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香港):리틀바오(LittleBao)의 홍콩식 버거 - 홍콩(香港)

 
 만약, 누군가 지금 나에게 딱 2시간만 홍콩에 보내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두번 생각할 것 없이 이 곳에서 버거를 사 먹을 것 입니다. 그리고 이후 다시 홍콩에 여행을 간다면 꼭, 이곳에는 다시 가 볼 것입니다.

 이번 홍콩 여행 최고의 수확, 리틀바오(Little Bao)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PMQ를 찾아갔던 날, 뒷문으로 나온 우리 눈에 특이하게 생긴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둠이 깔린 밤 거리, 귀엽게 생긴 아가가 방긋방긋 빨갛게 웃고 있었습니다. 내부의 사람과 주방설비가 보이는 것을 보니 레스토랑 같은데, 저 아기 얼굴로는 도저히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궁금증을 안고 숙소로 돌아와 검색을 해 보니, 요즘 홍콩에서 상당히 유명한, 소위 핫 플래이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간판 메뉴는...특이하게도 햄버거였습니다. 그것도 홍콩식 햄버거.

 이 곳을 이끄는 사람은 홍콩 출신의 젊은 스타쉐프 메이초우(May-Chow)라는 여성분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잘생긴 남자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탁탁 튀는 그녀의 패션센스처럼 - 물론 평소에 저렇게 입지는 않겠지요 - 그녀의 요리는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참신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특히, 홍콩 전통의 식자재를 활용하여 서구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조금 비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화풍의 햄버거를 먹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기에 여행 중 꼭 한 번은 찾아가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하여 25분 동안 특별한 트램을 탄 그날 저녁, 저와 아내는 리틀바오(Little Bao)를 찾았습니다. 중국어로 'Bao'는 여러가지를 의미합니다. 

 1. 먼저, 햄버거를 중국어로 '한바오'(汉堡,hànbăo)라고 합니다. 
 2. 그와 동시에 쉐프 메이초우가 즐겨쓰는 홍콩식 번(Bun)을 중국어로 표기하면 바로 '바오'(包,bāo)로 쓰지요. 
 3. 마지막으로, 어린 아기를 중국어로 바오바오(宝宝,băobăo)라고 하지요. 

 그래서 이곳은, 홍콩식 번으로 햄버거를 만드는 곳이지만 간판으로 떡 하니 어린 아이의 얼굴을 쓸 수 있는 것이지요. 감각적이며 재미있고, 그와 동시에 현지의 특징도 잘 담긴 멋진 센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음식도 그만큼 맛이 있을까요?


 리틀바오의 주방은 오픈식으로 흰 옷을 입은 3명의 쉐프와 검은 옷을 입은 한 명의 바텐더가 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홀 담당 직원은 2명. 계산대는 안쪽 구석과 입구쪽에 각각 하나. 계산 시 사람들의 동선이 엉키지 않도록 고려한 듯 합니다.


 메뉴는 크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FOR SHARING'이라고 되어 있는 가벼운 요리들, 'BAOS'라고 되어 있는 홍콩식 햄버거, 그리고 'SWEET ENDING' 이라고 되어 있는 단 한 종류의 디저트. 예산을 고려해서, 일단 FOR SHARING에서 하나, BAOS 각 각 하나씩, 그리고 디저트를 시켰습니다. 그제서야 여유를 가지고 주방이 어떻게 돌아가는 가 슬쩍 살펴봅니다.

 튀김기에서는 닭이 튀겨지는 가운데 옆의 대나무 찜기에서는 새하얀 번이 나옵니다. 견습 쉐프로 보이는 젊은 사람이 디저트를 만들어 올리는 듯 했더니 옆의 주방장이 흘낏 살펴보고 가차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립니다. 허허. 하지만 그 친구는 흔들리지 않고 - 표정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만 - 홍콩 거리의 건어물 상점에서 본 듯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거대한 말린 생선을 잘라 튀기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저 재료로 어떻게 햄버거가 나올지 감도 안잡히고 있는 와중에 첫번째 메뉴가 나왔습니다.


트뤼프 프라이(Truffle Fries)입니다. 그냥 잘 튀겨진 감자 튀김....같은데 뿌려진 소스가 마요네즈 입니다. 그 마요네즈에서 송로버섯의 향이 올라옵니다. 표고버섯으로 만든 템페(Tempeh)와 예상치도 못한 단무지(?!)가 소금대신 간을 담당하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립니다. 아니, 맛있습니다. 감자튀김의 격이 올라가버렸습니다. 접시를 2/3쯤 비웠을 때, 기대하던 버거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포크벨리(Pork Belly)입니다. 보기만 해도 부드러워 보이는 하얀 중국 번이 강렬합니다. 손에 들어보니 손가락이 다시 튕겨올라올 정도로 탱글탱글 합니다. 오오오...한 입 베어무니 잇몸과 이 전부가 포옥 번에 파묻힙니다. 일반적인 햄버거를 먹을 때 닫지 못하는 부분까지 전부 쫀득쫀득 행복해 집니다. 좀더 베어무니, 입안에서 녹아버릴 듯한 부드러운 고기가 저를 맞이하는 군요. 꽤나 오래 삶아내었는지, 어디까지 비개인지 고기인지 구분이 안될 지경입니다. 살짝 느끼해질 듯한 순간, 대파와 붉은 양파가 고소한 참깨소스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입을 열어 한 입 베어무는 순간까지, 식감과 맛의 향연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는 군요. 게다가 그 재료들. 여기가 홍콩이고 나는 홍콩의 버거라고 강렬하게 주장하는 듯 했습니다. 독특하고, 맛있었습니다. 


