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팩스(Halifax)+4: 일단 맛보기! 시타델 내셔널 히스토릭 사이트(Citadel National Historic Site) 海外生活


 거리에는 재즈와 사람들의 웃음이 울려퍼지고 관광객을 태운 거대한 녹색 수륙양용차와 타이어로 움직이는 작은 관광열차가 느긋하게 큰 길을 가로지릅니다. 평일과 또 다른, 휴양지의 모습이 뚜렷해진 할리팩스 거리를 저와 아내는 부지런히 걸어갔습니다. 목적지는? 에어비앤비의 주인장 발(Val)이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이야기했던 할리팩스의 카페에서 커피를 맛보기 위해서이지요. 

 그런데, 이 집이 시내가 아닌 언덕넘어 안쪽의 한산한 주택가에 있어 우리는 할 수 없이 꽤나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경사길 옆으로 18세기 풍의 식민시대 건물과 새로 지어지는 현대식 건물이 7:3 정도의 비율로 이어집니다. 오후의 뜨거운 해를 받으며 언덕을 오르고 있으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고 성으로 보기에는 낮지만 해자와 방어벽이 잘 정비된 과거의 군사시설이 눈에 들어옵니다.

* 윗 사진은 제가 찍은 것이 아니라 할리팩스 내셔널 시타델의 공식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드론이 있다면 저도 이런 사진을 찍고 싶군요.

 2017년은 캐나다 건국 150주년으로 이 1년 동안 모든 국립공원 및 박물관이 무료(!!) 입니다. 당연히 이 시설도 무료(!) 인 것이지요. 굳이 공짜를 마다하지 않는 우리는 올라온 김에 이 곳을 스윽 들러보기로 합니다.

 할리팩스 언덕의 이 요새는 1749년 부터 1906년까지 실제 운용되던 방어시설로 할리팩스의 주요 군사 시설 중 하나였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단 한번의 공격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3번이나 개량/보수가 진행되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식민시대와 1,2차 세계대전의 군사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이자 관광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요새의 입구에는 영국의 버킹검 근위병과 유사한 복장을 한 - 성냥머리 같은 모자는 없습니다만 - 근위병이 배치되어 있습니다만 건드려도 요동도 하지 않는 영국버전과 달리 관광객들에게 인사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어주는 인간미가 넘치는 병정입니다. 연령대로 보아하면 고등학생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물론 표정과 퍼포먼스에서 연륜이 느껴지는 고참 인원도 보입니다. 위의 백파이프 연주자가 그렇더군요. 햇볕이 쨍쨍한 요새 가운데에서 꽤나 오랜시간 연주를 하는데 언제나 즐거운 모습으로 요새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멋진 가락을 뽑아내셨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뜬금없이 '브레이브하트'가 생각나네요. 

요새 벽에 전시된 대포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쏘는 구조이기에 거치대의 형태가 독특합니다. 부채꼴의 꼭지점을 기준으로 270도 가량 좌우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레일구조가 인상적이네요.

 1차 세계대전이 발발 했을 때, 이 요새는 유럽전선으로 보내는 이런저런 물자의 집적지이자 병력의 막사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1차 세계대전 당시의 구급차로 보입니다만...슬쩍 보는 것 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네요.

 요새 내부에는 병사들의 막사와 탄약고, 대포 창고 등 다양한 시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 중 요새의 중앙 건물 2층에는 군사 박물관이 꾸며져 있는데, 방 5칸 정도의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보물 같은 물품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사진 하나 하나 만으로도 너댓줄은 할말이 있어 일단 오늘은 사진으로만...여유가 생기고 영어가 좀 더 잘 들리게 되면 다시 찾아와 가이드를 붙들고 이것 저것 물어보고 싶네요.

 넋놓고 여기를 돌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아쉽지만 다시 갈 길을 재촉해야 했습니다.

 커피를 사고, 주택가 한편의 공원에서 재즈를 들으며 주말을 마무리 하려 했지만...커피는 좋았는데 토요일 재즈 마지막 차례가 '굉장히 실험적인 재즈와 힙합의 결합'으로 추정되는 공연이었던지라...알쏭달쏭 괴이한 분위기로 이날 하루를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얌전히 공연을 잘 듣던 캐나다 관객들마저도 이 공연이 진행됨에 따라 하나 둘씩 일어나 자리를 떳었답니다.

 그래도 저는 이날 큰 보물 상자를 얻은 듯 하여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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