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FX+51:12시, 시청 앞에 울리는 백파이프 소리 海外生活


 8월의 마지막 날, 그러니까 목요일이었습니다. 

 어학원 수업을 끝내고, 여느때라면 도서관으로 향해야 겠지만 어제 집 청소를 하지 않아 오늘은 집에 가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하여 페리 정류장으로 향하는 도중, 어디선가 백파이프 소리가 들려옵니다. 브레이브 하트! 괜시리 심장은 고동치고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백파이프 소리에 맞춰 저벅저벅 걷기 시작합니다. 저도 모르게 저는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레고로 만들어지면 정말 이쁠 것 같은 시청 건물 앞에, 킬트를 입은 남녀 여댓명이 모여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삼사오오 모인 사람들이 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그 연주를 듣고 있었습니다. 선명한 햇볕에 그 의자의 페인트칠이 마치 크렘뷜레의 설탕 코팅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나이를 꽤나 드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연주하는 백파이프는 쩌렁쩌렁 하늘에 울려 펴졌고 마칭 드럼은 걸어서 구만리도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력을 북돋아 줍니다. 이거...평화로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은근 어울립니다.

 30분 정도 연주를 하시던 노인악단이 잠깐 쉬는 모습입니다. 하긴, 저 큰 북을 들고 장시간 동안 공연을 하시려면 힘들기도 하시겠지요. 저도 그 기회를 틈타 복숭아와 토마토, 집에서 싸온 찬 밥 한덩어리를 꺼내 요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수염을 멋지게 기른 덩치 큰 분이 나와 백 파이프 독주를 시작합니다. 킬트에 붙어있는 독특한 장식을 보니 그분이 이 악단의 리더로 보입니다. 전투적인 덩치와 달리 그분은 부드럽고 애절한 민요풍의 이름모를 곡을 연주했고, 주변 사람들은 순간 그 선율에 휘말려 버립니다. 이건 글로 아무리 설명해도 전달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은 그 순간.

 문득 테이블에 놓인 팜플렛이 있어 살펴보니, 이 행사는 이날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었더군요. 'Tunes at Noon'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7월5일 부터 9월1일까지 매주 수,목, 금 12시부터 1시까지 시청 앞 광장에서 무료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공연이 있었다니. 그런데 오늘이 끝나기 바로 전날이라니. 아쉽긴 하지만 몰랐던 것 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내년 여름에도 좋은 곡을 들을 수 있겠지요. 그렇게 1시의 종이 시청 종탑에서 울리고 공연은 끝났습니다. 쏟아지는 박수. 멋쩍지만 기분좋은 연주자들의 미소와 손인사. 

 오늘도 멋진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PS. 노바스코샤(NovaScotia)는 '새롭다'는 라틴어의 노바(Nova)와 스코틀랜드를 뜻하는 스코샤(Scotia)가 합쳐진 말로 이 지역이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정착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스코틀랜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백파이프, 킬트, 맛좋은 위스키와 하이랜더 퍼레이드 등 스코틀랜드 문화색이 매우 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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