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브레튼(Cape Breton)국립공원 여행_#3 스카이라인 트레일(Skyline Trail)과 저녁식사 (HLFX+329) - 케이프 브레튼(Cape Breton)

  
 해가 서쪽으로 저물었나 봅니다. 스물스물 햇볕이 텐트 틈사이로 기어 들어와 제 코 끝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꿀 같은 잠이었는데. 산으로 계곡으로 놀러온 아저씨들이 왜 잠만 자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들고 온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귀중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들 - 예를 들어 라면 - 차에 주섬주섬 넣고 저와 아내는 스카이 트레일(Skyline Trail)로 향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북으로 뻗는 길 도중에는 낙석 방지용 보강 작업이라든가, 새로 다리를 내는 등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성수기가 오기전에 마당 정리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공사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에는 좁은 도로의 한쪽이 완전히 막히기 때문에, 신호를 받는 동안 저는 마음놓고 주변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검고 오래된, 하지만 한눈에도 튼튼해 보이는 바위가 도로의 동쪽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살풍경해 보일 수 있는 그 강건함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그 바위산을 뒤덮은 숲과 이끼, 그리고 그 위로 아낌없이 쏟아지는 저물어가는 햇볕이었습니다. 바위산의 맞은 편에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늘이 있었습니다. 고원과 고원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그 바다는 고요했습니다. 무섭게 달려오는 듯한 파도는 오랜 풍파를 이겨낸 바위산의 품에 얌전히 안겨 그릉그릉 기분좋게 잠든 듯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봄과 여름의 풍경이겠지요. 한 겨울이 이곳이 어떤 모습인지 잠깐 상상을 해보고 이내 몸서리를 쳤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서고를 두어번쯤 반복한 뒤, 스카이라인 트레일의 입구가 해안쪽으로 보였습니다. 자갈이 깔린 진입로를 지나니 캠핑카 주차장이 보이고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가니 일반차량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차를 세운 우리의 눈앞에 해안쪽으로 좁게 뻗은 숲길이 보입니다. 저와 아내는 다리를 풀고 스트레칭을 좀 한 뒤 그 길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1킬로 정도였을 것입니다. 무스가 뜯어먹어 황폐화된 숲, 그 무스를 막아 묘목을 키우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를 두 개쯤 지나고 해안으로 해안으로 걸었습니다. 어느 순간 눈앞의 녹색이 푸른색으로 바뀌고, 평평했던 길이 아래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바다로 쭉 뻗은 한 줄기 길 위로 있는 힘껏 솜씨를 발휘한 조물주의 명작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오즈로 가는 길이 황금 벽돌길이었던가요. 바다로 뻗은 한 줄기 나뭇길은 저문 해가 앉아 쉰다는 신화속의 요정나무로 인도하는 길처럼 보였습니다. 슬슬 붉은색 물감을 푼 듯, 파란색이 한결 같았던 하늘에는 황금색, 보라색, 주황색이 조금씩 물들고 있었습니다. 마치 비단처럼. 하지만 그 위를 달리는 바람은 북쪽의 준마처럼 빠르고 힘이 넘쳐, 걷느라 이마에 솟은 땀을 삽시간에 날려버릴 정도였습니다. 길이 시작되는 점에 잠깐 서서 이런저런 생각에 바다를 바라보던 저는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도중에는 경치를 볼 수 있도록 작은 전망대와 벤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자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어디까지 사람 손이 닿아야 좋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앉을 의자 정도는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려가는 도중, 여기에 오래 있을 작정을 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해지는 풍경을 보기 위해서 이겠지요. 스카이라인 트레일의 일몰 풍경은 국립공원 가이드에서 언급할 정도로 명물이라고 합니다. 다만, 캐나다 북부의 해는 저녁 9시가 넘어야 지는 관계로 이곳에서 잘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접하기 힘든 이벤트 이기도 하지요. 저와 아내는 잘 곳이 있지만 멋진 풍경보다 내려가서 저녁을 먹을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에 일몰은 다음 기회에 보기로 했습니다. 

 나뭇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이전에는 사람이 다닌 듯한 작은 길이 아래로, 더 아래로 뻗고 있었지만 그 길은 쓰지 말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좀 더 가보고 싶었지만 법을 어길 수는 없는 것이고, 배도 고파오고 있었기에 저와 아내는 캠프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갔던 길을 되돌아 저와 아내는 캠프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녁먹을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저녁 메뉴는 핫도그. 가져온 나무로 화로에 불을 넣고 소시지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짐을 줄이기 위해 가져온 도구는 쇠 꼬챙이 하나.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굽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소시지를 구우면서 지는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켠이 편안해 졌습니다. 갑자기 영화 <캐스트어웨이>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만, 연관성이 좀 없지요?

