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중부(12일차),몬트리올,Dunns'famous 그리고 Jazz - Canada Road Trip,NB/QB/ON


 싸우전드 아일랜드를 떠나 1시간 가량 동쪽으로 달려 이윽고 몬트리올에 도착했습니다. 차로 미어터지는 도로, 바삐 오가는 사람들. 거리를 꽉 채운 각종 소음들, 브루마블에 이름을 올렸던(??), 1950~1960년대 캐나다를 상징했던 도시 몬트리올(Montreal) 혹은 몽레알.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캐나다의 대도시 중에서 몬트리올의 지표는 여러가지 면에서 그 평가가 바닥을 칩니다. 가장 집 값이 비싸고 월세를 포함해도 가장 집을 구하기 힘든 도시. 높은 실업율과 극심한 구인난, 교통지옥, 흉흉한 인심, 비교적(?) 좋지 못한 치안 등등. 좋은 점이라곤 눈을 부비고 봐도 없어보이는 동네가 몬트리올 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도시로 사람이 꾸역꾸역 모여듭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름을 나직히 소리내어 부를 때 코 천정을 스치는 매력적인 비음 때문일까요? 시내 곳곳에 들어선 경제 호황기 시절에 지어진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멋진 건축물들 때문일까요? 무엇이 몬트리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자부심과 그곳에서 살아갈(?)끈기와 용기를 주는 것일까요. 한낱 여행자인 저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내에 들어서 짜증 반 돈 반으로 어렵사리 차를 주차하고 마주한 이 건물 앞에서, 그 불편함일 감수하고서라도 이 곳에서 삶은 어떤지 잠깐 상상했던 저를 돌아보면 이 도시의 매력은 숫자로만 표현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 하나 빼먹은 것이 있군요. 여행자에게 있어 이곳의 숙박비 또한 치를 떨게 할 정도로 비쌉니다. 그리하여 저와 아내는 여행기간 내내 들리지 않았던 도미토리 형식의 여행자 숙소를 이곳에서 처음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주교관으로 사용했던 건물을 수리해서 여행자 숙소로 쓰는데,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 외관과 깔끔하게 정리된 내부 인테리어, 곳곳에 남아 있는 주교관의 흔적 - 스테인드 글라스 등 - 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닳고 닳은 백인 여행자로 복닥거리는 이곳의 공동 사용시설에서 동양인이라면 딱 우리 둘 뿐이라 그게 좀 어색했었죠.

오랜만에 마주하는 2층 침대. 좁고 불편하지만 저는 2층 침대가 너무 좋습니다. 언젠가 마당에 핵벙커를 만들게 된다면 꼭 2층 침대를 쓰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가끔하지요. 아무튼, 짐을 침대에 던지고 샤워를 한 뒤 서너시의 더위가 가실때까지 일기도 쓰고 사진도 정리하면서 잠깐 숙소에 있었습니다. 에어콘이 잘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퀘벡부터 따라오면서 저희를 괴롭히던 여름 더위는 몬트리올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구름이 하늘에 깔리는 5시 정도가 되어야 저와 아내는 식사와 시내관광을 위해 숙소를 나섰습니다.

건물 위에 성인들이 늘어선, 용도를 알 수 없지만 종교적인 건물. 차들이 오가는 사거리 옆에 우뚝 서 있는 성인상이 저의 확신을 더 해주었습니다. 저는 겉 모습만 휘적휘적 보는 것으로 만족을 했었는데 돌아와서 보니 안에 들어봐야 할 건물들이 몬트리올에는 수두룩 하더군요. 그 건물들의 리스트는 지금도 제 마음에 남아 이곳을 다시 찾아갈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몬트리얼을 찾아갈 두번째 이유. 저는 이곳에서 저의 인생 샌드위치를 만났습니다. - 사실 샌드위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못 먹어본 것도 사실입니다.


1927년 부터 지금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곳. 몬트리얼 샌드위치의 성지 던스페이머스(Dunn's Famous)입니다. 바깥 파티오부터 가게 안까지 식사 때가 아니었음에도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흰색과 붉은색의 1960년 스타일의 북미식 타일이 깔려 있었고 반짝반짝 빛나는 크롬 스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친절하고 쾌활한 종업원들. 대도시의 매장답지 않은 환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음식이지요.

