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_YOUTH - 청춘의 열병, 그 못다한 이야기 日常.Etc


  저라는 인간은 사고방식이 단순하고 복잡한 것을 싫어 하는지라 그림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합니다. 예를 들어, 화살을 맞고 멀쩡하게 살아있는 성인의 그림, 빛이 가득찬 연못 위에 핀 수련, 지는 해를 배경으로 기도를 드리는 농부의 뒷모습은 너무도 좋아합니다. 공부하지 않고 뇌를 내려놓은 상태로 가도 나의 두 눈으로 무슨 그림인 줄 알고 고민할 것 없이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시간과 경험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요즘 미술관들은 저를 힘들게 합니다. 그림 혹은 바닥에 널부러진 물건들을 들여다보고 한참 고개를 갸웃거려도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작품의 제목을 봐도 더욱 아리송합니다. 여기는 제가 올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결국 되먹지도 않게 머리를 굴린 탓에 떨어진 당을 보충하러 미술관 밖으로 나가 초콜렛이나 사탕을 입안에 한껏 우겨넣습니다. 이 순간 어디에도 감동은 없고 자괴감과 짜증만이 가득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미술관을 가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없는 시간 쪼개어 쉬러나온 시민들에게 숱한 미술관들은 콧대를 세우고 비웃음을 짓는 듯 합니다.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냐. 여기에 끼고 싶으면 교양 좀 더 쌓고 오라고' 

  그런데 최근 저 같은 단세포도 자주 가는 곳이 있으니, 한남동의 D-Museum 입니다. 어떤 분들은 말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 사진이나 찍는 인스타그램 명소일 뿐이라고요. 눼눼, 그렇습니다. 애들이 공부를 안하는 이유는 교과서가 미친듯이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애들이 문제가 있어서겠지요?

  요즘 그 핫플레이스에 젊은 사람이들의 똘끼와 반항, 거침과 솔직함을 그려내는 28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고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느낌 충만하고, 재미있을거라고요. 그래서 가 봤습니다. 


 그곳은 음악이 없는 클럽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두운 조명아래, 벽에는 제멋대로 포즈를 취한 거리의 청소년 사진들, 스케이트 보드에 그려진 그림들이 가득 걸려 있었습니다. 머리 위 네온사인에는 자극적인 문구가 반짝이고 있더군요. 문신을 하는 동영상, 투팍이나 스눕독의 사진들이 코너마다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그 여기저기에서 젊은 사람들이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작품을 보고 웃기도 합니다. 저도 쉽고 편하게, 마음 놓고 작품에 빠져들었습니다.
 

 도대체 저기에 왜 올라간 것일까요. 어떻게 저기에 올라간 것일까요. 왜 그 순간을 잘라내어 작품으로 만들었을까요. 올라가면 안될 것 같은 공공시설인 가로등을 굳이 기어올라간 반항심, 그 끝까지 아무런 도구 없이 두 팔과 두 다리로 오를 수 있는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그 순간을 거들먹거리며 뽐내는 결론 없는 자신감과 오만함. 그렇습니다. 이것이 젊음인 것입니다. 올라가다 경찰에 걸려서 벌금 먹을 것을 두려워하는 아재들, 허벅지는 두껍고 팔에 근육이 풀어져 오를 수 없는 아저씨들은 아래에서 욕이나 하겠지요.

   그래서 저도 철 들기 싫습니다. 그 무거운 것을 왜 들고 다닙니까. 

  자유롭고 아름답게, 빛의 실루엣이 벌거 벗은 몸을 어루만질 때, 젊은 그 혹은 그녀는 빛나는 맑은 물 속을 신나게 헤엄칩니다. 찬란한, 부끄럼이 없었던 청춘 그 자체입니다. 젊음의 자유분방함과 나체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지라, 이번 전시에는 할머니들이 지팡이를 들어 구멍을 내고 싶을지도 모르는 자극적인 사진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보호자의 지도하에 청소년 관람가라고 하지만 그 수위는 높다고 보는 편이 좋겠네요.
 

  한껏 예술적 감수성이 오른 우리들은 오랜만에 만난 동생을 구석에 몰아놓고 작품이랍시고 사진을 찍고 제목도 그렇듯 하게 붙여봅니다. - <YOUTH in the CORNER> 그 와중에 우리끼리는 좋아서 낄낄거리고 웃습니다.

  부담없이 즐기고 잘 놀다왔습니다. 직장에서 치이고 스팩 걱정에 눌리고 어렵사리 시간내서 휴일에 문화생활을 하려는데 스트레스 받기 싫으신 분들, 한남동의 D-Museum을 추천합니다. 이 곳은 전시회라기 보다는 놀이터에 가깝거든요.


덧글

  • 이글루스 알리미 2017/03/24 08:58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3월 24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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