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중부(11일차),AGO(Art Gallery of Ontario)3편_캐나다의 풍경 그리고 삶 - Canada Road Trip,NB/QB/ON


 드넓은 대지 위에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누리며 살아온 캐나다의 화가들은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 그들만의 독특한 풍경화를 그려냈습니다. 그런 캐나다의 화풍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유명한 화가 집단이 있었으니 바로 그들이 'Group of Seven'. '황야의 7인...' 같은 느낌이 들어 멋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들의 그림을 이 곳 AGO 3층에서 마주하니 이름 뿐만 아니라 그림도 굉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먼저 볼 그림은...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 엄한 바위 위에 소나무가 서 있습니다. 꽤나 바람이 못살게 굴었는지 이리저리 휜 가지가 불쌍하게 보일법도 한데 그 부드러운 곡선은 그저 우아할 뿐입니다. 진한 녹색이 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을 배경으로 강렬히눈에 들어오는 이 그림. Thomas John Thomson (August 5, 1877 – July 8, 1917)의 The West wind 입니다.

톰 톰슨은 Group of Seven의 멤버는 아닙니다만 - 조금 일찍 돌아가셨지요. - 이후 그 그룹의 화풍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하더군요. 그럼 Group of Seven은 과연 누구며,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요.

 한 겨울의 나무는 모진 바람과 몰아치는 눈발에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잎과 잔가지는 모두 떨어져나가 그저 앙상할 뿐입니다. 삭막하기 그지 없을 이 광경이 따뜻한 이유는 나무 뒷편에 우뚝 솟아오른 푸른 산과 마른 껍질을 어루만지는따뜻한 햇볕, 그리고 그 위를 부드럽게 덮은 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캐나다의 겨울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광경. 다만 그 시간과 공간을 비현실적인 뚜렷한 색감으로 그려내었기에 더욱 아름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Lawren Stewart Harris(October 23, 1885 – January 29, 1970)의 Above Lake Superior 입니다. 전반적으로, 저는 이 사람의 그림이 다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러고 보니 저는 어느 정도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그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푸른 산이 겹겹히 쌓인 가운데 조용히 호수가 있습니다. 그 호수 위로 보이는 하얀것은 눈일까요 물에 비친 구름일까요. 저 멀리 맑고 밝은 하늘과 산그늘의 어두움, 그리고 호수의 깊음이 뚜렷이 대조되는 이 광경. 문득 Capebreton을 떠올리게 하는 이 그림의 제목은 어딘가 RPG 게임같더군요. 그래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Franklin Carmichael (May 4, 1890 – October 24, 1945)의 Light and Shadow 입니다.

분홍과 하늘색이 뒤엉키는 동산. 이 말도 안되는 색깔의 조화에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아마 어딘가에서 이 색깔, 이 느낌을 마주한 적이 때문이겠지요. 이제 막 하늘로 오르는 해가 미쳐 닿지 못한 곳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데 그 그림자 마저도 분홍색입니다. 화면 가득 온기가 차오르는 듯한 푸근함, 그리고 고양감. Frederick Horsman Varley (January 2, 1881 – September 8, 1969)의 Sunrise, Sphinx Glacier, Garibaldi Park 입니다.

처음 봤을 때 문득 고흐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계곡에서 하얗게 부서지며 흘러가는 물이 거칠 법도 한데 동글동글 솜털 처럼 그려낸 그 광경에 마음이 푸근해 집니다. 저 멀리 빽빽히 들어찬 녹색 숲 사이로 진파랑의 강이 흘러갑니다. 와일드하면서도 여유있고 풍요로우면서도 박진감이 있었습니다.James Edward Hervey MacDonald (May 12, 1873 – November 26, 1932)의 Falls, Montreal River 입니다. 저 풍경이 몬트리얼에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냥 강의 이름이 몬트리얼인 것일까요. 그런 실 없는 생각을 그림 앞에서 한참 했더랬습니다.

