점에서 많이 만족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고작 2시간 남짓 하는 비행에도 사람이 없는 좌석으로 넘어가 다리를 뻗고 눕기 위해 혈안이 된 중국 사람들로 기내는 국공내전이 터진 것 마냥 서로 다투고 난리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세상에. 손목에 황금 시계를 금테 안경을 낀 풍채 좋은 양반이 어린 자식과 아내가 옆에서 보고 있음에도 '내가 다리 하나 뻗을 자리로 언제 이동하면 좋을 지' 묻기 위해 위해 몇 분동안 어찌나 스튜어디스를 불러 대는지. - Manners Maketh Man. 그리고 그 스튜어디스 분들에게 영광 있으라.

아, 추가로 기대하지도 않은 소세지빵과 음료가 비행 도중에 한번 나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몇 번의 난기류와 상승 비행을 거쳐 우리는 드디어 구황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구황공항은 해발 3천5백 미터에 위치한 고원 공항으로,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지만 주변 경관과 허술한 건물, 왠지 모르게 침투할 수 있을 것 같은 보안 시설 등은 여행자의 모험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아, 물론 공항 따위를 이용할 돈 같은건 우리에게 없다는 분들을 위해 황룡.구채구에는 성도에서 출발하는 이동시간 8시간의 관광 버스도 있습니다. 저도 부모님만 아니었으면 그 버스를 타 볼까 했습니다만, 그러진 않았습니다.

공항밖으로 나오자, 우리를 맞이하는 유쾌한 것들이 꽤 많습니다. 하나는 시원한 바람과 잡티 하나 섞이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이 계속 씻어내린 듯 푸르디 푸른 코발트 블루의 하늘 이었습니다. 언제나 색이 바래 보이던 시안의 하늘에 질려있던 우리 눈에 청명함이 한 껏 들어옵니다.

그 직후, 서늘한 공기가 우리를 와락 껴 안습니다. 순식간에 몸의 열기가 식다못해 이가 와르르 떨릴 지경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나 모두 즉시 배낭을 열고 겉옷을 꺼내 입습니다. 시안이 프라이팬이라면, 이곳은 냉장실 정도는 될 듯 하네요.

마지막으로, 수줍은 미소를 띈 택시 기사들이 주춤주춤 다가와 택시를 빌리라고 제안합니다. '호객'이 아니라 '제안'입니다. 강압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으로 택시를 타야할 이유과 가격의 합리성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가격은 사전에 제가 조사한 내용과 일치 합니다. 그 외에 택시를 타야하는 이유를 나열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일단, 구황 공항에서 황룡.구채구로 가는 셔틀버스는 있지만, 그 버스는 버스를 타려는 사람이 지정된 정원에 도달해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요는, 비수기에 버스를 타고 제 시간에 이동 하기를 바라는 것은 강아지가 풀을 뜯어먹기를 바라는 것과 비슷한 기대라는 것이죠.
(실제로 강아지는 풀을 뜯어먹기는 합니다.)

- 구채구 - 구황공항 - 황룡은 나열한 순서대로 북에서 남으로 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행자는 공항에서 내리자 마자 황룡으로 갔다가 구채구로 갑니다. 그렇기에 버스를 타면 공항에서 황룡으로 갔다가, 다시 황룡에서 공항으로 온 뒤, 공항에서 구채구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공항에서 황룡으로 갔다가, 황룡에서 송판(혹은 천주사)으로 갔다가, 다시 송판(혹은 천주사)에서 구채구로 가야하는 것이죠. 복잡하고, 중간 중간 잡아먹는 시간이 깁니다.

- 택시는 위의 3 곳을 별도의 기다림과 헷갈림 없이 깔끔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항 - 황룡사이의 거리 1시간, 공항 구채구 사이의 거리 1시간 30분을 고려하면 전 코스 대여료 600 RMB가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그리고 택시 기사는 대부분 친절하며, 믿을만 하고, 여행에 쓸모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60세를 넘은 관람객의 경우 반값표를 살 수 있다는 것이라든지, 고산병 약을 파는 약국을 소개시켜 주거나 (강매는 하지 않습니다.)하는 것들 말이죠. 

