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QC):사그네(Saguenay), 공군 박물관-4일차(HLFX+352) - 캐나다(Canada), NB/QB/ON

* 7월10일 여행 12일차, 몬트리올(Montréal)의 호스텔 아침, 공짜 빵과 커피를 즐기면서 이 글을 씁니다. 아내는 침대에 커튼도 없는 이 호스텔에 불만이 많지만, 저는 공짜 아침에 고택(古宅)을 개조해서 만든 이 곳이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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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곳을 올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지요. 프랑스어로 쓰인 지명은 읽기가 힘들어 제 머리에 들어있는 지명은 몇 되지 않습니다. 파리, 오를레앙, 보르도, 마르세이유, 베르사이유, 퀘벡 정도? '몬트리올'도 '몽레알'이라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여기와서 알았습니다. 

그러기에 처음 'Saguenay' 라는 지명을 봤을 때 든 생각은 이거 어떻게 읽어야 하냐 였습니다. 사구에나이? 사궨아이? 사실 아직도 잘 모릅니다. 

이름도 제대로 불러주지 못하는 제가 이곳을 가게 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 저와 아내가 머물렀던 캠핑장에서 퀘벡으로 직선코스로 가려면 '사게네 생 로랑 해양공원'에서 페리를 타고 사그네 강을 건너야 합니다. 왜 다리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페리를 타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육로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4시간이 걸리는 여정에서 중간에 쉬어가는 곳으로 사그네를 선택하게 되었지요. 

- 두번째 이유는 이곳에 공군 박물관(Air Defence Museum)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공 박물관(Aviation Museum)이 아니라 공.군.박.물.관. 입니다. 왜 이곳에 이런 보물단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곳을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저와 아내는 사그네를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 길을 잘못들어 사그네 생 로랑 해양공원에 잠깐 들리기도 했고 - 슬쩍 본 그곳의 풍경은 꽤나 아름다웠기에 다시 이곳에 온다면 한번 머물러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 퀘벡 운전자들의 공격적인 운전매너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저의 작은 차는 2시간이 약간 못 되었을 때 목적했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2.

공군 박물관 앞에 도착했을때, 캐나다 역사에도 남을 무더위 - Heat Wave- 가 퀘벡, 온타리오 지역을 강타하고 있었습니다. 그 엄청난 더위에 공군 박물관의 모습을 본 아내는 짜증 게이지가 대략 75% 정도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물론 박물관을 보았을 때 저의 기쁨 게이지는 85% 정도에 도달했던 것 같습니다. 건물 옆에 전시된 실제 공군기들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주차를 하고, 뜨거운 더위를 피해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매표소에는 앳되어 보이는 소녀와 한눈에도 덕후로 보이는 뚱뚱한 청년이 앉아 있었습니다. 프랑스어로 인사를 하는 소녀에게 영어로 답을 하자, 그 소녀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려 그 청년을 바라보았고 그 청년은 더듬거리는 영어로 우리에게 표를 팔고, 박물관 관람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아...퀘벡 지역에서의 영어에 대한 인식을 한눈에 본 듯해 왠지 가슴이 아프더군요. 

그 청년의 말에 따르면 50여분 후에 투어 버스가 떠나니 투어에 참가할 생각이 있으면 시간 맞춰서 이리로 오라고 합니다. 흠? 이 박물관이 투어를 할 정도로 넓나? 뭐 그건 나중에 투어에 참여해 보면 알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저는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전투기 파일럿들이 '하늘의 기사'라고 생각되었던 마지막 시기. 지상에는 독가스와 기관포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들이 지옥도를 펼쳐대고 있을 때 시대착오적인 낭만이 남아있던 그 때. 복엽기에는 그런 센티멘털이 있지요.

제2차 대전이 터지고 수많은 자국 병사들이 유럽으로 가면서 캐나다 육군은 질적, 양적으로 크게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캐나다 공군과 해군의 규모는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공해군에 대한 투자는 병력과 물자를 나르는 수송과 그 수송 수단에 대한 호위, 그리고 발생할지도 모르는 독일 공군의 공습에 대한 방어 - 전쟁이 끝날 때 까지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 를 수행할 수준으로 국한되었습니다.

캐나다 공군의 비약적인 성장은 냉전 시대에 일어났습니다. 북극권을 같이 수호하던 소련이라는 어제의 친구는 이제 언제 자신들에게 미사일을 날릴지 모르는 적국이 되었습니다. 그런 걱정을 공유했던 미국은 막대한 양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2차 대전에서 축적된 전투 경험을 캐나다에 제공하였습니다. 북방에 대한 우호적인 상호방어 협정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었습니다만, 트럼프가 정권을 잡으면서 이 부분에서도 잡음이 들리는 것 같더군요.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고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아내는 어느새인가 잔디 위 그늘자리에 앉아 바람을 쐬고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걱정하지 말고 충분히 전시물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MIG-23 ML. 체코 공화국에서 냉전 종료 후 캐나다군의 평화유지 활동에 대해서 감사의 표시로 기증했다고 합니다.

CF-18 HORNET. F-18 HORNET 이지만 캐나다 공군이 사용했기에 'C'가 붙어 CF-18이지요. 캐노피에도 들어가 볼 수 있을까...했지만 올라가는 계단에 자물쇠가 걸려 있더군요. 쩝.

CF-86 SABRE. 한국전쟁과 금문도 사건 등에서 활약한 제트전투기로 어르신들에게는 '쎅쎅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전투기...지만 저는 미그기와 가끔 헷갈립니다.


오오오오...호랑이 도장이 들어간 '휴이' 헬기라니...CH-138 IROQUOIS로 지금도 구급 헬기로 사용되는 중이라고 하네요.

야외 전시관 한 끝에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보았더니...멋진 장면이 나옵니다. 비록 지금은 하늘을 날지 못하고 땅에 붙들린 신세였지만 한 때 하늘을 날았던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피가 끓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 먹도록 이런 감상을 버리지 못하는 저의 덕후스러움에 즐겁기도 하고 한숨이 나기도 하더군요.

그러고 있자니 저 멀리 노란 스쿨버스 한대가 박물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이더군요. 투어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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