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 Breton Island Day4,음식점, The Neck of the Woods - 동부캐나다(AtlanticCanada)


* Halifax SouthEnd 근처의 삼지창 카페(Trident)에서 포스팅 중이다. 헌 책방을 겸하는 이 카페에는 오랜 책 향기와 묵은 먼지 냄새가 난다. 아내는 너무 올드 스타일이라고 맘에 안든다고 했지만 난 이 곳이 좋다. 전형적인 그리고 지극히 단순한 나에게는 이런 전형적인 곳이 좋다. 이런 곳이야 말로 글을 쓸 만하지 않은가.

서론이 길었다.



1.

 루이스 버그 요새를 다 본 우리에게 남은 일정은 없었다. 이제는 짐 싸서 집으로 가야하는 일만 남았지. 여행의 마지막은 언제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안도감과 좀 더 무언가를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찾아온다. 판데믹으로 태반이 비어버린 루이스 버그 요새에서 하릴없이 일찍 나온 우리에게는 아직 반나절이 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런 고민 끝에 우리는 캐나다 친구가 소개해준 음식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차를 몰고 꽤나 먼 거리를 호수를 끼고 도달한 곳은, 음식점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좀 외진 곳이었다. 하긴, 그 캐나다 친구도 며칠을 트레일에서 보내다가 내려오는 길에 이곳을 찾았다고 하니까, 이 곳이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느낌은 나만 받은 것이 아닐 것이다. 주변에 가장 가까운 집이라곤 최소 몇 킬로는 가야할 것이다. 음식점 자체도 숲 속에 들어 있어, 길 가에는 작은 간판만 하나 덩그러니 서 있기에 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중이었으면 눈에 띄지도 않았을 것이지. 마치, '이세계 식당'이 현실에 등장한 것 같은 이 곳. 바로 The Neck of the Woods가 이 여행을 마무리할 장소가 되었다.

  간판을 따라 들어간 길에는 분명히 식당이 아니고 작은 오두막집이 분명했을 건물에 컨테이너처럼 보이는 가건물이 두개 붙어 있었다. 그 옆에는 누군가가 아직도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트레일러가 트럭에 붙은 채로 세워져 있었다. 만약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그런 공사현장 같은 광경에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야외에 놓여있는 피크닉 테이블에는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적어도 세 팀정도 있었고, 가건물 뒤로 펼쳐진 언덕아래로는 포도와 다른 작물이 자라는 작은 농원이 멋진 초원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다른 사람을 믿고 음식을 주문해 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 하면, 우리는 좋은 제비를 뽑은 것이었다. 



2.

 건물 안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과 섞여 15분 가량을 기다려 음식을 받은 우리는 그 농원 앞에 놓은 나무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종이 보따리를 펼쳤다. 그러자 푸짐한 음식 용기들이 풍성한 향기와 함께 튀어나왔다.

 먼저 아내가 주문한 것을 정리하면, 


 Beef Melt - Pulled beef brisket, espresso bbq sauce, caramelized onions, cheddar & mozzarella on grilled bread. comes with choice of side: salad, soup or potato chips. 아내는 soup을 주문했었다.

 기본적으로 할리팩스, 아니 내가 방문했던 캐나다의 도시들 - 몬트리얼, 퀘벡, 토론토에서의 샌드위치는 일반적인 한국의 샌드위치 보다는 한 등급 높았다고 생각한다. - 물론 한국에서도 잘 나가는 샌드위치 전문점과 계란과 양배추와 설탕과 딸기쨈으로 무장한 한국형 아침 토스트는 논외로 한다. 그건 같은 '체급'의 메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아내가 한 입 먹은 뒤 동기란 토끼눈을 하고 나에게 내밀어준 이 소고기 샌드위치는 지금껏 내가 먹었던 그 모든 샌드위치 중에서도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있었다. 빵의 바삭함. 체다와 모쩌렐라의 녹은 정도와 배합 비율. 고기와 야채와의 밸런스. 고기의 간과 분량. 소스와의 조화. 그리고 곁들여 나온 스프와의 상성 등등...이 모든 점에서 이 아이템은 평균을 웃돌았다. 게다가 이게 16$이라니. 이것을 먹기 위해 차를 몰고 6시간을 동북쪽으로 달려야 하는 것만 아니라면, 나는 이 샌드위치를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먹으러 올 터이었다.

 아내가 북미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뉴를 주문했다고 한다면, 나는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뉴를 주문했었다.


  Fried Chicken - Half a fresh chicken, butter milk marinated, dredged in secret spice blend, fried 2 pieces. Served with coleslaw, chili garlic honey & 2 milk buns.