요는, 나이가 많은 분들이나 혹은 나이가 많은 분들과 함깨 개별 여행을 오신 분들은 꼭! 필히! 택시를 빌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탄 택시 기사는 가(賈)씨 성의 한(漢)족 아저씨로, 천주사가 있는 천주현에 산다고 합니다. 여기 토박이로 택시 일을 하면서 집도 사고, 꽤나 즐겁게 산다고 합디다. 멋지게 콧수염도 기르고, 괜찮은 장소가 있으면 사진찍으라고 추천도 해주시고, 어머님 아버님의 컨디션은 괜찮은지도 관심있게 물어보시고, 추운곳에 오르면 춥다고 알려주시고, 더운곳으로 내려가면 다시 더워 진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옷도 입고, 가다가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으면서 터덜터덜 농담도하고, 중국에 와서 이런게 순박 하면서도 유쾌한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역시, 사람 많고 복잡한 곳을 벗어나야 제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떤이는 택시 기사와 잡담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잡담을 엉터리로 통역한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는 바깥 풍경에 감탄, 또 감탄을 하고 - 시안에서는 눈도 깜짝하지 않더니 - 어떤 이는 그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택시에서 바깥 풍경을 작인 모바일 사진에 담으려 애쓰십니다. 60 평생 이러는 것은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괜히 죄송스럽군요. 가는 길에도 이러니, 도착하면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가는 중, 황룡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4천 쯤 되는 곳입니다. 가는 길, 주변 풍경에서 마치 마법과 같이 풀이 사라지고 기암 절벽과 함깨 안개가 자욱해지더니 이런 곳이 나오더군요. 6월인데 그저깨 눈이 내려 아직 녹지 않았다고 합니다. 

 잠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숨이 약간 가쁜 것 같습니다. 높긴 높은 곳 입니다. 사진으로는 찍을 수 없는 영험함과 고요함이 주변에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신성스러움이 싫은지 누군가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제가 그 사진을 찍지 않은 이유는, 사진을 찍으면 자기가 눈사람을 만들었으니 돈을 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쳇. 여기서도 치사한 사람은 있군요.

잠깐 나가 있었는데 춥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황룡 갑니다. 내려가는 길도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우리는 황룡 매표소에 도달 했습니다. 해발 3천2백 정도라고 하네요. 고산병으로 인한 자격제한(?)과 6월 이라는 시기적절함으로 사전 조사에서 보았던 기암할 만한 단체관광 인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스! 신이나서 표를 사고 - 연령 60세 반값 할인만세! - 입구에서 팔고 있는 과일빵과 지역 특산인 소시지를 싸서 자체 핫도그를 만들어 일행에게 배포하고 택시 아저씨와 다시 만날 시간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엇갈리거나 급한 일이 터졌을 때 연락을 하기 위해 그 아저씨의 전화번호도 따 두었지요. - 물론 국제전화 요금이 무서우니 전화를 받지는 말고, 번호가 뜨면 이 자리로 택시를 몰고 오는 것으로 말이죠. 

만날 시간은 4시간 뒤로 정했습니다. 어떤 소개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오채지(五彩池)에 들렸다 내려오는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서 2시간 뒤에 만나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 기사 아저씨가 황급히 말립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부모님과 같이 가는데 그러지 말라고 충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말에 따라 4시간 뒤로 약속을 정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분 말 듣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꽤 빠른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우리의 기분도 같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껏 보지 못한 길고 쭉쭉 뻗은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생명력이 넘치는 오래된 나무들이 우뚝우뚝 서 있었습니다. 고산지대의 낮은 산소와 양분, 수분을 고려할 때 이 높이로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백여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생명력이 넘치는 고목 이라는 이상한 말이 성립하는 것이죠. 그런 나무 사이를 뚫고 케이블카가 오릅니다. 이 케이블카로 인해 잘려나갔을 나무 들에게 미안합니다만, 꽤나 비싼 입장료 (케이블카 포함 1인당 280원 입니다! 병마용의 2배에 가까운 요금입니다.)를 받고 있으니 어느 정도 편의를 제공해야 불만이 없을 것도 같습니다. 

