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 Breton Island Day3, Alexander Graham Bell National Historic Site - 동부캐나다(AtlanticCanada)

* 배낭을 다 싸 놓고 마지막으로 타 들어가고 있는 장작 소리를 들으면서, 쿠션이 꺼지다 못해 바닥으로 들어가 버릴 것 같은 낡은 소파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제 저녁부터 내리는 비가 아침에도 그치지 않았다. 초가을의 비가 오두막의 양철 지붕을 때리는 소리는 정겹긴 하지만 양철 지붕은 녹이 잘 슬어서 날씨가 궂은 숲 속 오두막에는 어울리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런 곳에 있으면서도 효율과 효과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보다. 




1.

 Alexander Graham Bell의 박물관이 Capebreton섬에 있다는 사실을 갈게 된 것은 사실 상당히 최근의 일이었다. 몇 주전에 나의 친애하는 친구이자 영어 튜터인 Allan과 아침 산책을 하던 중, 마지막 여름 휴가로 Capebreton섬에 '또' 간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가 나에게 말했다. 그 섬에 간다면 가봐야 할 곳이 3곳이 있다. Highlands National Park, Alexander Graham Bell National Historic Site, 그리고 마지막으로 Fortress of Louisbourg National Historic Site. 지금까지 국립 공원만 줄기차게 찾아갔던 나에게 그가 알려준 새로운 장소들은 매우 흥미로운 정보였다.나는 그 때, 이번 여행에는 다른 두 곳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연유로 이번 휴가 여행의 3일차 오후, 나와 그녀는 Alexander Graham Bell National Historic Site이 위치한 베덕(Baddeck)이란 곳으로 향했다.

 나는 베덕(Baddeck)이란 곳을 지금껏 가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Capebreton 섬의 남부, 호수인지 바다인지 약간은 헷갈리는 거대한 물 옆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이유로 섬을 나고 들 때마다 멀리서 나마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곳의 이름 같은 건 알지 못했고 들려본 적은 더더군다나 없다. 하지만 이날, 이상할 정도로 맑아진 날씨 아래서 들린 이 동네는 참으로 매력적인 곳이었다. 작고 앙증맞은 가게와 집들, 그리고 상점들이 넓은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서 들어서 있었다. 그 거리에는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주민들과 소수의 관광객들이 여기저기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에너지가 넘치는(?)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들은 길가에 세워진 검은색 햄버거 푸드트럭 앞에 줄 지어 서 있었다. 드문 드문 관광객도 보이긴 했지만, 이름도 올리기 싫은 그 질병으로 인해, 외지에서 놀러 온 듯한 사람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이 파란 색의 폭스바겐 레트로 캠핑카를 길거리에서 만났을 때 나는 바다 건너 온 외부인 친구를 만난 기분으로 반갑기 그지 없었다. 

 그 차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존'되고 있었다. 색이 바래진 곳도, 코팅이 벗겨진 곳도 없었고 타이어 캡부터 실내의 커튼과 목조 장식, 자동차 좌석의 가죽시트에 이르기 까지 모두 '순정'부품을 사용한 듯 했다. 무엇 하나 어색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언젠가 쿠바에 갔을 때 어울리지도 않은 부품으로 여기저기 메워 놓은 듯한 올드카들을 봤을 때 나는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그렇게 차를 막 대하는 쿠바 사람들에게 화가 날 정도였다. 그에 반해, 오늘 이 차를 보고 나는 너무 행복했다. 아직 세상에는 온정과 정의(???)라는 것이 남아 있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할 수만 있다면 상점 안에 들어가서 바깥에 세워 놓은 차 안쪽을 구경하게 해주신다면 물건 두 개는 사 드리겠다고 제안하고 싶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그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차창에 얼굴을 붙이고 안쪽을 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랬다면 내 뺨의 개기름이 잘 닦아 놓은 유리창에 묻겠지. 그런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 하고 있던 나의 귀를 그녀가 잡아 당겼다. 이제 좀 가자고.



2.