하얀 눈. 그리고 그 눈을 뒤집어 쓴 침엽수와 잎 하나 없이 앙상한 활엽수가 같이 서 있는 동산. 그 위에 떨어지는 햇볕이 눈 위에 선명한 명암을 그려냅니다. 티 한점 없는 밝음과 어둠. 그림자까지도 푸른 색을 머금은 듯한 깨끗한 풍경. Arthur LismerCC (27 June 1885 – 23 March 1969)의 A Clean Winter 입니다. 



* 이 화가에 대해서 조사하는 중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화가를 유명하게 만든 그림은 자연이 아닌 군함을 그린 그림이라는 것이죠.

바로 이 그림, Olimpic With Returned Soldiers 가 그 그림인데요,

- '귀환병을 태우고 돌아온 올림픽호'는 이 배가 바로 할리팩스(Halifax)의 Pier2에 정박했을 때 그려졌습니다. 네, 이 화가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할리팩스에 온 적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것이죠. 설마 사진을 보고 그렸을리는 없겠죠?

- 이 그림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억에 제가 찍은 갤러리의 사진을 모두 뒤졌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오타와의 전쟁박물관(Canadian War Museum)이었습니다. 네, 이 그림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탱크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 그림도 찍어둘 걸 그랬습니다.

- 이 그림이 유명해진 또 다른 이유는 1차 세계대전의 군함에 사용되었던 독특한 위장 소위 'dazzle camouflage'가 묘하게 초현실적이며 모더니즘한 예술적 요소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말입니다. 전쟁과 예술. 사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만 그건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기회에...

아무튼,

위에 서술한 5인의 화가 이외에도 A. Y. Jackson (1882–1974)과 Frank Johnston (1888–1949)을 더하여 캐나다의 Group of Seven이라고 부릅니다. 이 두 분의 그림도 찍어둔 사진에 있나 포스팅을 하면서 찾아봤는데...찾지 못했습니다. 그말인즉 아쉽게도 이 두 분의 그림은 제 취향이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 7인조가 아니더라도 훌륭한 그림을 그린 캐나다 화가들의 작품을 잔뜩 파인더에 담아두었으니까요.

 지붕에 가득 쌓인, 이 곳이 바로 캐나다라고 외치는 듯한 폭신폭신한 눈. 떨어지는 햇볕에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는 파란 그림자, 주황과 녹색 페인트로 칠한 나무벽 사이로 선명하게 대조되는 흰색과 파란색, 그 강렬한 색감이 캔버스를 가득 메우는 이 광경. 3층의 그림 중 가장 제 마음에 들었던 그림입니다. 토론토에서 태어나서 토론토에서 세상을 떠난 Alfred Joseph Casson(May 17, 1898 – February 20, 1992)의 Housetops on the Ward 입니다. 이 화가는 이 후, Group of Seven 멤버들의 요청으로 그 그룹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이름 모르는 - 이름은 있지만 제가 도무지 찾을 수 없거나 기억할 수 없는 - 훌륭한 캐나다 화가분들이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냈었습니다.


앞 뒤의 명암이 뒤집힌, 마치 처마 아래에서 그린 듯한 이 그림은 저의 튜터인 알랜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기억합니다.  누가 그렸는지는 다음 튜터링 시간에 물어봐야 겠군요.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에는 고층 건물도 생기고..

여러 나라에서 각자의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캐나다로 몰려왔습니다. 지금도 들어오고 있고요.


도로도 복잡해지고 차도 다니고 그래서 차도에 뛰어들어온 순록인지 무스인지 헷갈리는 짐승은 사람들에게 포위당하기도 합니다. 저 뒤에 보이는 정유회사 'IRVING'의 간판이 시대가 한껏 가까워 졌음을 느끼게 합니다.

사람들의 삶은 좀 더 편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좀 더 복잡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렇듯 푸른 하늘과 넓은 들판, 깨끗한 자연이 있으니 그 와중에서도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리하여 길고 긴 갤러니 관람을 끝내고 - 못본 그림이 너무도 많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 말입니다. 토론토를 나서기 전에 맛있는 것을 먹고 가기로 결심한 저와 아내는 시내로 향했습니다.

안녕 AGO. 꼭,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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