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디 국립공원(Fundy National Park), Hopewell Rocks - 동부캐나다(AtlanticCanada)


 * 성탄절 다음날, 홀로 집에 틀어박혀 지난 여름날의 추억을 되새기려니 기분이 묘하다. 그 긴 간격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쓰라리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쓸모없지는 않았지만 효율이라는 내 인생 철학에 반했던 그 시간을 반 강제로 나는 보냈다. 그리고 여전히 남은 그 길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나는 걱정이다.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난 정말, 변하지 않는다.

서론이 길었다.



1.

 찬란했던 그 여름날의 캠핑도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이 여름 캠핑 이후에도 나와 아내는 가을 단풍 구경을 갔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이 캠핑은 이유 없이 그 해 마지막 여행처럼 기억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퍼붓는 비를 뚫고 늦은 밤에 차를 몰아 거기까지 가는 것은 이역만리 타국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행위였다. 그리고 그 좁은 차에 좌석을 접고 자고, 아무 생각 없이 팜플렛을 따라 참여한 밤 이벤트에서 쏟아지는 별들의 향연을 만끽했고...행운과 드라마가 함께 했었기에 기억에 더욱 선명한가 보다.

그 아름다운 나날의 마지막을 잘 장식했던 것이, 캠핑장에서 나오는 마지막 날 찾아간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이 폭포였다.

  국립 공원의 비교적 초입에 위치했던 이 폭포는 여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곳이었다. 나와 아내만 몰랐을 뿐이었다. 아침을 적당히 먹고 짐을 챙겨 나오는 길, 주차장에 차가 가득 차 있길래 시간이 남아 들려보았다. 그리고 그 감은 은 틀리지 않았다. 

 폭포는 그렇게 깊지 않은 계곡에 있었다. 내리막길과 오르막길, 도합 30 여분이 걸리는 코스는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도 적당한 거리였다. 하지만 그 짧은 거리에 펼쳐지는 자연의 조화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 것 이리라.

 남쪽에서 북으로 흐르는 작은 물줄기를 따라 펼쳐진 이 계곡은, 햇볕이 드는 동쪽과 서쪽의 식물의 종류가 다른 것이
또 다른 큰 볼거리였다. 같은 해발 고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가 자라 드는 서쪽 사면에는 활엽수가, 동쪽 사면에는 침엽수가 자라는 기이한 풍경. 체감 온도 또한 확연히 달랐다. 계곡에 내려가기 전에는 약간 덥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계곡의 공기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넘어 차가울 정도였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물론,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눈 가는 대로 둘러보아도 즐거운 풍경이었다. 물을 잔뜩 머금은 이끼와 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가 내 가슴을 가득 채우고 그 녹색은 내 눈을 즐겁게 했다. 절로 미소가 입가에 떠오르고 발걸음 피곤한 줄 모르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가뿐히 폭포 산책로를 완주(?)한 나와 아내는 차를 몰고 캠핑장 밖으로 향했다. 이제는 가는 길에 한 곳 더 들릴 예정이지만 또 한 여행이 끝나간다는 기분에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이 날을 어떻게 든 더 잘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나는 아내에게 어제 들렸던 Alma 에서 혹시 살만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 유명한 빵집에서 괜찮은 먹거리가 있는지 찾아보자고 했다.



2.

 주말의 마지막 날이라서 떠나는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캐나다 사람들의 여름 휴가는 주말, 주중을 따지지 않는가 보다.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이 관광 마을의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마을의 끝과 캠핑장의 입구에 위치한 호텔 겸 레스토랑. 이날도 그곳 주차장은 차로 가득 차 있었다. 비싸지만 않으면 언젠가 저런 모텔에서 한번 머물러 보고 싶다. 

 그 호텔 근처에 위치한 제법 큰 기념품 가게. 크기도 크고,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구색도 다양한데 그러다 보니 좋은 물건이 없었다. 한국에서 살다가  NovaScotia 정도 되는 덜 발달된(?) 지역에 오면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없다. 여기 사람들은 좋다고 호호 웃으며 사는 물건이 영 손이 가지 않는다. 돈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기는 한데, 추억이 될만한 물건을 찾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있으면 여간하면 사지 않는 가격에도 무심코 지갑을 열게 된다. 그런 물건을 다시 만나기 힘들 것 같기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가게에는 그런 물건이 없어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패스. 우리는 기념품 가게 근처의 동네 유명 빵집에서 '스티키 시나몬' 이라는 이름의 빵을 사 먹고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이 빵이, 싼 가격에 비해 상당히 맛있어서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커피와 정말 잘 어울리는 빵이었지.