 Alexander Graham Bell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전화를 발명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일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가진 상식도 그 정도 수준일 것이다. 캐나다에 온 뒤에야, 그가 캐나다 사람들에게 상당히 사랑 받는 '미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사실 상당히 놀라운 일인데 왜냐하면 많은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의 '위인'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즐겨보는 BBC의 드라마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Kim's convenience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머독의 미스테리이다. 그 머독의 미스테리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구미권의 다양한 위인들이 등장하는데, 미국의 위인들에 대한 극중의 평가는 박하기 짝이 없다. 특히, 록펠러와 에디슨, 헨리 포드는 돈만 밝히고 쓸데없는 경쟁심에 자존심만 강한 속물 비슷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레이엄 벨에 대한 평가는 아주 좋았다. 분명 미국국적의 발명가인데 지나치게 편파적일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이 날 이곳을 들린 뒤에야 나는 그 이유를 아주 약간은 알 수가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그레이엄벨은 가족과 자신의 병으로 인해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전화기를 비롯한 다른 많은, 우리가 몰랐던 것들을 그곳에서 발명했다. 그러다가 만년에는 바로 여기, 케이프브레튼의 베덕으로 이주해서 캐나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캐나다에 이주해서 살던 시기에 그는 자신이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사회와 캐나다를 위해 많은 연구를 했고, 주변 사람들을 도왔다. 어떠한 댓가도 바라지 않고 말이다. 바로 이점이 그와 에디슨을 위시한 여타 미국의 발명가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이타적이었고 물욕이 없었다.

예를 들어,



 그는 자신이 세운 전화회사의 거의 대부분의 주식을 자신의 아내에게 양도했다. 위 사진이 바로 그 벨 전화회사의 주식 소유권에 대한 문서 - 혹은 그 복사본 - 이다. 어떤 놈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미국의 한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전기를 발견한 사람은 벤자민 프랭클린 이지만 돈을 번 사람은 전기 미터기를 만든 사람이라고.' 그 말과 이 양도증서를 놓고 생각하면, 그 당시 벨이 했던 여러가지 행동이 얼마나 탈 자본주의적인가를 알 수 있다.

 또한 그는 전화기의 발명 이후에도 끊임 없이 새로운 것들을 발명하려 했다. 예를 들어,

 위 스케치는 빛의 파장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 설계이다. 실제 몇번의 실험도 했다고 했으나 기후와 다른 환경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 빛의 특징상 실용화 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레이엄 벨 자신은 사실 전화기 보다 이 연구에 더욱 많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외에도 그는  이 곳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발명을 시도 했었다. 양젓의 생산량 촉진에 대한 연구, 실용적인 저울이나 생활 용구에 대한 발명 등등. 


그리고 이 물건은 바로 축음기. 사실 축음기의 원리는 알고 보면 무척 간단하다. 그 간단한 생각을 하는 것, 그리고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냥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면 대륙이 나오는 간단한 것도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지.

 그의 수많은 연구와 발명 중 무엇보다 내가 알지 못했고 또한 재미있었던 것은 그가 비행기와 수상정에 대한 연구에 심취해 있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었다는 점이었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 비행을 성공한 이후에도, 수많은 발명가들과 과학자들은 보다 많은 무게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늘에 띄우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했었다. 그레이엄 벨도 그들 중 한 명 이었으며, 그는 당시 캐나다의 석학들과 합심하여 대형 비행기에 대한 이런 저런 실험을 바로 이곳 '베덕'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많은 물체 중 그가 최초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모듈형식으로 조립하여 크기와 형태를 조정할 수 있는 '삼각연' 이었다. 그는 수많은 연들을 가벼운 결합 장치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하늘을 나는 대형 물체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었다. 당시 재료의 한계로 인해 그의 첫번째 발상은 결국 실제로 하늘을 날지는 못했지만 보다 가볍고 튼튼한 소재가 발명된 현재에는 그의 이론이 구현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디까지나, 문과 전공의 꿈 같은 소리이지만 말이다.