참고로, 그 비싼 입장료 덕에 황롱 관람구의 전지역은 상당히 잘 정비가 되어 있습니다. 표지판도 정확하고, 걷는 사람이 헷갈리지 않도록 충분한 수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걷는 길도 넓고 잘 정비되어 있으며, 길 마다 고산병 환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한 산소카페(무료)도 충분히 배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배고프거나 비가 오는데 우비가 없다거나 고산병이 급히 와서 산소가 필요하거나 하는 경우에 대비한 상점이 주변 경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잘 배치 되어 있습니다. 이러니, 입장료가 비싸도 제가 할 말이 없지요. 그에 비하면 화청지의 그 쓸데 없는 입장료는 정말...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불만이 너무 많았네요. 

이윽고 케이블카가 멈추고, 우리는 산의 정상에 가까운 언저리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오채지로 뻗은 산책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공기는 맑을 대로 맑았고, 기후는 서늘 했고, 바람도 솔솔 불었고, 나무와 풀은 우거지고 마음껏 산소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 폐가 맑아지는 느낌 이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눈을 들어 살피면 모두 절경, 이쁘기 그지 없습니다. 위의 사진은 케이블카에서 멀지 않은 뷰 포인트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하늘과 구름과 계곡과 나무가 한데 어울어진, 그림 같은 정경입니다.


늙어 죽은 나무가 마르고 습기를 머금고 다시 마르고 습기를 머금는 과정을 반복하면, 위와 같이 모기 드문 모양으로 비틀어 집니다. 그리고 그 위에 이끼 들이 자리를 잡고, 나무는 죽은 후에도 다시 푸르러 집니다. 이러한 진기하고, 신비한 광경이 산 전체에서 진행 됩니다.

오채지 바로 아래에 있던 잔잔한 호수 입니다. 우기(雨期)라서 좋았던 많은 것들 중 하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 외에 물이 많아서 아름다운 풍경의 진면목을 모두 볼 수 있었다는 점 입니다. 겨울이나, 물이 없었을 때 오신 분들이 올린 사진의 황롱은 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물이 많아 촉촉하게 젖은 황롱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오채지에 다 왔는데, 아버지가 자기는 올라가지 않고 호수가에서 쉬겠다고 합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렸을 때 부터 고산병 증상으로 숨이 좀 가쁘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고산병 약도 드시고 - 고산병 약은 몇 일전 부터 먹어야 한다고 해서 미리 먹기도 했습니다. - 산소통도 오는 중도의 상점에서 사서 마시고 하셨는데도 힘드신가 봅니다. 아쉽지만, 몸이 더 중요하니 어쩌겠습니까. 아버지는 호수변에 두고 저희만 오채지로 올랐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채지로 오르는 계단은 몇 단 되지 않지만, 산소가 부족한 탓인지 나와 아내, 어머니 모두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이 곳에서는 복수의 행동을 하거나 많은 생각을 하면 힘들어 집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에게 말을 걸면서 사진을 찍는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죠. 그렇게 하면 다리가 꼬인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거나, 숨이 가빠지거나 합니다. 여행 내내 떠들던 나의 입도 이 곳에서 만큼은 조용해 집니다. 그리고 오르고 오른 오채지 에서는 그 아름다운 풍경에 더욱 할말을 잃고 조용해 졌습니다.

해발 고도 3천8백, 황룡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아름다운 절경 입니다. 오채지는 다섯가지 색깔을 가진 연못이라는 뜻으로 연못 바닥의 석회암 성분과 물의 깊이, 그리고 햇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5가지로 보이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입니다. 아니나다를까, 높은 곳에서 바라본 오채지는 짙은 녹색, 청록색, 연두색, 옅은 비취색, 옅은 황토색 등 다양한 색깔을 뚜렷이 뽐내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본 진녹색과 진녹색의 연못. 흐르는 물은 투명하기 그지 없는 맑은 물인데 이런 색깔이 나옵니다.