  지금껏 먹어본 캐나다 치킨들은 우리내 관점에서 본다면 기준 미달..이라고 할 만 했다. 아, 닭날개 요리만 빼고. 최소한 선방은 해 줄 것이라 생각했던 KFC 마저도 크기만 크지, 짜고, 느끼하고... 그런데 여기는 달랐다.

반 마리를 박력있게 두 조각으로 튀켜냈음에도 불구하고 간은 고루고루, 살은 부드럽게 죽죽 찢어졌다. 반죽도 옛날 통닭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양념 때문인지 샛노란 튀김옷은 아니었다. 코울슬로와의 조합도 좋았고, 빵과 같이 먹어도 괜찮았다. 양념의 배합에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가격도 겨우 19$. 이런 외진 곳에 있으니 이런 가격이 나오겠지만 어떻게 이런 외진 곳에서 이런 음식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나는 마법에 걸린 것이 아닌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떠들고 즐기면서 예상치 못했던 풍성하고 수준 높은 피크닉을 즐겼다. 



3.

 배가 부르니 다시 모험을 떠날 의지가 솟았다. 우리는 그 캐나다 친구가 헤매였다는 근처의 트레일로 향했다.



 해안가에 펼쳐진 그 외진 트레일은, 멋진 경치와 고요함에 즐거히 걸을 수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돌 투성이의 길과 사람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은 막막함, 그리고 내리쬐는 태양과 모기의 협공으로 인해 식후의 산책길로는 적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체력단련 코스에 가까웠다고 할까. 지역 관리인이 쓰라고 제공한 나무 지팡이가 아니었으면 더욱 힘든 길이 되었을 터였다. 이런 저런 트레일에 단련이 되어 있는 우리도 여기는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 트레일의 끝에는 사람이 줄어들어 점점 고스트 타운으로 변해가는 마을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걸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기에 나와 아내는 발길을 돌렸다. 정말 마을이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산악 자전거에 작은 식량 상자와 물을 싣고 트레일을 걸어가는 중년의 남자가 있기에 물어보았더니, 정말 그 마을이 있다고 한다. 그는 원래 몬트리얼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 마을에 정착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지 정말 궁금했다. 다음번에 루이스 버그 요새를 온다면, 꼭 그 마을에 들려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또 와야 하는 구나.

 트레일에서 빠져 나온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이제는 해가 저물고 있었다. 우리의 여행도 저물고 있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할까. 아내가 루이스버그 마을 입구에, 언젠가 Netflix에서 봤던 영화에서 봤던 등대가 있다고 한다. 그 영화에 루이스 버그 요새도 나왔다고 하는데 도대체 아내는 어떻게 그런 것을 다 아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다. 뭐, 아내 입장에서는 1차 세계대전에서 기관총과 철조망이 미친 영향 등을 알고 있는 내가 더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등대 근처에 도착한 우리는 영화에서 나왔다는 등대의 각도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해는 점점 떨어지고, 하늘은 황금빛, 보라빛, 주황빛을 토해내면서 점점 바래져갔다. 그리고 저 너머 바다에서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무말 없이 한참 등대를 바라보는 동안, 사람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었다. 한참을 말 없이, 여행에서 일어난 이런저런 행복과 아픔을 갈무리하고 있자니 어느덧 주변이 컴컴해졌고, 등대가 외눈박이 거인처럼 한줄기 빛을 사방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주변도 공원인지, 관리인인 듯한 사람의 픽업트럭이 진입로를 잠그기 위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와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여행도 이렇게 끝났구나. 그 관리인이 그 막내림을 알리는 듯 했다. 

 우리는 조용히 차를 몰아 숙소로 돌아왔고, 내일 아침 일찍 집으로 향하기 위해 냉장고를 털어 남은 식재료로 저녁을 하고,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챙길 것은 챙겼다. 

 그때는 몰랐다. 그 여행이 그 해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집으로 돌아온 뒤 망할 코비드는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국경이 닫히고 주 경계가 닫히고 나중에는 식당과 학교와 주변의 음식점까지 모두 문을 닫아 걸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줄 알았으면 그 여행에서 나는 좀 더 아내와 이야기하고 많은 것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모두 그때가 지난 뒤의 이야기인 것이지. 


덧글

  • garoad 2021/07/01 09:12 # 삭제 답글

    백신은 맞으셨나요? 몸건강 하시길
  • Oldchef 2021/07/11 22:53 #

    전주에 2차 접종까지 끝냈습니다. :) 걱정해 주셔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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