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다니면서 바쁜 일상이 시작됩니다. 잠이 덜 달아난 아침, 이른 시각에 몸이 적응할 때까지 커피의 힘을 빌려 봅니다.
학원 근처에 슬쩍 보기에도 - 많은 사람들과 거침없는 커피만드는 손길, 그리고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커피 향기의 질 - 솜씨가 좋아보이는 곳이 있어 잠시 앉았다갑니다. 가게 로고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중세시대의 엠블렘을 연상시키는 방패에 가게 이름에서 딴 W와 H, 항구를 뜻하는 갈매기와 파도가 들어 있습니다.
로고 뿐만 아니라 커피와 파이도 제 취향입니다. 저는 좀 신맛이 도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여기 원두가 그렇더군요. 아내가 좋아하는 자바카페의 원두는 좀 구수한 맛이 강해서...게다가 아내는 저에게 커피를 잘 주지 않습니다. 띵 한 머리를 커피로 깨우고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수업 내내, 커피 마시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중앙 도서관으로 가서 복습을 합니다. 들어가기 전 주변의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습니다. 까먹는다라...이 표현을 쓴지가 언제인가 싶네요. 주변에는 저 이외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푸드트럭에서 3 CAD 하는 프렌치 프라이를 사서 콜라와 함께 쭈욱. 그게 길 닦는 공사현장 인부의 점심이더군요. 한국과 꽤나 다른 풍경이지만, 너무도 맛있게 드시길래 저도 사 먹고 싶어지더군요.
도서관에서 복습을 하고 보통은 집에가서 밥을 먹는데, 바깥 바람을 쐰 아내가 갑자기 면 요리가 먹고 싶다고 해서 신문에서 본 중국 면요리집을 찾아갔습니다. 이름이 'Beaver Sailor'라는 곳인데 과연... 내부는 깔끔한데 왠지 분위기가 느슨 합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 그런가 싶어 각각 면요리를 하나씩 시켰습니다.
콩나물과 해물로 향을 낸 볶음면입니다. 간장과 식초, 살짝 뿌린 고추가루와 적당한 해산물과 아삭한 콩나물과 잘 어울립니다. 작년 시안(西安)의 '천하제일면'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북방의 흑식초를 썼는지도...저는 꽤나 괜찮았는데 정작 이 요리를 시킨 아내는 마음에 들지 않은지 저와 접시를 바꿔버렸습니다.
중화권의 대중메뉴, 홍샤오뉘러우미엔. 이 메뉴는 주문하지 말 것을 그랬습니다. 대만의 괜찮은 집은 다 가본 우리 둘의 입맛을 이 면이 채워줄리가 없는데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요. 맛은 있지만 수준은 보통. 국물도 밋밋하고 고기도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버블티가 기대에 부응하는 맛을 내어주어 식사는 마무리를 잘 했습니다만...가격이 좀 높더군요. 역시 할리팩스에서는 나가서 사먹기 보다는 집에서 해 먹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뜨악할 정도로 맛있는 집을 가지 못해서 이런 오만방자한 말을 하는 것일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 내일 부터 시간이 빨리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을이, 그리고 일상의 향기가 하늘과 거리에 짙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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