 가져온 또르티아에 준비해둔 야채 속 - 양배추와 통조림 옥수수를 샐러드 소스 및 식초와 버무린 것- 을 올리고 케찹을 뿌려 먹어보았습니다. 캠핑장과 풍경 버프를 받아 그 맛은 최고. 먹는 도중에도 다른 소시지를 굽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황금빛으로 물든 캠핑장 앞의 해변. 이 순간 만큼은 이 모든 풍경이 오롯이 저와 아내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풍경에 매료되더라도 소시지를 태울 수는 없지요. 다른 한편으로 척척 핫도그를 만들어 아내와 나누어 먹습니다. 슈퍼에서 산 보통 핫도그 빵인데 어찌 이리도 맛있던지요. 꾸역꾸역 저와 아내는 가져온 소시지를 모두 구워 먹었습니다. 메인 디쉬가 끝났으니 디저트를 먹어야 겠지요?


 북미지역에서 캠핑하면 으레 생각나는 이 것. 마쉬멜로우 입니다. 사실 듣기만 했지 한번도 제대로 먹어 본적이 없는 저는 무슨 맛일지 매우매우매우 궁금했지만, 제가 손을 댔다가 망쳤을 때의 뒷감당은 하기가 어려웠기에...

  저의 아내에게 모든 것이 맡기고 저는 뒤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문자 그대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녹아있는 맛있는 마시멜로우가 완성되었습니다. 이거...이에 달라 붙어서 좀 귀찮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살이 찔 것이라는 경보음이 머리속에서는 울리고 있었습니다만...이 맛은 그런 경고 따위는 깡그리 무시해 버릴 정도. 저녁을 먹어서 배가 부르지 않았더라면 한 봉지를 다 구워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핫도그를 배부르게 먹은 저는 두 개 밖에 구워먹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마시멜로우를 먹는 동안 해는 바다에 들어갈 정도로 기울었습니다. 

 해가 사라지자 그 빈자리를 바람이 채우기 시작합니다. 세차게 부는 바람에 기온은 뚝뚝 떨어지면서 저와 아내도 옷깃을 여미고 텐트에 들어갈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닥불이 남아 있는 동안 그릇을 캠프 센터로 가져가 물로 씻어내고 음식 쓰레기 등을 모아 캠프 중앙의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불이 다 타기를 기다린 뒤, 텐트로 들어갔습니다. 

 전기 랜턴을 켜고 침낭안에 들어가 가져온 책을 읽는 동안, 바람은 계속 텐트를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리만 요란할 뿐, 텐트 안은 따뜻하고 바람 한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어둠이 완전히 사방을 뒤덮고 책을 쥔 손이 졸음을 못 이겨 책을 놓칠 때까지 저와 아내는 책을 읽거나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도 모른채, 우리 둘은 거의 동시에 잠을 자야겠다는 의사를 암묵적으로 표시하고 불을 껐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고요했다면, 바깥이 조금만 더 따뜻했다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맞으러 텐트를 나서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저 밖은 너무나 추웠고, 우리의 침낭안은 꽤나 따뜻했습니다. 언젠가의 여름, 이곳에 다시 오면 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약하며, 저는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덧글

  • 어쩌다보니 펭귄 2018/06/14 10:54 # 답글

    크... 사진도 넘 좋고 핫도그도 넘 좋습니다 : )
  • Oldchef 2018/06/14 18:48 #

    사진 못 찍는다고 언제나 구박 받는 저도 여기서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지요. :) 감사합니다.
  • 웃긴 늑대개 2018/06/14 11:18 # 답글

    으... 가고싶다!!!
  • Oldchef 2018/06/14 18:59 #

    저도 직접 오셔서 이 풍경을 보셨으면 좋겠네요. 마쉬멜로우도 구워 드시고요.
  • citrus 2018/06/15 16:14 # 답글

    글도 사진도 따뜻하네요. 좋은 여행 하신 oldchef님이 부럽습니다.
  • Oldchef 2018/06/16 02:31 #

    많이 모자란 글에 좋은 말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citrus님도 좋은 여행 꼭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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