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브런즈윅(NB):닭 한마리-2일차(HLFX+350) - Quebec /Ontario

* 이 글은 7월1일, 여행 6일차 아침 퀘벡(Quebec)의 b&b 숙소의 2층 구석방에서 흐린 하늘이 간신히 뿌리는 햇볕을 맞으며. 밤 사이 두 서너 번의 번개가 쳤고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은 맑았으면 좋겠지만 그럴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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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ot Chicken.

등대를 떠나 저와 아내는 북서쪽으로 향했습니다. 해지기 전에는 호스텔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싶었기에 가급적이면 중간에 들리지 않고 목적지까지 달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배가 고파서 가는 도중 어딘가에서 밥을 먹기로 아내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들린 곳이 배서스트(Bathurst)라는 작은 곳에 위치한 'Papa Joe and Envy's'라는 다이닝이었습니다.

식당을 찾기 위해 서너 블럭정도 차를 몰고 살펴본 배서스트는 한 때 잘나가는 산업이 지금은 쇠퇴해서 조금씩 몰락하는 듯 했습니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 옆에 서 있는, 크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시멘트 공장이 그랬으며 해변가에 서 있는 상점가에 붙어 있는 '세 놓음' 표시들, 패인트를 칠하지 못해 더 낡아보이는 집들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저의 좁은 첫 인상일 뿐, 실제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저는 모릅니다.

실제 만나서 이야기를 해본 이 곳 주민, - 단 한명 뿐이지만 - 그러니까 Papa Joe and Envy's의 웨이트리스는 그런 마을 분위기와 관계 없이 친절했고 명랑했습니다. 식당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홀을 청소하면서 다른 주민 한명과 신나게 프랑스어로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 이국적인 언어의 파도에 주춤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 그녀는 이내 영어로 우리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어찌나 다행이던지요.

자리를 잡은 저는 너무 배가 고파서 닭 한마리를 다 먹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메뉴에서 Hot Chicken이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주저하지 않고 그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접시 가득 노릇노릇하게 로스트된, 껍질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닭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스쿱으로 뜬 듯한 매쉬드 포테이토와 코을슬로, 그리고 걸죽한 소스로 뒤덮힌 샌드위치가 왔을 때 저는 심각하게, 나의 부족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이게 무슨 메뉴냐고 따져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런 저를 멈추게 한 것은 그 접시에서 펑펑 솟아오르던 닭고기 냄새였습니다. 실례임에도 불구하고 코를 접시로 가까이 가져가 보았습니다.

샌드위치를 뒤덮은 소스에서 한국의 백숙에서 찾을 수 있었던 향기가 오르고 있었습니다. 푹 고은 닭뼈와 잘 녹은 껍질 특유의 향. 나이프와 포크로 샌드위치 한 모서리를 썰어 입안에 넣었을 때, 저는 한국의 백숙이 생각났습니다. 샌드위치 사이에 들어있는 것은 크게 찢어낸 닭의 가슴살과 다릿살. 빵을 적시고 고기 틈으로 흘러 들어온 소스에는 껍질의 잴라틴 성분과 닭뼈 육수의 농밀함이 가득. 저는 닭 한마리를 먹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습니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웨이트리스와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온 저는 주차장에서 뒷 좌석의 물건을 정리하고 짐칸용 그물을 팽팽하게 조절했습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을 때 그 웨이트리스가 조용히 나와서 주차장 구석의 쓰레기통 옆으로 가더니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마을 한쪽으로 뻗은 도로를 바라보면서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녀의 뒷 모습에서는 홀에서 만났던 그녀의 웃는 얼굴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피곤함과 상실감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몰락해가는 자신의 왕국을 바라보는 여왕처럼 그녀의 허리는 곧고 눈은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런 그녀의 왕궁은 오래되었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긴 이 더운 시간에 누가 길거리를 돌아다니겠습니까. 허허.

2.


배서스트(Bathurst)부터 '우연히' 들리게 될 캠프벌튼(Campbellton)까지는 1차선 도로가 해안선을 따라 뻗어있었습니다. 이렇게 쓰니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지만, 그 코스는 운전하는 내내 탄성을 지를 정도로 멋진 드라이브 코스였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신나하고 있었고, 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과속으로 저를 추월해 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몇 번 차를 세우고 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찍어 놓고보니 전부 실물 보다 못하게 나와서 맘이 상했습니다. 카메라 탓인지, 제 솜씨 탓인지...


덧글

  • 궁금이 2018/07/02 11:0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동화같은 묘사도 좋았지만 hot chicken이란 음식이 정말 궁금하네요. 혹시 소스가 닭 그레이비 아닌지요?
  • Oldchef 2018/07/02 11:14 #

    제가 닭 그레이비 소스를 잘 몰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힘드네요. 하지만 푸틴을 먹을 때 뿌려져 있는 그레이비 소스는 진한 갈색이었는데 이 소스는 훨씬 연한 갈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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