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이름 없는 은둔고수의 카오삐약과 카오쏘이 - 루앙프라방(LuangPra..



* 여행이 끝나갈 무렵, 그 집에 갔을때 작은 간판 하나가 입구에 붙어 있었습니다. 멋적은 글씨체로 써 있던 이름,Good People, Good Food, Good Price. 다음 여행까지 그 집이 번성하고 고수 주방장님이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글을 쓰기 전 먼저, 아내가 그린 그림을 보냅니다.

** 그 집이 원나잇푸드트립에 소개되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세상에, 어떻게 그 집을 알았는지 여행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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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시폭포에서 가장 더운 때를 시원하게 보낸 우리는 신나게 달리는 미니밴을 타고 다시 루앙프라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옛 직장 상사와 비슷하게 생겼던 미니밴 기사 - 덕분에 괜시리 좀 밉기도 했습니다. - 는 시내 곳곳의 게스트하우스 앞에 승객들을 다시 내려주었고, 우리는 스타팅 지점이었던 우체국 거리에 다시 섰습니다. 

저녁을 먹기에는 이르고, 그렇다고 그냥 숙소에 들어가기에도 애매했던 우리는 근처의 인디고 카페에 들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신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디고 카페는...비싼 가격에 비해 와이파이 속도도 뭔가 느렸고, 냉방도 애매하고, 커피맛도 빵 맛도 좀 그랬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애매했던 느낌입니다. 심지어는 점원의 미소와 앉아 있는 모양도 애매했었습니다. 

그래도, 루앙프라방에서는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면서 보내든 평균 이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기분 좋은 경험의 아드레날린 상승폭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지만 실망하는 낙폭이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애매한 카페에 앉아 있어도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그 진한 파란색에 시야 가득히 청량함이 퍼집니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 겨를도 없이 감탄하거나 편하다는 생각이들더군요. 제가 촌사람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해는 삐딱하게 거리에 그림자를 그려내고 배고픔이라는 즐겁지만 번거로운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이날은 현지인들도 따로 시간을 내어 찾아갈 정도로 맛있는 국수집에 대한 소문을 들었기에, 그 집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기세좋게 시원한 카페를 박차고 아직은 뜨거운 거리로 나아간 우리. 하지만 이름도 없고 위치도 정확하지 않은 그 집을 찾는데 고생 좀 했습니다. 지금은 언젠가 다시 찾아갈 그 날을 위해 그곳에 가는 길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3나가스 호텔에서 메콩강과 쿤강이 합류하는 지점 방향으로 두 블록을 간 뒤 좌향좌, '루앙프라방 최고의 극장'이 위치한 골목까지 직진한 뒤, 그 골목 사거리에서 다시 우향우 하여 걸어가면 오른편에 그 집이 나타납니다.

위와 같이 생긴 골목에 저렇게 생긴 집에서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름도 간판도 없고, 여기가 음식을 하는 곳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입구 앞에 놓인 큰 메뉴그림 덕이었지요.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좀 일러서 그런지 사람이 있는 테이블 보다 비어 있는 테이블이 더 많았습니다. 주문을 받는 아가씨는 가게 한켠에 붙어 있는 텔레비전의 태국 뮤직비디오에 흠뻑 빠져 있었고요. 테이블에는 피쉬소스와 핫소스가 두서없이 놓여 있었고, 탁자는 좀 끈적거렸습니다. 과연 여기가 그렇게 맛있는 곳인지 의심하던 우리가 망설이면서 손을 들자 그 아가씨가 다가와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 아가씨는 영어를 할 줄 몰랐습니다만, 이곳에 오면 시켜봐야 할 메뉴는 두 단어면 충분합니다. 라오스식 국수인 '카오삐약'과 '카오쏘이'. 우리가 이 마법과 같은 이름을 외치고 손가락을 하나씩 들자, 그 아가씨는 방긋 웃으며 주방으로 가서 주문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더군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수가 등장했습니다.

