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Art Gallery를 가 보았습니다.
어학원에 오다가다 식민시대의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 선홍빛의 아름다운 건물을 볼 때마다 도대체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있을가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가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학생증이 있으면 할인을 큰 폭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날, 아내는 드디어 NSCC의 학생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룰루랄라 미술관으로 향한 것이지요.
미술관은 남관과 북관 두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입구는 남관의 1층에 있었습니다. 북관은 남관의 지하에 있는 통로를 통해서만 접근 할 수 있지요. 이상하게 꼬인 동선은 뭐랄까, 밀실 살인 트릭에 적합한 구조였습니다. 남관 입구에서 표를 구매한 우리는 그 건물의 2층 부터 관람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남관 2층(South 2)에는 'Buoys and Gulls' - Boy and Girl'을 연상시키려 한 것 같습니다. - 라는 표제하에 이 지역의 생활상, 특히 바다와 관련된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미술의 영역보다는 민속학의 영역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남관 1층(South 1)에는 마우드 루이스(Maud Lewis)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마우드는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내 사랑(Maudie, My Love)으로 조~금 더 유명해 노바스코샤 출신의 예술가 입니다. 불편한 몸과 가난에도 불구하고 한 평생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살았던 그녀의 일생은 실로 존경할만 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그녀의 작품이 바로 아내가 이곳을 찾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지요.
그녀의 작품은 소박하고 전문적인 기법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주변 사물에 대한 따뜻하고 정겨운 시선선이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바다와 추운 겨울, 하얀 눈과 갈매기, 썰매를 끄는 순록 등 이 곳 주민들에게 익숙한 소재를 즐겨 그린 그녀의 작품은 많은 캐나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집은 그대로 그녀의 캔버스가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미술관은 그녀의 집을 통째로 뜯어 1층에 전시해 두었습니다. 지붕아래 바짝 침대 두개를 놓고 커다란 스토브와 의자가 1층 전부를 차지하는 오두막이지만 그 안 가득히 그녀의 손길이 들어 있습니다.

문도 이렇게 칠해 놓으니 너무 좋네요...
그녀의 그림을 팔기위해 남편이 걸어 둔 간판 입니다. 겉으로는 마우드에게 쌀쌀맞던 남편이었지만, 사실 누구보다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런 저런 배려도 했다고 하는 군요. 그 모습을 영화에서 에단호크가 아주 잘 연기했다고 하니, 저도 기회가 닿는다면 그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북관으로 이동하는 지하 통로에는 캐나다의 북부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들, - 예를 들어 이누이트 족들 - 의 생활 모습과 원주민 출신의 작가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그림의 태양은 정말 마음에 드네요.
북관 지하에서 우리는 바로 3층으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갔습니다. 그리고 내려오면서 한 층씩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북관 3층(North 3)에는 '중세 시대의 성가대가 사용했던 악보'를 소재로 당시 수도원과 그 수도사, 수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주제 중 하나이지요.

각 악보에는 성가와 관련된 삽화가 들어가 있었으며 라틴어로 가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음표가 요즘과 같은 동그란 모양이 아닌 깃발 모양으로 표시된 것이 독특했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관의 1층(North 1)에는 브루스 맥키넌(Bruce MacKinnon)이라는 분이 그린 역대 캐나다 총리의 캐릭커쳐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캐나다의 역사와 총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캐릭커쳐 특유의 과장된 웃음은 충분히 즐길만 했습니다. 몇 명만 짚고 넘어가면...
1867년 구성된 캐나다 자치령의 초대 총리, 존 맥도널드 경(Sir John A. Macdonald)입니다. 현재 캐나다의 10달러 지폐에 들어 있는 사람이지요. 이 사람이 술과 철로에 박는 못을 들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가 꽤나 술을 많이 마시는 주당인데다가 1867년 철도 건설과 관련된 뇌물 스캔들로 사임했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는 1878년 다시 총리에 당선되었고 그 후 1891년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총리로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언제 또 전시 품목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추워지기 전에 한번 더 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만사 제 마음대로 되기는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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