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중부(10일차),마침내 나이아가라(Niagara Falls) - Canada Road Trip,NB/QB/ON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제가 그래도 없는 자원을 쥐어짜서 여행을 다니게 된 어이없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렸을때 아버지가 어디선가 주워온 컬러판 백과사전 입니다. 꽤나 어릴적 부터 저는 방구석에 들어앉아 그 백과사전을 마냥 읽고 그때는 무슨 소리인지 알지도 못하는 것들을 머리에 새겼습니다. 피라미드, 만리장성, 부분일식, 경제 대공황 등등.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등수가 매겨진 것들을 특히 좋아해서 이유없이 그런것들을 외우곤 했습니다. 세계7대 불가사의는? 4대 문명은? 5대양 6대주는 뭐지? 등등. 그리고 그때 머리에 들어앉은 것들 중 하나가 셰계 3대 폭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었지요. 이구아수, 빅토리아, 그리고 나이아가라. 그때는 빅토리아 폭포가 아프리카에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 폭포를 모두 가서 보고 그리고 가능하다면 들어가서 수영을 하는 것이 제 어릴 적 꿈이었었습니다.

 마침내 이 화창한 여름날, 저는 그 중 하나를 직접 보러 갔습니다.

토론토에서 차로 대략 두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이곳은...그야말로 관광지였습니다. 인디아나존스에나 나왔던 정글사이로 신비롭게 숨겨진 폭포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건 좀 심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개발(?)이 잘 되었습니다. 호텔, 카지노, 다양한 기념품점과 프렌차이즈 식당들. 단체 관광 버스가 열을지어 들어와 우르르 관광객을 쏟아내면 그들은 열을지어 잘 정리된 상가 사이사이로 흩어져 사라집니다.


힘들게 주차를 하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폭포가 아니라 프랑켄슈타인의 버거킹이라니. 관광지를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 첫인상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발걸음을 옮겨 폭포로 걸어가면서 저는 다시 설레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커져가는 물소리, 쨍쨍한 햇볕 아래에서도 공기를 가득 채우는 촉촉한 습기를 느끼며 지금껏 보지 못했던 거대한 것이 곧 등장할 것이라는 것을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기대감. 코너를 돌았을 때, 혹은 걷고 있는 이 길 끝에 등장할 그 무엇에 대한 설레임. 바로 이 느낌 때문에 여행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상점가를 다 빠져나와 폭포를 눈에 담았을 때 저는 가벼운 탄성과 함께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큽니다 커. 폭포에 떠 있는 배가 성냥갑으로 만든 것 같았습니다. - 캐나다 유람선에 탄 사람들의 빨간 비옷 덕분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파란 비옷을 입은 사람들이 탄 유람선은 미국에서 온 유람선이라고 하네요.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해서 하나인 줄 알았더니 폭포가 3개나 있었습니다.

관광지의 유람선은 비싸기만 해서 가급적 타지 않으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 이 풍경이라면 즐겨볼만 하지요.


폭포 옆으로 잘 깔린 산책로 아래로 내려가면 유람선 티켓을 구할 수 있습니다. 비옷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공짜로 나누어 주더군요. 여기저기 촌놈티 다 내고 다니는 것 같지만 가끔씩은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오는 여행이 즐거울 때도 있습니다. 돈을 더 쓰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 곤란하지만 말이지요.

티켓을 사고 조금 기다리다보니 어느덧 우리가 탈 차례가 되었습니다. 배를 타는데 눈에 들어온 물거품 생각이 누런게 생각보다 물이 깨끗하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하긴 주변에 저렇게 큰 관광지가 있으니 물이 맑을 수가 있겠냐는 생각에 이해는 되지만 좀 있으면 저 물을 뒤집어써야하는 마당이라 찝찝하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더군요. 이런 것 신경쓰는 저도 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배가 출발하고, 저는 풍경을 좀더 잘 보기 위해 과감히 유람선의 2층 제일 가장자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유람선은 굽 폭포(Horseshoe Falls)로 방향을 잡고 나아갔습니다. 그  때 배 뒤로 보이는 것이 캐나다 - USA를 잇는 다리. 이런저런 증언에 따르면 미국쪽에서 보는 나이아가라보다 캐나다에서 보는 것이 훨신 더 멋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미국으로 이곳에 온 한국 분들은 캐나다쪽으로 넘어와서 -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다고 합니다. - 폭포를 구경하고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사진 우측으로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말굽폭포. 왼편에 보이는 것이 미국측에서 쏟아지는 다른 폭포로 그 뒤에 뭐라도 있는지 파란 비옷을 입은 사람들이 폭포 주변에 서 있었습니다. 


밀려오는 물을 거슬러 유람선들은 말굽폭포로 나아갑니다. 다가가면 갈 수록 마치 사방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듯 물이 이리튀고 저리튑니다. 그리고 엄청난 소리. 제법 강한 바람. 이 모든 것이 막대한 수량의 물이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것이겠지요. 저러고도 땅이 안 무너지는 것이 용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돌아와서 찾아본 결과 아니나 다를까 나이아가라 폭포는 저 막대한 수량으로 인한 침식으로 매년 1m씩 후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력발전소를 건설한 뒤의 수량 조절로 뒤로 물러나는 수준이 대폭 저하, 현재 예상하는 폭포의 수명은 대략 4천5백년 가량 된다고 합니다.



말굽 폭포로 진입하기 전에 찍은 마지막 사진. 그 뒤로는 사진기를 들수가 없었습니다. 쏟아지는 것이 아닌 튀는 물이 비옷을 뚫고 들어올정도였습니다. 유람선은 표주박에 띄운 나뭇잎 마냥 휘청휘청. 고글이나 안경이 없는 사람들은 눈을 뜰 수가 없었으며, 저는 안경덕에 그 뿌연 물안개 사이로 펼쳐진 폭포를 간신히 볼 수 있었습니다. 엄청났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웠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장엄미와 박력. 시원하더군요.

말굽 폭포에서 선수를 돌린 유람선은 우리를 태웠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와 아내는 유람선에서 내려 테라스로 올라가 아무말 없이 폭포 주변을 걸으며 두근거렸던 심장을 조금 진정시켰습니다. 


저희 주변에는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그 중에는 나이 많은 분들도 제법 계셨구요. 문득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혹시 아머니 아버지가 캐나다에 오신다면 여기 정도는 올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호텔이나 프렌차이즈 식당도 그렇게 미워보이지가 않더군요.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제가 우스워 피식피식 웃고 있으니 아내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 봅니다.


두어 시간 햇볕도 쬐고 휴식도 취한 우리는 토론토로,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폭포에 작별인사를 합니다. 더 깨끗해지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은 때 묻지 않고 남아 있기를 빌면서 말이지요.

돌아가는 도중, 바다처럼 보이는 호수가 잘 펼쳐진 이름없는 공원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습니다. 이 동네는 뭐가 이렇게 다 크고 넓은지. 과연 여기에서 나는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곳인데 나 한입 먹일 것이 없으랴 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쓸데없는 고민을 돌돌 말아 아까 본 폭포 가운데로 던져봅니다. 

유치하지만, 이런 상상은 정신건강에 꽤나 도움이 됩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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