 연을 이용한 비행체의 연구에서 방향을 전환한 그는 이윽고 이미 발명된 동력 비행기의 개선과 개량에 돌입했다. 그리하여 캐나다 정부의 지원 하에서 쌍엽기 형태의 캐나다산 비행기를 여타 과학자들과 합심하여 발명해 냈었다. 그가 연구한 비행기들은 상업적, 군사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연구 결과에 만족한 캐나다 정부는 그에게 다른 프로젝트를 의뢰한다.

 그레이엄 벨이 자신의 생애를 마치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연구했던 것은 바로 비행기 동력을 이용해서 물위를 나는 듯 달리는 수상정이었다. 복잡한 해안선과 많은 호수로 이루어진 캐나다는 물위를 효과적으로 누빌 수 있는 선박이 국토 방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으며 그 수상정에 대한 연구를 그레이엄벨과 다른 항공, 선박 공학자들에게 의뢰 했었다. 베덕에 위치한 바로 그 큰 호수위에서 수많은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나 벨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가 원하는 속도의 수상정은 실현되지 못했다. 엔진의 무게에 비해 동력은 충분히 강하지 못했으며, 속도를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구현하기에는 당시의 재료가 너무 무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냉전 시대를 전후하여 그의 연구 성과는 빛을 발하게 된다. 보다 가볍고 내구성이 있는 소재로 선체를 만들 수 있게 되고, 로켓 방식을 이용한 강력하지만 가벼운 내연기관의 구현으로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그의 수상정은 마침내 실제로 구현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잠시나마 캐나다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수상정을 보유했던 국가가 된다.

 다른 나라 사람이 와서 이렇게 까지 도와주고 생을 마쳤으니 어찌 캐나다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한 개인의 박물관에서 그 사람의 흠을 잡지는 않을 것이기에 편파적인 면이 있겠지만, 객관이 언제나 주관을 이기는 것은 아니다. 진실이 언제나 허구보다 우월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이 곳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어서 기쁠 뿐이고, 내가 존경하던 한 사람의 다른 면모를 보게 되어서 즐거울 뿐이다. 그 새로운 점이 그의 성과물 - 전화기와 비행기 - 에 대한 나의 이해도를 높일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하 더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는 순수한 결과에 나는 만족했다. 그리고 그 점에서, 나의 박물관 방문은, 그리고 이 박물관의 존재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3.

 관람을 끝마치고 나왔더니 흐렸던 하늘이 개어 있었다. 그때까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보석빛 영롱한 호수가 그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나와 아내는 그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는 여정을 잠시 미루고 호수가의 식당과 작은 항구들, 요트 사이를 부서지는 햇볕 아래서 거닐었다. 

  내 눈을 확 잡아 끌었던 이 작은 배. 언젠가 늙으면 이런 배에 몸을 싣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맘대로 가 보는 것이 한창 대항해시대를 할 때의 꿈이었건만, 지금은 요트 가격은 얼마나 할지, 이 나라 저 나라 가려면 비자는 어떻게 해야할지, 무엇보다 내가 배를 몰려면 어떤 면허를 따야할지 하는 제한에 대해서 먼저 생각하게 된다. 국경이 생기고 제도가 발전하면서 사람은 보다 오래 살게 되었을 지언정 먼 옛날 인류가 누렸던 자유는 이제 다시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그때가 얼마나 고달픈지 모르기에, 그 시대가 부럽다. 아니, 그 시대 정신이 부럽다. 지금은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많은 걱정과 고려를 해야 한다. 이 작은 귀퉁이에서 더 작은 가게를 하나 여는 데에도 너무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

그러니 돈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굳어져 가는 것' 이다.

...예쁜 동네의 요트 한 척에 별 생각을 다하고 간다.

 예약을 하지 않았으면, 근처 여관에 풀썩 들려서 하룻밤 자고 싶었지만 이미 잡아 놓은 곳이 있는지라, 나는 그렇게 온갖 푸념을 마음속으로 풀어놓은 요트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덧글

  • 몬트리올사는사람 2021/03/09 12:29 # 삭제 답글

    잘 읽고 갑니다. 곧 다시 새로운 글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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