 두번째 메뉴인 피쉬템프라(Fish Tempura)입니다. 번을 베어무는 순간의 감동은 생략하고, 이번에는 바삭하게 잘 튀겨진 생선 튀김이 저를 맞이합니다. 소스에서는 라오스에서 먹어보았던 타마린드의 단맛과 레몬그라스,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동남아시아의 향신료의 톡 쏘는 맛이 느껴집니다. 생선 튀김을 통으로 패티로 쓴 대담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고상하다는 느낌이 강한 얌전한 버거였습니다. 여기까지 먹은 버거가 너무 맛있어서, 예산을 초과하더라도 버거를 하나 더 시켜버렸습니다. 제가 언제 여기와서 또 버거를 먹어보겠습니까...


  스촨 프라이드 치킨(Szechuan Fried Chicken)입니다. 한입 베어물자 강렬한 매운맛과 신맛이 입안을 강타합니다. 앞의 두 버거에 비해 이 친구가 맛의 격차가 가장 크고 드라마틱 합니다. 스촨의 검은식초와 매운소스로 양념한 치킨이 - 그렇습니다. 양념치킨은 여기서도 대세인 것입니다. - 번지점프를 하는 듯한 급격한 맛의 변화를 선보입니다. 떨어져 죽을가봐 겁이나지만 마요네즈와 코울슬로가 쿠션역할을 합니다. 그래도 아내는 너무 폭력적인 맛있음이라고, 3종의 버거 중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래도 맛있었다는 말은 잊지 않았지만 말이죠. 

 입은 더 먹고 싶다고 절규하지만, 배와 지갑은 이제 그만하라고 경고음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주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디저트가 등장했습니다. 

 LB Iced Bao 입니다. 메뉴는 하나지만 아이스크림을 선택할 수 있으니 사실상 두 종류가 있다고 해야 겠네요. 저희는 연유를 곁들인 녹차 아이스크림을 선택했습니다. 중국에서 유학했을 때 미친 듯이 좋아했던 디저트가 꽃빵을 튀겨 연유에 찍어먹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 고급 버전이 눈앞에 등장해버렸네요. 작은 번을 튀져, 아이스크림을 넣고 연유를 뿌려 작은 햄버거 모양으로 만들어 올린 이 디저트는 그 시절의 향수어린 맛에 창의적인 시도가 잘 어우러진 멋진 디저트라고 생각합니다. 뜨겁고 짭짤한 튀긴 번과 차갑과 달콤한 연유와 아이스크림의 조화. 이것이야말로 차갑고 뜨겁고, 달고 짭짤함으로 이어지는 마(魔)의 맛순환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양이 적은 것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나 더 먹고 싶었지만...

 중화권의 요리방식과 재료로 햄버거를 만들어낸다고 했을 때, 저는 심히 미심쩍었습니다. 빵은 바삭하게 잘 굽혀야 하고, 패티는 육즙이 뚝뚝 떨어지고 불맛이 느껴지는 두꺼운 패티가 있어야 햄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리틀바오는저의 의심을 속시원히 날려버렸습니다. 말로만 현지화된 버거가 아닌, 정말로 다른 방향성을 걷고 있는 맛있는 버거였습니다. 더하여, 인테리어, 운영방식, 메뉴의 디자인과 레스토랑에 걸려있는 그림, 그리고 간판에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고 세련된 레스토랑이라는 느낌이 충만한 곳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격도 경제적이고 맛도 좋은 파인 레스토랑을 만나게 되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다만, 그곳이 홍콩이라는 것이 너무도 아쉽네요.

덧글

  • ㅇㅅㅇ 2017/04/14 10:45 # 삭제 답글

    다음에 가봐야겠네요.... 그나저나 꽃빵튀김 진짜 맛있죠... ㅠㅠ
  • Oldchef 2017/04/17 11:54 #

    네,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집에서는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 후추 2017/04/14 11:08 # 답글

    읽는것만으로 먹고잇는것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글이네요 ㅠㅜ 저곳이 홍콩이라니....
  • Oldchef 2017/04/17 11:54 #

    저도 너무나 아쉽습니다. 홍콩이라니...
  • santalinus 2017/04/14 12:51 # 답글

    우와! 홍콩 가게 되면 꼭꼭꼭 가봐야겠군요! 상세하고 생생한 소개 감사합니다~^^
  • Oldchef 2017/04/17 11:55 #

    네, 홍통에 가시게 되면 아직도 저 느낌 그대로 인지 한번 찾아가 보시길~
  • 이글루스 알리미 2017/04/17 09:08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4월 17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푸른별출장자 2017/04/30 21:36 # 답글

    음 과연 홍콩스럽군요.
    혹시 또 홍콩 갈 일 있으면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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