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중부(11~12일차),모모후쿠(Momofuku) 그리고 킹스턴(Kingston) - Canada Road Trip,NB/QB/ON


 맛난 것들이 넘쳐나는 토론토, 뭘 먹을까 고민할 법도 한데 이날은 비교적 쉽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생각했던 곳과 제가 갔으면 하는 장소가 참으로 오랜만에 일치했기 때문이지요. 그리하여 가게 된 곳이 누들바(Noodle Bar) 모모후쿠(Momofuku)입니다.

 이 곳을 알게된 계기는 넷플릭스(Netflix)의 음식 관련 다큐멘터리 '어글리 딜리셔스(Ugly delicious)'였습니다. '맛있고 고급스러운 요리라 함은 무릇 건강하고 보기 좋아야 한다.'는 요리계의 통념에 반하는 세상의 맛있는 요리들을 소개하는 이 프로에서 저는 데이비드 장(David Chang)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인 3세,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국수에 매료, 뉴욕의 월가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전격 요리학원에서 6개월간 요리 공부, 그 후 유명 음식점에서 수련을 하다가 뉴욕에서 첫 식당 '모모후쿠 누들바'를 오픈. 매출이 좋지 않아 반년 뒤에 문을 닫을까 고민하다가 독특한 퓨전메뉴로 성공, 이후 아시아 퓨전요리계의 유명 쉐프로 명성을 떨치게 되죠. 네, 그 사람이 토론토에도 지점을 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날 이 곳에 온 것이지요.

샹그릴라 호텔안에 위치한 이 곳에는 점심때가 지났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익숙하고 정감이 가는 음식이 눈에 띄는 많이 들어오더군요. 김치와 백김치가 스낵(Snacks)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나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시켜보고 싶었지만 예산과 위장 상태를 고려해서 떡볶이로 추정되는 'Roasted Rice Cake'과 'Chicken Yuzu Ramen'을 주문했습니다.

이윽고 등장한 'Roasted Rice Cake' 역시 떡볶이 였습니다. 분식집의 국물 떡볶이가 아니라 통인시장의 튀긴듯한 떡볶이에 가까웠습니다. 겉은 바삭 속은 쫀득. 참깨와 신선한 파가 입안 가득 풍미를 더해줍니다. 맛있습니다. 맛있기는 한데 가격이 11$ - 거의 9천원 돈...양도 적은 주제에 비싼 편이죠? 이 돈 내고 먹는 사람이 제법 된답니다. '떡볶이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라고 외치는 듯한 요리였습니다. 

그 다음에 먹은 것이 치킨 유자 라멘. 닭기름이 풍성한 국물이 유자향에 깔끔하게 선을 긋는 라멘. 맛있습니다. 돈코츠처럼 고기 육수가 진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습니다. 할리팩스의 일본라멘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만 했습니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돼지 라멘을 시켜볼까라는 생각이 금새 들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다음번에 토론토에 온다면 꼭 다시 올겁니다.

 토론토를 떠나 향한 곳은 몬트리올과 토론토 중간에 위치한 킹스턴(Kingston). 자메이카의 수도와 이름이 똑같습니다. 하긴 이곳도 캐나다의 수도가 될 뻔한 곳이기는 하지요. 인지도면에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토론토의 도시생활에 지친 실속있는 부자들이 여기에 와서 산다는 이야기가 들었습니다. 그만큼 생활 환경이 좋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래서 인지 동네 크기에 비해서 꽤나 많은 대학이 들어와 있습니다. 시 전체가 학교 캠퍼스와 같은 느낌이 든다고 듣기도 했고요.

 도착한 당일에는 이미 저녁이라 B&B 숙소에 짐을 풀고 슈퍼에서 간단하게 저녁거리를 사서 끼니를 해결하고 곧 잠이 들었습니다. 여행이 후반전에 돌입하면서 쉬엄쉬엄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하여 다음날 아침 본격적으로 킹스턴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날씨는 맑았고 기온은 적당. 아내는 기분이 좋았으며 저도 체력이 충전된 상태였습니다. 더할나위 없이 좋은 컨디션. 그런 우리 앞에 공원인지 거리인지 헷갈릴 정도 잘 조성된 잔디밭과 산책로가 사방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옛 건물들이 여유롭게 새워져 있었습니다.


 아름다웠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수가 공사중이라 아쉬웠던 건물. 돔,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시대의 건축물을 흉내낸 근대의 건축 양식. 너무너무 좋습니다.

성 안토니..로 예상되는 석상이 새워진 병원. 이렇게 이쁜 병원은 참 오랜만입니다. 그렇다고 입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옛 역사 옆에 서 있던 증기기관차. 언젠가는 이런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이곳 킹스턴에는 시계가 들어간 돔과 신전모양의 정문 양식을 채택한 건물이 정말 많더군요. 

돔과 돔, 탑과 탑, 예쁘지만 비슷한 건축 양식에 약간 식상해질 무렵, 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 있어서 다가가 보았습니다. 오대호가 쫘악 펼쳐지는 풍광수려한 곳에 새워진 이 건물은 요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군사시설이었습니다.


두터운 벽돌로 새워진 탑. 포탄이 스쳐비켜가도록 만들어진 둥근 외벽. 그리고 그 외벽에 촘촘히 뚫려있는 총안. 그리고 그 탑 주위로 뺑 둘러판 해자. 아마도 이전에는 물을 채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옆에 크게 뚫린 - 지금은 검은 문으로 막혀 있지만 - 구멍은 '대포가 배치될 예정이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1차 대전 전후로, 영국에 의존해왔던 무기와 탄약 생산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했던 캐나다 정부는 그 야심찬 계획의 첫 프로젝트로 저 요새에 배치하기로 예정된 거포를 자국의 공장에 주문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야심에 못 미쳤던 당시 캐나다의 기술력은 대포를 만드는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들었으며 막상 그 대포가 완성되었을 때에는 공격 대상으로 상정했던 범선이 증기선을 넘어 철갑선으로 발전한 뒤인지라...결국 실전에 사용되지도 못하고 폐기되었다는 웃픈 역사가 있었습니다. 실로 재미있군요.

 그렇게 알차게, 관광과 운동을 겸한 킹스턴 구경을 끝낸 우리는 다운타운의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몬트리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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