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팩스(Halifax)+2: 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저는 모릅니다. 海外生活


 택시기사가 굿럭을 외치며 한적한 주택가에 저와 아내를 떨어뜨린지 4시간 정도 지났을 겁니다. 더 자도 기운 차리기 어려울 것이지만 억지로 눈을 떼어낸 이유는 아내가 들어갈 학교, NSCC(NovaScotiaCommunityCollege)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오늘 있기 때문입니다. 에어비앤비 주인장은 아직도 자는지 인기척이 없습니다. 억지로 깨워서 인사를 하느니 얼굴 마주치면 말을 트기로 하고 우선 집을 나서기로 합니다.

 한창 날씨가 좋을 시기이지만 이 날은 흐린 가운데 조금씩 비를 뿌리는, 궂은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덥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평일이지만 주택가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와 아내만 이쁜 집들이 늘어선 인도를 독차지하고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종종걸음으로 걷습니다.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니 오른편으로 호수가 펼쳐지고 그 위로 조정을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노를 젓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거위인지 오리인지가 떠 있고, 호변에는 텐트가 들어선 가운데 아이들과 여인들이 누워 바람을 쐬고 있었습니다. 평일 아침인데...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하지만 저와 아내는 그 여유를 함께할 수가 없었지요.

 버스를 타고 도착한 NSCC - WaterFrontCampus 주변에는 커다란 병원과 더 커다란 주차장을 제외하고는 눈에 들어오는 상업시설이 없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 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저는 적이 당황했지만, 조금 더 걸어가면 쇼핑센터가 있다고 해서 그 곳까지 갔습니다. 팀홀튼(TimHortons)라는 패스트커피점이 있어 그리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처음 들어본 곳인데, 아내의 말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이 브랜드가 스타벅스보다 더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그곳에서 아내는 라떼를 시켜들고 학교로 돌아가고 저는 브렉퍼스트 1번 세트에 해쉬브라운 및 버터비스킷을 주문해서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습니다. 먹는 도중, 주변 슈퍼의 점원이나 공사장 인부, 경비원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도넛이나 커피나 베이글을 시켜 그 자리에서 먹거나 들고 나갔습니다.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부부들도 꽤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가는 사람을 멍하니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꽤나 이쁘지만 눈에 다크서클이 꽤나 짙고, 뭔가 정신이 없어보이는 아가씨 둘이 들어와 커피 한 잔을 시켜서 제 맞은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분위기가 묘했습니다. 무슨 곡절있나 싶어 흘낏 그 테이블을 보는 순간 눈이 마주칩니다. 속으로 꽤나 당황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까딱 하면서 인사를 했더니 갑자기 그녀가 벌떡 일어나 제 테이블로 다가왔습니다. - 이 순간 꽤나 놀랬습니다.

"지금 먹고 있는 그 햄버거 맛있어요?" 그녀가 물었습니다.

" 나쁘지 않네요." 제가 대답했지요. 

 그랬더니 그녀가 빙긋 웃으면서 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당황한 저는 제가 영어를 잘 못하니 천천히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가 웃으면서 다시 천천히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나의 영어 실력이 부족해 무슨 말인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녀가 다시 빙긋 웃으면서 말합니다. 댓츠오케이.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 다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얼마 지나지않아 가게를 나섭니다. 나서면서 잊지 않고 저에게 인사를 합니다. 피스.

 그 순간, 그녀가 저에게 한 말이 무슨 말인지 돌연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먹고 있던 햄버거를 한 입 달라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려 가게 밖의 인도를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붉은 원피스에 낡은 운동화를 신은, 언밸런스한 옷차림의 그녀는 저에게 그렇게 밝게 웃으며 구걸을 했던 것입니다. 저는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로 알아 듣지 못한 그녀의 말을, 그녀의 구걸을 거절하기 위해 못알아 듣는 척 한 것으로 오해할까 걱정이 되었지요.


 왠지 그 자리에 있기 불편하여 가게를 나와 학교 주변을 거닐었습니다. 투둑투둑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비라도 피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그날은 흐린 바람과 비, 피곤함으로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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