씨저 샐러드와 수프. 신선한 야채와 아낌없이 갈아 얹은 치즈. 기본에 충실한 맛 이었습니다. 하지만 메인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통칭 몬트리얼 루벤 샌드위치(Montreal Reuben Sandwich). 루벤 샌드위치는 북미에서 즐겨먹는 구운 샌드위치로 콘 비프와 스위스 치즈, 사우어크라우트 그리고 러시안 드레싱 - 마요네즈와 캐첩을 섞어서 홀렌다이즈나 피멘토, 차이브 혹은 다른 향신료를 섞은 드레싱 - 을 넣는 것이 원래 레시피 입니다.  몬트리얼 루벤 샌드위치는 콘비프 대신에 매장에서 직접 구운 스모크 비프를, 러시안 드레싱 대신에 싸우전드 아일랜드 소스를 쓴 것이지요. 그 외에 사이드 디쉬로 수제 사우어크라우트와 딜, 감자튀김이 같이 제공되었습니다. 

새콤달콤한 향기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만들더군요. 참을 수 없어 와락 깨 물은 입 가득 고기의 풍성한 육즙과 스모키한 향이 화악 퍼집니다. 게다가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운 육질이 잘 구워진 빵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다양한 식감을 선사합니다. 아우. 맛있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할 말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이 날을 기점으로 이 샌드위치는 제 인생 최고의 샌드위치로 등극했습니다. 이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서라면 할리팩스에서 12시간 40분을 달려 몬트리올로 저는 갈 수 있습니다.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밤 거리를 거닐다,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재즈를 듣고 오기로 했습니다. 이 곳 몬트리얼의 라이브음악 - 재즈와 블루스 - 는 북미에서도 제법 괜찮은 편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렇게 찾아간 곳이  재즈바 업스테얼즈(UPSTAIRS). 간판이 뒤집혀 있어서 처음에는 여긴가 거긴가 헷갈렸습니다.

반층 정도 지하에 위치한 작은 재즈바였습니다. 작은 테이블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가게의 1/3은 무대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음료를 시키고 라이브 공연비는 따로 지불. 가격이 여기 물가에 비하면 그렇게 높지는 않았습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곧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성질 깐깐해 보이는 보컬 겸 피아니스트가 피아노에 앉자 온갖 뒤치닥거리는 다 할 것 같은 중간 관리자 역할의 드러머가 사람들에게 밴드 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그 어울리지 않는 둘 사이를 잘 조정할 것 같은,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늙은 남자 베이시스트가 무대에 서자 갑작스럽게 피아니스트가 공연을 시작해 버립니다. 

성질 더러운 피아니스트가 갖은 강짜를 다 부리는 것 같은 연주는 실험적인 음악과 상업적인 음악의 중간선을 아주 훌륭하게, 그리고 약간은 삐딱하게 넘나들었습니다. 관객을 등지고 연주하는 파격적인(?) 무대매너의 그 뒷모습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넘쳤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베이스. 미친 듯이 날뛰는 듯한 야생마에 고삐를 채우고 질서를 부여하는 역할이 두드러지는 드럼. - 물론 그도 천성이 재즈 연주가인지 같이 달릴 때가 있었습니다만 - 훌륭하고, 재미있고, 흥미있는 연주였습니다. 각자의 에고가 넘쳐나면서도 하나의 합(合)을 이루는 모습이 바로 재즈 공연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정말 고혹적인 1960년대 스타일의 여자 보컬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저 3명 만으로도 몬트리얼의 첫날 밤은 매우 만족스러울 수 있었습니다. 브라보, 브라보.

밤 늦게까지 연주가 계속될 기세였지만 야밤에 낯선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을 지극히 기피하는 겁쟁이 여행자 우리 둘은 너무 늦어지기 전,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불편한 침대에서, 복도에서 여행자들이 돌아다니는 소리를 들으며, 하지만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는 재즈와 입안에 감도는 샌드위치의 잔향을 곰씹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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