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_르번미(Le Bunmie)의 분레(Bun Rieu) 美食


 요즘 일반 슈퍼에서 파는 먹거리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과 한 번 먹어본 그 브랜드의 케찹이 너무도 맛있어서 조금 비싸더라도 매주 장은 한X림만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거주하는 이태원에는 한X림이 없는 관계로 이촌 혹은 구반포 매점을 이용하고 있지요. 오늘은 날씨도 좋고 기운도 남아돌아 산책 겸 장보러 이촌까지 아내와 같이 걸어갔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배가 고프더군요. 적당한 먹거리를 찾던 우리 둘 앞에, 언제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맛있는가보다 했던 한 가게가 막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그 가게로 들어섰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소개드릴 곳은 이촌의 베트남 레스토랑, 르번미(Le Bunmie) 입니다.

 외관은 약~간 허름해도 내부는 깔끔하고 나름 디자인에 신경쓴 흔적이 보입니다. 저는 파이프와 원목으로 만든 탁자 테이블을 너무도 좋아하는데, 이곳의 테이블이 전부 파이프와 나무로 만들어져있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게는 11시에 여는데 열기 전부터 3명 정도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분들이 서 계시더군요. 저희 부부까지 들어가고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주변 직장에서 점심 드시러 오는 분들이 하나 둘 몰려오더니 가게안은 손님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부족한지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프렌차이즈라고 들었는데 이촌에서 이정도의 집객력이라니, 조금 놀랐습니다. 

 걸어온다고 배가 고팠던 관계로, 메뉴는 각자 먹을 것 하나씩에 나누어 먹을 메뉴까지 해서 총 3개를 시켰습니다. 일단,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으로 기준을 가늠하듯, 베트남 레스토랑에서는 포(Pho)를 먹어봐야 겠지요? 

 국물은 참 진하고 깔끔했는데, 신기하게 별로 뜨겁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식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딱 먹기좋은 온도인데 그렇게 높은 온도가 아니면서도 이렇게 진한 국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끝에 약~간 조리료 맛이 도는데 동남아가서 먹어봐도 그 맛은 안날 수가 없는 맛이더군요. 이제는 그 맛이 안나면 섭섭할 정도입니다. 쌀 국수와 잔파, 숙주와 초에 절인 양파가 밸런스 좋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자로 잰듯한 양씩 들어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튀지도 않고 부족한 것도 없는, 기본에 충실한 맛있는 쌀 국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딱 하나 특이했던건 고기 고명이, 꽤나 두툼했으며 고기 향이 진했다는 것입니다. 고기가 두툼한 것은 좋은데, 고기 향에 대해서는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네요. 저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해서, 고수나물을 좀 더 시킨 뒤 고기 고명에 둘둘 말아 먹었답니다.

다음은 베트남식 튀김만두라고 할 수 있는 짜조(Cho Gio) 입니다. 만두라면 제가 그냥 지나갈리가 없지요.


 일단 플래이팅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예쁘장한 세라믹 용기에 샐러드용 쌈 야채를 썰어서 깔고, 그 위에 짜조를 먹기 좋게 썰어서 올렸습니다. 소스는 월남쌈용 스윗칠리소스에다가 사워크림을 반반 담아내주었는데, 이게 기가 막히게 어울렸습니다. 스프링롤은 바싹 튀겼으니 당연히 바삭거렸고 속은 푸짐하게 채웠으니 입안 가득 풍족하더군요. 살짝 느끼할 수도 있는 튀김의 기름기를 깔끔한 사워크림이 뒷정리를 하고, 그 뒤에 칠리소스가 달콤새콤함을 마음껏 힘을 발휘합니다. 만들기도 훌륭하지만, 어떻게 내어야 더욱 맛있을지에 대해 영리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한 만족스러운 단품요리였습니다. 와이프는 이 짜조가 제일 괜찮았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온것이 이 집의 간판요리인 분레(Bun Rieu)였습니다.


 첫 인상은 괜히 매울것 같아...였는데 전혀 맵지 않습니다. 저 붉은 색은 모두 싱싱한 토마토의 향연이더군요. 대접 하나 가득, 토마토의 은근한 신맛과 단맛이 갖은 해산물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있습니다. 스푼으로 휘저어보면 세상에나. 커다란 홀 토마토가 통째로 풍덩 빠져있더군요. 그래서 일까요, 비주얼과 달리 아주 개운하고 맑은 국물이 일품인 요리였습니다. 와이프가 딱 한 숟가락만 준 관계로 더 이상 뭐라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까다로운 입맛도 잘 통과한, 매우 독특하면서도 맛있는 메뉴였습니다.

 

 진한 국물을 연신 들이키다보니 어느덧 숫가락이 그릇의 빈 바닥을 긁고 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다른 걸 시켜볼까 싶다가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마음에 걸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메뉴 세개를 먹고 나온 계산서는 총 2만8천8백원. 가격도 무난한 듯 했습니다. 배도 불렀으니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와이프에게, 매주 금요일에 장을 보러오면 가끔은 외식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말로는 그럴 돈이 어디있냐고 핀잔을 주는 그녀도 그렇게 싫은 눈치는 아닌 듯 합니다.

Ps. 식사 도중 들려온 소식에, 밥맛이 더욱 좋아졌더랬습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