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홀딱벗고 거리를 뛰어다는 수준 - 그러니까 범법자 - 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을 용인하는 정도가 사회의 문명화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캐나다는 그런 면에서 꽤나 문명화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그런 사람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일까요.
어느 쪽이든, 저는 저와 다른 많은 사람들을 훨씬 자주 마주칩니다. 버스에서, 페리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말입니다.
어학원을 다닌지 3일차, 캐나다에 온지 43일이 된 이날 저는 페리 정류장에서 한 노인과 마주쳤습니다. 그는 까마귀처럼 높은 코에 콰지모도 처럼 굽은 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한 쪽 어깨가 하늘로 치솟아 있었고 반대쪽 어깨는 당연히 땅으로 꺼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도 불구하고 - 이런 생각을 하는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 - 그는 어디로 출근을 하는 듯이 깔끔한 면 바지에 멜빵을 매고, 노란색과 남색이 튀지않을 정도로 배열된 윈드 브레이커를 입고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파란색 스포츠 모자를 쓰고, 테가 얇은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작은 도시락 통을 들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봤을 때, 그는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어딘가로 출근을 하는 사람으로 이른 아침의 페리 풍경과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승객에 불과 했습니다.
그런 그가 제 앞의 어떤 여자분께 인사를 했습니다. 'Hope you have a good day.' 처음 보는 사이로 보이지만, 그 여자는 그의 인사를 웃으며 받아줍니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그 여자에게 막혔던 말의 홍수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물이 고였던 욕조에서 마개를 잡아 뺀 것처럼, 그 노인은 제가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는 영어로 한 참 그 여자에게 무언가를 절실하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간절히, 하지만 끊임없이 그리고 집요하게.
그의 말의 폭포는 일반적으로 친절한 캐나다 여자의 얼굴에 약간의 짜증과 피곤함, 그리고 당황함이 떠 오를때 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그 감정을 읽은 듯 그 노인이 대화를 끝내는 것처럼 다시 인사를 합니다. 'Hope you have a good day.'
이말을 듣는 순간, 저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Don't Say!'
그러나 대화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그 여자는 웃으며 인사를 받습니다. 'Yeah, I also hope you have a good day.' 그러자 그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말을 쏟아 냅니다. 오 마이 갓...
두 번이나 말의 소나기를 뒤집어쓴 그녀는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고, 그 노인은 다른 승객에게 다가가 인사를 합니다. 'Hope you have a good day...Hope you have a good day...Hope you have a good day..' 인사를 받은 승객은 그 노인에게 붙들립니다. 그 노인이 익숙한 사람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노인은 다른 곳으로 갑니다. 그 노인은 거의 매일, 주말을 제외한 할리팩스행 아침 페리에 npc처럼 등장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를 봤습니다. 아마도 내일도 그는 그곳에 숙명적으로 존재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외국인인 저에게 그는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제 듣기 실력이 쓸만해 진다면, 저는 침을 꿀꺽 삼키고 그에게 인사를 할 작정입니다. 그는 왜 그런 말의 소나기를 쏟아내고 다니는 것일까요.
PS.
다만, 인사로 이 말을 쓸 때는 'I hope'라는 말을 빼고 명령형으로 쓰는 것이 더욱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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