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중부(12일차),싸우전드 아일랜드(Thousand Isalnds) - Canada Road Trip,NB/QB/ON


 킹스턴에서 몬트리올로 가는 도중, 적당히 들려서 밥도 먹고 쉴곳이 없나 저와 아내는 고민했었습니다. 구글맵을 한참 들여다 보던 아내는 문득 고개를 들어 킹스턴에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싸우전드 아일랜드 국립공원(Thousand Isalnds)이 있는데 거기서 쉬고 가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더군요. 그 이름을 들었을때 머리에 스치는 것은 다른것이 아니라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이었습니다.

 마요네즈에 올리브 오일, 레몬 즙, 오렌지 주스, 파프리카, 우스터 소스, 머스타드, 식초, 크림, 칠리소스, 토마토 퓌레, 타바스코 소스 등을 넣어서 만들 수 있다고 오리지널 레시피에서는 이야기 하지만 제 기억속의 천섬소스는 마요네즈와 케찹, 설탕과 소금 그리고 후추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돈까스를 튀겨주시면 양배추를 바싹 잘게 썰어서 그 위에 뿌려주시던 그 분홍빛 소스. 

 그 곳에 가면 그 소스의 오리지널을 맛볼지도 모른다는 어설픈 기대에 부푼 저는 아내의 제안에 전격 동의, 즉각 천섬제도로 향했습니다. 로드트립의 묘미는 경로와 경유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도착한 천섬제도의 선착장은 생각보다는 한적했습니다. 쭉 펼쳐진 호수가에 유람선이 두어 척 떠 있었고 맞은편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었고 호수 변을 따라 푸트 카트가 두어개, 레스토랑겸 기념품 점이 하나, 유람선 티켓과 다른 투어 패키지를 파는 에이전시 건물이 한동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거리에 호수를 따라 드문드문 테이블이 붙어있는 벤치가 있었고 그 사이를 여유롭다 못해 약간 따분해 보이는 관광객들 - 거의 대부분이 나이드신 분들 - 이 천천히 걸어다니다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걸음이 빨라지는 유일한 순간은 눈 앞에 빈 의자가 나타났을 경우였지요. 저는 이 풍경이 아주 마음에 들었답니다.

 섬을 보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하니, 저와 아내는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열고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 - 틈만 보이면 딴짓을 하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하품을 하는 모양을 보니 다른 지역에서 아르바이트를 온 고등학생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자기 집 가게에서 그렇게 장사를 하다가는 등짝 스매쉬감이지요. - 에게 표의 가격을 물어보니 유람선이 도는 시각에 따라 가격과 배가 떠나는 시간 간격이 달랐습니다. 30분 간격으로 도는 가장 짧은 코스가 가장 싸고 배 간격도 당연히 가장 짧았습니다. 하지만 천섬제도에서 유명한 캐나다 - 미국 국경 다리와 볼트성을 보려면 1시간 30분짜리 코스를 선택해야 합니다. 가격도 올라가고요. 몬트리얼에 해지기 전에 가고 싶었던 저와 아내는 아쉽지만 가장 짧은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표를 사고 벤치에 앉아 바나나와 물, 작은 빵 등을 먹으면서 배 떠나는 시간이 될 때까지 사람 구경도 하고 호수 구경도 했습니다. 도시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다가 여유롭게 걸어다니는 분들을 보니 편안해지더군요. 그리고 할리팩스의 작지만 따뜻한 우리 집 생각도 났습니다. 아, 이제 돌아갈 때가 정말 되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감정에 머리가 잔뜩 젖어들어가고 있을 때, 이윽고 우리가 탈 유람선이 왔습니다.

1층 실내와 2층 야외덱으로 구성된 작은 유람선은 자유좌석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가는 내내 선내와 선외에 설치된 마이크에서 천섬제도와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영어와 불어로 들려주더군요. 기억에 남는 것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 천섬제도의 실제 섬 갯수는 천 개가 아니라 약 1800여개라고 합니다.
- 현재 천섬제도의 이름은 1,2차 세계대전에서 순국하신 캐나다 참전용사의 이름을 따서 짓고 있습니다.
-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의 유레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그 어떤 가설도 문서상의 증거를 찾지 못해 아직도 서로 자기 이야기가 맞다고 우기고 있는 중이라고 함. 그 중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썰'은 소피아 라론데(Sophia Lalonde)라는 이곳 어부의 아내가 남편인 조지(George)의 식사를 위해 소스를 만들었는데 이 소스를 맛보게 그 맛에 매료된 영화배우 매이 어윈(May Irwin)이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해서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 뒤 매이는 이 레시피를 당시 천섬제도에 머물던 또 다른 거물인 조지 볼트(George Boldt) - 네 볼트성을 지은 그 사람 맞습니다. - 에게 알려 주었고, 역시나 그 맛에 감동한 볼트가 1894년, 자신이 보유한 호텔인 월도프 - 아스토리아 호텔(Waldorf - Astoria Hotel)의 정찬 메뉴에 이 소스를 추가하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 후 이 소스는 각지로 퍼져나가 그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는 것이죠.
- 천섬제도에서 섬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연적으로 조성된, 최소 1동 이상의 건물과 1그루 이상의 나무가 들어설 수 있을 정도의 면적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밖에도 많은 이야기가 방송에서 흘러나오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때 그저 조용히, 배 양옆으로 흩어졌다 모이는 작은 섬들과 그 섬에 올라앉아 있는 앙증맞은 별장에 완전히 푹 빠져 있었습니다. 저도 저런 별장이 한 채 있었으면. 아니, 별장은 없더라도 섬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곡히 했었습니다.

제법 큰 집에 선착장까지 갖춘 덩치 큰 섬도 보였구요.

작은 정자 수준의 집이 거북이 등에 붙은 따개비 마냥 올라앉은 곳도 있었습니다. 그 작은 섬사이로 유유히 요트가 떠나니는 풍경. 작은 섬을 사서 자신의 재력으로 한 껏 그 섬을 꾸미고 때때로 찾아와 신선놀음을 하는 것. 이것이 한때 북미의 부자들이 살았던 방식이 아니겠습니까.

현재 이 천섬제도의 부동산 가격을 알아보니 작은 섬의 집 한 채는 대략 십팔만 캐나다 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약 1억 5천 정도 한다고 합니다. 별장가로 나쁘지 않은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엉말 작은 섬과 집의 이야기고요. 평균가는 대략 30만불. 정말 크고 좋은 집은 150만불을 넘는 곳도 허다하다고 하더군요.

새 떼들에게 점령당한 등대섬. 섬 전체가 새 똥으로 하얕게 덮혀있는 모습이...참 끔찍(?)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소중한 저의 자동차 본네트 위에 볼 일을 보는 놈들이 생각나서 은근히 열이 받더군요.

이윽고 섬과 섬, 별장과 별장을 계속 보는 것이 지겨워질 때 쯤 - 저는 괜찮았는데 와이프는 참기 힙들었나 봅니다. - 배는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싸우전드 드레싱이 듬뿍 뿌려진 샐러드나 핫도그라도 사 먹고 싶었지만 왠걸, 그런 레스토랑을 찾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몬트리올에 가서 뭘 좀 먹기로 하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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