연못 가운 데 피어있는 이름없는 꽃. 석회 성분으로 둥글둥글 연못을 구분하는 가장자리가 마치 피자 클러스터...아니 마치 천상의 조각가가 잘 다듬어 놓은 듯 합니다. 

멀리서 본 오채지의 모습입니다. 자연이라는 위대한 녹색의 화가가 들고 있는 팔레트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 화가가 인간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참 쉽죠?"

저의 실없는 생각에 자연이 노했는지 오채지에서 빠져 나올 때 부터 하늘이 어둑어둑해 지더니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조금 지나자 천둥번개를 동반한 우박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황급히 호수에서 쉬고 계신 아버지를 모시고 하산길에 나섭니다. 우산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 중간 상점에서 비옷을 두벌 구입하여, 일행에게 분배 합니다. 저는 비 맞고 걷는 것이 너무 좋아 그냥 맞으면서 걸어 갔습니다. 맑은 물방울이 머리에 리드미컬하게 떨어지는 느낌. 손과 손사이로 흘러내리는 물방울의 감촉.

그리고 비가 와서 좋은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불어난 수량으로, 잔잔했던 연못물이 넘쳐 이렇게 멋진 폭포가 되었더군요. 이벤트에 당첨된 기분 일까요. 하산을 서두르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폭포 구경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 멋지더군요.

그래도 비가 심해서 저 물이 홍수가 될까 두려워, 우리는 좀 더 속도를 내서 1시간 먼저 기사님과 만나기로 한 곳에 도착했습니다. 약속했던 번호로 전화를 두어번 걸었더니 기사님이 오시더군요. 그렇게 우리는 황룡 관람을 끝내고 구채구에 있는 숙소로 길을 떠났습니다.

안녕, 황롱. 너를 만나서 즐거웠어.

구채구로 가는 길은, 멀고도 은근히 운치가 있었습니다. 왔던 길을 그대로 거슬러 올라가 - 만년설 포인트를 다시 지나가야 했죠 - 공항 근처까지 간 뒤, 다시 꽤나 올라가서 광활하게 펼쳐진 고원을 달려야 했습니다. 주변에는 초원 보호지역이라고 써 둔 간판이 쉽게 눈에 띄었고, 소와 양, 말(!)도 방목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안에서 보기 힘들었던 라마교의 스투파와 손으로 돌리는 마니차가 수십개가 걸려 있는 라마교 사원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분명히 지금까지 있었던 시안과는 다른 문화권에 속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원에서 11개 정도의 커브를 돌아돌아 내려가 구채구 근처까지 가 보니 좁은 2차선 옆으로 호텔과 민박집과 식당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이곳은 시안과 상당히 비슷한 곳 이네요.허허. 도로를 기준으로 약간만 고개를 들어도 깎아지른 산이 그렇게 멋있는데 그 절벽의 바지 가랑이에 어울리지 않는 관광지라니. 구채구도 그렇게 되었을까 괜시리 불안해 집니다. 

불안한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는 어느덧 숙소로 잡은 쉐라톤호텔로 들어섰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좀 좋은 호텔에서 묵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 그 호텔이 구채구 입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이곳을 선택 했습니다만, 깔끔한 방과 입지를 제외하면 딱히 좋은 점은 없었습니다. 특히 식사는...그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숙소에 도착, 기사님께 약속했던 비용 600 RMB를 드리고, 생각난 김에 돌아가는 날에도 저희를 공항으로 태워다 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녁식사 전까지 비에 젖은 몸을 추스리기로 하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습니다.

덧글

  • 와와츄츄 2016/06/29 19:40 # 삭제 답글

    저도 8월초 구채구로 어머님과 자유여행을 떠납니다.

    공항에서 황룡 구채구를 어떻게 가야하나 고민중인데 선생님께서 좋은 정보 주셨어요 .

    글도 너무 재미나게 써주셔서 벌써 구채구 에 가있는 느낌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 Oldchefs 2016/06/30 08:32 #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가셨을 때 좋은 풍경 많이 보시고, 어머님도 기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여행 되세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