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팩스(Halifax)+3: 강인지 바다인지 海外生活


 집 나서면 통신사와 쇼핑몰이 널린 한국과는 다르게 여기에서 물건 사려면 꽤나 멀리가야 하더군요. 사람 사는 곳이면 다 비슷비슷 할 줄 알던 촌사람이 여기까지 흘러와 견문을 넓히고 있습니다. 아내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더군요. 죽지는 않았겠지만 꽤나 힘들었겠지요. 겨우 3일이 지났는데 말입니다.

여하튼,

차가 없으니 버스를 타야하고,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으면서 꽤나 큰 쇼핑몰 밀집지역은 다트머스(Dartmouth)가 아닌 할리팩스(Halifax)에 있으니 아내와 나는 당연히 할리팩스로 넘어가야 합니다. 가는 방법은 차량에 탑승하여 다리를 건너는 방법과 페리를 타는 법이 있지요. 좋은 날씨에 경치도 즐길 겸, 저와 아내는 페리를 타 보기로 합니다.

 다트머스 다운타운에서 야트막한 경사길을 내려가다보면 담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해수인 - 설마 그렇게 짜지 않은가? - 푸른 물 위에 다트머스와 할리팩스를 잇는 페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홍콩의 스타페리는 앞 뒤로 길어 배라는 느낌이 확 드는데 이 페리는 동글동글한 베이글...같다는 느낌입니다. 혹은 배 중앙의 브릿지를 손잡이로 생각하면 둥근 모양의 도장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페리의 운행간격은 30분으로 간격이 넉넉합니다. 페리 뿐만 아니라 할리팩스 대중교통(Halifax - Trnsit) 소속의 버스 및 페리는 모두 여유만만. 시간을 놓치면 30분은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이죠.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라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다리는 동안 페리 터미널을 나와 주변을 걸어봅니다. 인부들이 항구의 나무바닥을 천천히 수리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해를 받으며 커피를 들고 동으로 서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멀리 벤치에 앉은 한 뚱뚱한 아주머니가 귀에 헤드셋을 끼고 큰 소리로 팝송을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솔직히 잘 부르지는 않지만 기분 좋은 광경이었습니다. 그 아주머니 앞의 벤치에 저와 아내도 커피 한 잔을 들고 앉습니다.

 바다 건너 할리팩스 항에는 식민시대의 풍파를 버틴 옛 건물들 사이사이로 새로운 마천루가 듬성듬성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앞 바다에는 다트머스를 향하는 페리외에 예상치 못한 군함(!)들이 한 척도 아니고 다섯 척이나 떠 있습니다. 특히 한 척은 이지스함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잘 모르겠습니다. 좀 조사해 봐야 할 듯 합니다. 오락가락하는 요트와 화물선을 보며 사진도 찍고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어느덧 배탈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들어간 터미널에는 사람이 하나 가득. 다들 들뜬 표정을 보아하니 좋은 날씨를 즐기러 나온 휴양객들로 보입니다. 페리는 선내와 선외 모두 자리가 있으며 건너는데 10여분 정도가 소요 됩니다. 하나둘 사람들이 자리에 앉거나 난간에 기대어 자리를 잡을 즈음, 페리가 낮게 우르릉 거리더니 출발합니다.

 잔잔한 바다를 느긋하게 떠가는 페리 위로 시원한 바람이 지나갑니다. 따뜻한 햇볕과 깨끗한 해풍이 번갈아 얼굴에 키스를 퍼붓는 동안 하얀 갈매기가 여기는 바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울며 날아갑니다. 핸드폰 같은 것은 고민하지 말고 이렇게 마냥 배나 타고 다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채웁니다.

 정말, 생각없이 게으름 피우기에는 - 돈만 있다면 - 이 곳 만큼 좋은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뒤에 있었던 핸드폰을 만드데 보냈던 일련의 시간들, 지나치게 크기만 할 뿐 그다지 쓸만한 물건이 없었던 시어스(Sears)와 그 보다 더 끔찍 했던 워마트(Wal-Mart) - 입구에서 다 말라 비틀어진 허브를 1 CAD 특가로 팔고 있기에 그 꼴을 보다 못한 제가 제법 크게 웃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허브를 진열하고 있던 점원이 저를 따라 웃으면서 '그래서 특별 할인가인거야!' 라고 맞장구를 치더군요. - 에서의 쇼핑, 배가 고파 푸드코트에서 사 먹었던 타이 익스프레스(Thai - Express)의 비싸기만 하고 맛없던 점심 등은 굳이 돌이키고 싶지 않네요. 캐나다에서 쇼핑은, 그렇게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월 중순에 이케아(IKEA)가 문을 연다고 하니 그나마 매우 다행이네요.

 그렇게 이 날은 마무리 되고, 저와 아내는 캐나다의 첫 주말을 앞두고 잠이 들었습니다. 

PS. 쿠도(Koodo)에서 핸드폰을 만들 때도 ID와 SIN을 요구하더군요. 그게 아니면 크레디트 카드를 들고 오라고 합니다. 크레디트 카드는 은행에서 계좌를 열 때 만들 수 있는데 역시 한국과 달리 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급하게 핸드폰을 만들 때는 SIN을 챙겨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Wi-fi가 되면 카톡을 사용하는데 큰 지장이 없으니 핸드폰은 크레디트 카드가 나온 뒤에 느긋하게 만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단, 급히 집이나 일을 찾아야 한다면 현지 핸드폰 번호가 필수이긴 하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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