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팩스(Halifax)+26: 작은 상자에 들어가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海外生活


 8월 2일부터 8월 7일까지 할리팩스에서는 버스커 페스티벌(Bell Aliant Present 31st Halifax Busker Festival)이 열렸습니다. 이제, 이 말 하는 것도 지겹지만 정말 할리팩스의 7~8월에는 매주 축제가 열리는 것 같습니다. (관련링크 : https://buskers.ca/)

 일주일만에 배관공도 찾아오고, 잡다한 가재도구를 사는 등 이런저런 일상에 바빳던 우리는 축제의 마지막 날에나 구경을 갈 수 있었습니다. 그 날이 이날 이었습니다.

 지역신문에 '버스커 축제, 이 퍼포먼스는 놓치지 마시라!' 라고 써 있는 기사가 있어 그 중 한 명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굳이 그 분을 선택한 이유는 공연 장소가 페리 터미널 바로 옆이라는 것, 그리고 퍼포먼스 내용이 상당히 흥미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소위 이야기하는 사람이 상자에 들어가는 공연 입니다.

 버스킹 하면 기타를 들고서 노래를 부르는 공연을 생각했던 저의 예상과 달리, 이번 축제의 버스킹 대부분은 묘기와 공연, 1인극, 마술 등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과 거리가 먼 것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상당히 생소한 광경이군요.

 탁 트인 바다위로 페리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야외무대에는 많은 사람이 공연 시작 전부터 모여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자, 키가 작고 바짝 마른 - 하지만 온 몸의 잔근육이 대단했습니다. - 영국 여성 한분이 딱 맞춰 무대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척척 금속 틀을 꺼내어 상자를 조립하면서 자기 소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돋웁니다. - 여기 오기전에서 호주에서 공연을 했고, 자기 남편은 미국 사람이고 등등...

 본격적으로 상자에 들어가기 전, 몸풀기로 몇 가지 아크로바틱한 묘기를 보여줍니다. 묘기 진행에 필요한 보조 인원은 전부 객석에서 뽑아내는면이 동양과는 많이 다른 면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위 사진의 아래 두 남자 모두 얼떨결에 불려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 퍼포먼스의 하이라이트, 상자에 들어가기 입니다. 설마했는데 정말 쏙 들어가더군요. 게다가 여유가 있는지 들어가면서 축구공도 하나 같이 안고 들어갑니다. 허허....

 완전히 다 들어간 모습입니다.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가 그녀에게 쏟아집니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의 호응 속에 상자에서 나온그 분은 농담 반, 진담으로 얼마의 팁이 적당한지, 그리고 캐나다 화폐 이외에 미국 화폐도 좋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 5 CAD이면 커피한잔이고, 10 CAD면 아침 한끼 인데, 내가 상자에 이렇게 들어가는 고통이 아침 한끼보다는 더 되지 않겠냐고 - 그리고 10 CAD를 넘는 팁을 주는 분들에게 스포츠밴드도 주겠다고 저도 10 CAD를 팁으로 주고 왔습니다. 

 주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전략(?)에 따라 10 CAD 전후의 팁을 주고 가더군요. 대략 80여명 정도가 팁을 내고 가는 것 같으니...이 분의 1회 공연 수입은 800 CAD, 하루에 평균 3회의 공연이 잡혀있고, 이번 페스티벌 동안 활동기간을 5회로 잡으면 이분의 이번 수익은 14,000 CAD, 한화로 약 1천3백만원 정도를 예상할 수 있겠네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이렇게도 삶을 영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했습니다. 

 그분이 떠난 뒤에 등장한 이 사람은 조나단 번즈. 오죽하면 제가 이름을 외웠겠습니까...정말 '광대' 그 자체 입니다. 몸개그와 애들 놀리기, 자기를 처절하게 망가뜨리면서도 어느정도 기술을 요하는 관절꺾기 묘기까지. 사람들은 신나했지만 저는 좀 민망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 무대에 제가 끌려나갔습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굳이 여기 작성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저의 수많은 흑역사에 또 하나의 사건이 추가되었음만 알립니다. 그래도, 저 친구가 저를 불러내어 이런 꼴로 만들어야지 생각했을 법한 그 수준만큼 전락하지는 않았던 것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따름입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