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香港):공항에서의 하룻밤 - 홍콩(香港)


 1인 왕복 11만원(세금 포함 20만원)의 홍콩행 항공권이 올라왔었습니다. 게다가 3월23일부터 3월25일까지 홍콩에서 아트 바젤이 열린다고 하니 어찌 가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항공권이 싼 것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 이 항공편은 저녁 9시가 넘어야 출발하는 야간편이었습니다. 홍콩까지의 비행시긴은 3시간 반 정도로 홍콩에 도착하면 현지시간으로 자정이 다 된 심야인 것이죠. 

  일반 버스도 없고, 지하철도 없고, 오로지 택시 아니면 심야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겨우 몇 시간 때문에 숙소를 하루 더 잡아야 하기도 하고요. 궁리끝에 저희 부부는 다음날, 옥토퍼스 카드의 판매대가 문을 여는 5시40분까지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뭐, 공항이니 강도를 당할 확율도 낮을 것이고, 여행 중 한번 정도는 노숙을 해 보고 싶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출발 당일, 우리가 탄 비행기는 예정 시각보다 늦게 도착한 중국 승객들, 그들이 가져온 대량의 수화물들, 인천 공항 관제센터의 통제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결국 10시가 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밤을 가르는 야간 비행, 가는 도중 번개를 가득 머금고 하얗게 빛나는 구름 위로 너무도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그 사이로 우리의 비행기가 지나갔었습니다.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광경에 밤에 가는 비행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별을 보다 꾸벅 졸다를 반복하면서 어느덧 우리는 홍콩에 도달했습니다.

도착 시각은 1시 30분. 좁은 좌석에서 애 우는 소리와 옆 사람의 냄새로 서로 기분이 상한 중국 승객들은 앞을 다투어 입국 심사대로 돌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유롭게 공항에서 잘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트랜스퍼 구역에는 먼저 자리를 잡은 승객들이 익숙한 자세로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인도양을 건너 고향으로 갈 모양으로 보이는 인도인 부부의 모습에서 숙력된 여행자의 포스가 뿜어져나왔습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닥에 드러누운 중년의 중국인 남자도, 자기 키보다 더 큰 배낭을 껴안고 의자에 널부러진 모습으로 졸고 있는 파란 눈의 젊은 여자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부부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잘 준비를 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세면을 하고 돌아와 눈을 붙이려는 찰나, 우뢰와 같은 드릴 소리가 매장 구역에서 들려옵니다. 내부수리를 위한 심야작업이 시직된 것일까요. 아군 진지로 돌격해 들어오는 적군 탱크의 엔진소리처럼, 으릉거리는 소리가 산발적으로, 하지만 집요하게 울려펴졌습니다. 트렌스퍼에서 쉬던 승객들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겨 어디론가로 흩어졌고, 우리 부부도 공항 플랫폼으로 나가서 잠을 자기로 생각을 바꿉니다. 


 여유롭게 심사대를 통과해서 도착한 출국장에는 사람은 적었지만 기묘한 분주함이 가득했습니다. 녹색 옷을 입은 환경 관리원들이 사람들에게 시달린 실내 화단을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천정 저편에서 공기 흡입장치로 예상되는 엔진의 회전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높아지고 낮아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점검 중인 듯 했습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척 봐도 기술자로 보이는 사람 몇 몇이 복잡해 보이는 도면을 들고 피곤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들 옆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계단을 열심히 위로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에스컬레이터가 내 뱉는 숨소리처럼 홍콩 특유의 가벼운 종 소리가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종소리를 들으면, 그리고 길 거리의 신호등 아래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면 저는 제가 홍콩에 왔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도 수면 아래에서 열심히 발을 움직이는 것 처럼, 몇 시간 뒤에 정상적으로 공항을 열기위해 늦은 밤까지 이 곳은 잠들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일하지 않고 공항에 있던 우리같은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여기저기의 의자에 흩어져 불편한 자세로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자리를 잡은 벤치 주변에만 총 7명의 각양각색의 관광객들이 눕거나 엎드려서 잠을 청하고 있었고, 꽤나 나이를 드신 백발의 노년 부부도 아무렇지도 않게 벤치에 점퍼를 깔고 눕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소박하고 실용적인 모습에 살짝 충격을 먹었습니다. 


 공항 시설의 불편함을 이기지 못한 관광객들은 이 늦은 시간까지 홀로 불을 밝히고 황금아치 아래로 몰려들었습니다. 흡사, 태풍을 피해 등대가 켜진 항구로 모이는 배들 처럼 보였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커피 한잔을 가운데 두고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테이블에 머리를 붙이고 조금 더 편한 자세로 잠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조금씩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7/03/24 11:22 # 답글

    노숙... 생각외로 힘들긴 하지만 또 생각이 나는 하루더라구요. 저희 부부도 차안에서 자는 노숙을 자주해봤던지라(...) 글 읽으면서 그 때가 생각이 납니다.
  • Oldchef 2017/03/24 22:53 #

    네, 여러가지 의미로 확실히 기억에 남더군요. ㅎㅎㅎ
  • 파란 콜라 2017/03/24 21:23 # 답글

    항공권 정말 저렴한 가격이네요
  • Oldchef 2017/03/24 22:52 #

    네, 저도 아내에게 듣고 깜짝 놀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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