3.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Hopewell Rocks'라는 곳에 들렸다. 몇 개월 전 나는 이곳을 혼자 찾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은 풍경에 아내와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 이날, 이미 한번 왔었던 장소에 다시 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내의 감탄 어린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큰 실수를 하나 저지르고 말았으니 그것은 바로 썰물 - 밀물 시기를 잘못 맞춘 것이다.

 Hopewell Rocks를 즐기는 방법은 조석 간만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이곳 풍경 자체가 바다의 풍화작용으로 인해 생성된 것이기에 바닷물의 수위에 따라 볼 수 있는 풍경도 다른 것이지. 

- 썰물 때에는 넓게 펼쳐진 진흙 갯벌을 걸으며 기묘한 모양으로 깎여나간 바위를 바로 근처까지 다가가서 볼 수 있다. 상당히 많이 걸어야 하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이 공원의 신기한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썰물 때 오는 것이 가장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 썰물 - 밀물의 중간 시기에는 물의 수위에 따라 다르지만, 바다에 잠겨 있는 바위를 공원을 따라 조성된 긴 산책로의 곳곳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 될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

- 밀물 혹은 밀물에 아주 가까운 시간대에는, 보트를 바위 근처에 띄울 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높기 때문에, 2 인용 카약을 타고 바다에서 바위를 감상하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돈은 좀 들지만, 나름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기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다.

 일전에 홀로 이곳을 방문 했을 때는 썰물 - 밀물의 중간 시기였기에, 나는 비교적 무난한 - 물론 다른 풍경에 비해서는 아름답지만 -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다시 이곳을 찾을 때에는 밀물 혹은 썰물 시기에 이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조석간만표를 확인해 보니 썰물 때는 매우 이른 아침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래? 그럼 밀물 때 가서 보트나 타야 겠다.' 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착해서 확인해 보니, 그게 그렇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니 카약 관람 활동은 적어도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 그리고 그것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취소. 이날은 날씨는 좋아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바다에 동동 떠 있는 모습을 볼 수는 있었지만 바람이 강해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그렇게 즐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에 더하여 우리가 이날 공원에 왔을 때에는 밀물이 최대치에 도달해 있었다. - 차를 좀 빨리 몰걸 그랬다. - 그 결과 상당수의 절경이 그냥 '물에 떠 있는 바위'에 지나지 않았다. 아, 실망 실망. 나와 아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산책로를 두어번 돌아보고 내년을 기약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볼 것이라 생각했던, 이전 나홀로 여행 시절의 이 곳 사진을 올리면 아래와 같다.


 입을 물에 대고 물을 마시는 물소를 연상시키는 바위. 나름 다 이름이 있는 바위인데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트를 타면서 바위를 관람하는 사람들.

  'Hopewell Rocks'의 마스코트 격인 바위. 바람과 바다의 풍화작용으로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고 한다. 몇 년 전, 사진 상의 바위 오른쪽 부분과 왼쪽 부분을 이어주는 부분이 무너져 내릴 때 많은 사람들이 전체 바위가 다 허물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고 전해진다.


 그 바위 뒤로, '큰곰 & 작은곰'바위가 보인다.


물이 가득 차오르지 않았을 때에는 이렇게 아래에 내려가 해변에 앉아 느긋하게 바위를 볼 수도 있다. 해수욕을 하기에는...물이 너무 진흙탕이라 그냥 발만 담그는 정도가 딱 좋더라.


 그래, 나는 이런 풍경을 나의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었는데.

 아쉬운 걸음으로 Hopewell Rocks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은 다른 여행의 돌아오는 길과 다르지 않았다. 고속도로, 길 옆으로 펼쳐지는 숲과 바위와 모텔과 모터인 식당들. 폭풍을 뚫고 시작했던 여행의 마무리 치고는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돌아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그래, 2019년 여름을 마무리 하는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어.' 하는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다. 떠나지 않았으면 더 아쉬웠겠지.

 이제는 이른 아침, 아직 해가 다 오르기 전 Hopewell의 기암 절벽을 걸어서 가보고 싶다.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이 더욱 맛있게 보이는 것처럼, 이번 여행에서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여행이 더 간절해 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을 기약하면서, 오랜 시간 마무리를 짓지 못했던 이 여행기를 이렇게 마무리 짓겠다.

안녕,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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