 돼지육수에 돼지고기와 반만 익힌 계란, 작은 파와 모닝글로리 등 갖은 야채로 고명을 올린 쌀국수, 카오 삐약입니다. 신맛을 내고 싶은 분을 위해 반으로 썰린 라임이 따로 접시에 담겨 나오더군요. 면은, 포(Pho)에 사용하는 넓은 쌀국수가 아니라 우동면처럼 생긴 굵은 면입니다. 특이하죠? 아내가 시킨 메뉴라 많이 먹진 못했지만, 한 입 국물을 들이키고, 한 젓가락 면을 후루룩 먹는 순간 쌀국수 맛에 대한 기준이 갱신되었습니다. 일단, 육수가 베트남의 그것과 달리 매우 진합니다. 네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은 고기육수라는 존재감이 그릇에 가득합니다. 차칫 무식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 맛을 모닝글로리와 향신료가 고분고분하게 달랩니다. 그 '균형'에서 참으로 절묘한 맛이 나옵니다. 그래서 깔끔하다는 느낌이 강하지요.

반면, 제가 주문한 카오쏘이는 베이스가 되는 육수는 같지만 고명으로 사용된 '갈아서 된장으로 볶아낸 돼지고기'의 육즙과 된장이 국물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기본으로 들어간 야채는 숙주와 작은파 정도? 진한 고기맛을 실컷 즐겨보라는 파워풀한 국수 입니다. 그래서 면도 슬몃 자리를 비켜준 모양인지 카오 삐약과 달리 얇고 넓은 면이 들어 있더군요. 이 상태로 먹으면 열혈호쾌, 뜨끈뜨끈하고 진한 국물에 목에 온 몸에 땀이 흐릅니다. 하지만 너무도 맛있어서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출수가 없습니다.


혹시나 그런 고기 일변도의 식감이 지겨울까, 취향에 따라 국물에 추가할 수 있는 야채가 한접시 가득 나옵니다. 콩줄기,라임, 월계수 잎, 고수, 애플민트류의 향신료 등등. 카오삐약이 야채와 고기의 균형을 추구한다면 카오쏘이는 고기와 야채의 융합에서 맛을 뽑아내는 것이죠. 그 막무가내의 조합에서 혼탁하지만 입안 가득히 퍼지는 다양한 맛의 스팩트럼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넣지않고 먹다가, 조금씩 조금씩 야채의 종류와 량을 늘려가면서 먹었습니다. 정말, 정신없이 국수가 입안으로 사라지더군요. 꽤나 양이 많은 듯 했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면이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식사를 끝낼 수는 없죠? 남은 국물에 스티키라이스 누룽지를 투하, 말아 먹습니다. 바삭하게 구워진 누룽지가 국물을 빨아들이면서 마지막으로 고소한 맛을 더합니다. 배가 불러 터질것 같지만 입은 계속 요구합니다. 너는 더 먹어야 한다고.

루앙프라방에 와서 먹었던 수많은 끼니 중, 이 한끼만큼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피자도 좋았고 신닷도 좋았지만 여기에 비길 수는 없지요. 너무도 감격한 저는 머리가 약간 벗겨진 쉐프가 땀을 식히러 잠깐 나왔을 때 그분에게 엄지척을 보내드렸고, 그분은 웃으면서 저에게 합장으로 답해주셨습니다. 그때 그분에게서 소림사 고수에서 볼 법한 여유와 포스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맛있는 두 그릇이 누릉지까지 해서 4만낍도 안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적어도 2번은 그곳을 더 찾아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시 동남아에 간다면 그 국수를 먹기위해 루앙프라방을 갈지도 모르겠네요.


덧글

  • 루앙프라방 2016/09/15 23:00 # 삭제 답글

    저도 작년 두번의 루앙프라방 여행을 했는데 작년 1월에 지나가다 우연히 이집의 카오쏘이를 먹어보곤 여행중 몇번을 더 가고 7월에 또 갔었어요..
    원나잇 푸드트립 보다가 이곳이 나온걸 보고 무지 놀랐답니다...ㅎㅎ 이렇게 이곳의 포스팅을 보니 괜치 반갑네요.
    저도 이국수가 너무나 다시 먹고 싶어서 루앙프라방에 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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