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브런즈윅(NB):산넘고 물건너 바다로-2일차(HLFX+350) - 캐나다(Canada), NB/QB/ON

* 이 글은 7월1일, 여행 6일차 저녁 퀘벡(Quebec)의 또 다른 b&b 숙소의 2층 구석방에서 지쳐 잠들다 일어나 어딘가에서 울려퍼지는 불꽃놀이 소리를 들으며 씁니다. 해피 캐나다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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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ampbellton

달리고 달려도 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해변 풍경이 살풍경한 고속도로의 연장선으로 바뀌면서 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더웠습니다. 여름이니 더운건 당연하다고 이야기 하시겠지만 축복받은 노바스코샤의 여름은 햇볕은 뜨겁지만 언제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똑 같이 바다에 면한 곳이지만 뉴브론즈윅의 여름은 정말 더웠습니다. 혹은 이날 모든 캐나다가 더웠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더웠습니다. 차의 창문을 다 열어보기도 하고, 에어콘을 빵빵하게 틀어놓기도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가장 가까운 DQ가 있는 도시로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기름을 넣을 때도 되었고요. 그렇게 들어간 곳이 바로 캠벨턴(Campbellton)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니었고 유명한 랜드마크가 있는 도시도 아니었습니다. - 나중에 뉴브런즈윅 출신의 B&B 주인장에게 들었는데 강을 따라 회귀하는 연어와 겨울 스포츠에 적합한 깎아지른 지형의 국립공원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 그렇지만 저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스크림 대신 아내와 나누어 먹은 밀크쉐이크가 맛있기도 했고, 50센트 이상 떨어진 기름값이 반갑기도 했지요.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1910 여년에 지어진 건물들이 아직도 남아있고 심지어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 건물에 들어가 밥도 하고 잠도 자고 사랑도 나누고 볼일도 본다는 것이지요.

저는 오래된 건물을 좋아합니다. 저의 추억 중 반이 음식이라면 반의 반 정도는 집과 동네의 주요 장소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중 아직도 한국에 남아있는 곳은 10%도 안될 겁니다. 전부 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때문에 그 모진 풍파와 사람들의 홀대(?)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 건물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더하여, 옛 건물에는 요즘 건물에서 찾기 어려운 따뜻함이 있습니다. 비효율적이고 경제적이지 않아도 멋을 부리기 위해 더한 양식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생각난 한국의 도시가 있었습니다. 군산.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군산과 비슷하네요. 바다를 끼고 있고, 의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을 많이 유지하고 있는 작은 도시.

* 위의 사진은 2016년에 찍었던 옛군산세관의 사진입니다.

더운 여름날 밀크쉐이크를 주욱주욱 빨면서 바다를 보고 있자니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왔던 사진관이 지금도 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한 국물로 토렴을 하면 제 입 가득 침이 고이던 국밥도 생각이 나네요. 에잇에잇. 토론토에 도착하면 솜씨 좋은 국밥 한 그릇 사먹어야 겠다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2.

켐벨튼을 나오니 어느덧 시간이 4시가 넘었습니다. 앞으로 2시간 반은 더 가야할 것 같은데 호스텔 체크아웃 시간을 넘길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자동차의 속력을 올렸습니다. 해안을 끼고 뻗어가던 도로는 강을 끼고 계곡 틈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구비구비 흐르는 강에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숲이 가득합니다. 한국에도 이 만큼 아름다운 곳이 있습니다만 그 옆에 XX 가든, OO 모텔 또한 버젓이 서 있겠지요. 이런 강이 계속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양 옆의 계곡이 위로 솟구치고 도로도 같이 따라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산 위로, 산 위로. 저의 작은 차는 끙끙거리지만 속도를 유지하면서 경사로를 달렸습니다.

그렇게 위로 치솟던 도로가 평탄해 지더니 눈앞에 평원이 펼쳐집니다. 주변의 기온과 삼림에서는 서늘한 느낌과 막대한 수림이 뿜어내는 산소의 상쾌함이 느껴집니다. 여기가 고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침없이 달리는 차 옆으로 벌목군들이 사는 마을과 나무를 가득 실은 트럭들, 그리고 통나무를 이쑤시개마냥 쌓아놓은 넓은 벌목장 몇 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합니다. 저는 그 엄청난 양의 원목들과 그 몇 천배로 펼쳐진 고원의 수림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하면서 무아지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리고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하강할 때 쯤, 눈앞에 펼쳐진 도로도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수에 모인 물들이 속도를 받아 맹렬한 소리를 내고 다시 넓게 흩어져 강으로 변할 때, 코 끝을 스치던 나무 냄새가 바닷내음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해안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아이구. 시간 맞춰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3.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마실 물과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인근 마트에 들렸습니다. 그런데 이 마트가 굉장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반조리 식품의 질과 구색이 매우 우월했습니다.

온갖 종류의 샐러드와 피자, 샌드위치와 랩, 뷔프브르기뇽부터 제너럴 초 치킨까지. 노바스코샤의 Sobey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더군요.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이라서 음식에 대한 집착도 프랑스인과 비슷한 수준인가 봅니다.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음식들로 장바구니를 채웠습니다. IGA라는 이름의 이 마트 프렌차이즈는 이후 퀘벡(Quebec)지역을 여행하는 내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4.

그 뒤의 시간은 어떻게 흘렀고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너무도 피곤했던 우리는 장을 본 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부엌에서 서둘러 저녁을 먹었습니다. 부엌이 조금 어지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던 투숙객들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우리가 영어를 써서 그런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아니, 사실 그런걸 신경쓰기에는 너무도 피곤했습니다. 

침대에서 기절하기 전, 오랜시간을 같이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바다로 달려온 태양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내일 또 보자고. 잘 부탁한다고. 그리고 너무 더우니 사정 좀 봐달라고 속으로 빌었습니다.

-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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